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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김정은 기자 = 37쪽짜리 '경부운하 보고서'의 유출경위가 수자원공사 간부에서 결혼정보업체 대표를 거쳐 언론사로 확인됐지만 유출 목적이 뚜렷이 밝혀지지 않아 갖가지 의문점을 낳고 있다.
경찰은 서로간의 '친분관계'로 보고서가 전달됐다고 발표했으나 대선정국에 미칠 폭발력을 감안하면 보고서의 언론보도 경위치고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수공 기술본부장 보고서 작성자를 '수공'에서 'TF'로 변경
경부운하 보고서의 유출자인 수자원공사 기술본부장 김모(55)씨는 정부 태스크포스(TF)의 핵심인 수자원공사 조사기획팀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37쪽 보고서를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 함께 다니는 결혼정보업체 P사 대표 김모(40)씨가 '경부운하에 관심이 많다'고 해 지난달 28일 학교에서 보고서를 넘겨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P사 대표 김씨와는 특별한 관계는 아니며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수공 본부장 김씨는 37쪽 보고서의 작성자를 '수자원공사'에서 'TF'로 고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경찰이 압수한 수공 조사기획팀 보고서와 비교하면 작성자만 틀리고 분량과 내용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공 본부장 김씨가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를 대비해 출처를 숨기려는 의도로 작성자를 수정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가 단순히 친분관계 때문에 결혼정보업체 대표에게 보고서를 넘겼다는 진술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수공 직원들은 "김씨가 79년 수공에 입사했으며, 점잖은 성격에 정치적인 성향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보고서 유출 일주일만에 언론보도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씨는 지난달 28일 수공 본부장 김씨에게 넘겨받은 보고서를 곧바로 언론사 기자에게 전달했다.
그는 경찰에서 "6월 1일이나 그 이전에 호텔 커피숍에서 평소 친분있던 기자에게 넘겨줬다. 그 기자도 경부운하에 관심이 많았다"고 진술했다.
보고서가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씨에게서 언론사로 넘어간 것은 길게 잡아 나흘인 셈이다. 또 37쪽 보고서의 첫 보도는 지난 4일로 보고서 유출에서 언론보도까지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P사는 2001년 강남구 청담동에 설립됐으며 직원수 30명에 자본금 5억원, 매출액 20억원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P사는 소규모이지만 상류층을 겨냥, 정계 및 대기업그룹 계열사 자제 및 유학파만을 대상으로 결혼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P사는 전직대통령 손녀와 대기업그룹 손자와의 결혼을 성사시킨 것으로 돼 있다.
◇유출 및 보도 경위에 경찰수사 집중
경찰도 일사천리로 진행된 보고서 유출 및 언론보도 경위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 친분관계로 언론에 보고서가 전달됐다는 데는 경찰도 의구심이 많다"며 "일단 수공 본부장과 언론사 기자와는 안면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37쪽 보고서를 첫 보도한 언론사는 P사의 홍보기사를 다룬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씨가 수공 본부장 김씨에게 '정치문제와 경부운하에 관심이 있다'며 보고서를 넘겨 받았지만 대가로 돈이 오가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씨가 보도를 전제하거나 묵인하는 취지에서 보고서를 언론에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씨가 특정 정당 또는 대선캠프 등에 관여가 됐는 지는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며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됐다면 김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언론사 기자에 대해서도 향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계획이지만 언론보도에 대해서 사법처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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