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저지 총파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 재계, 주류 언론은 물론 일부 보수 단체, 그리고 현대차 내 또 다른 노동 조직인 신노동연합(신노련)' 등도 이번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이라며 연일 비판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20년 역사에 유례가 없을 만큼 반발이 적지 않습니다. 현대차 노조 산하 정비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체 조합원의 총파업 지침을 거부하면서 '간부 파업'만으로 전환하겠다고 결정해 노조 집행부를 당혹케 했습니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한 발 물러서는 기색입니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25~27일 부분파업을 철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쌍용차 노조도 25일 오전 대책회의를 열고 투쟁수위를 조절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애초 예정대로 25일부터 닷새간 파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25~27일에는 호남충청권·수도권·영남권 등 순으로 각각 2시간씩 순환 부분파업을, 28일에는 전체 4시간 파업을, 그리고 29일 6시간 총파업을 벌일 방침입니다. 현대차 노조는 28~29일 전체 파업에 집중할 태세입니다.
"불법 파업 용서 못해" VS "파업으로 생산 목표 차질? 내 손에 장 지지겠다"
이번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대한 정부 태도는 전례 없이 강경합니다. 이상수 노동부, 김성호 법무부, 김영주 산업부 등 3개 부처 장관은 지난 21일 발표한 공동담화문에서 "노조 집행부와 파업 주도 세력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경찰 역시 파업이 벌어질 경우 "즉시 엄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재계도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지난 20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불법 파업을 반복하는 노동계 행태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현대·기아차 그룹은 24일 "불법 파업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면서 "정상 조업뿐만 아니라 잔업 거부로 발생하는 회사 측 피해에 대해서도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노조를 압박했습니다. 현대차 측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액이 850~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를 부각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번 금속노조의 파업 강도는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노동계 시각입니다. 금속노조는 파업 시간이 사업장별로 총 12시간(부분파업 2시간, 전체파업 10시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지난 19일 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파업으로 각 사업장의 생산 목표에 차질을 빚는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번 총파업을 두고 '해외 수출과 내수 판매에 영향을 준다'는 정부·재계 측 입장과 '단기파업이기 때문에 특근 등으로 만회가 가능하다'는 금속노조 측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파업의 성격 ▲절차상 합법성 여부 ▲자동차 산업의 한·미FTA 수혜 여부 등을 두고 정부·재계-금속노조는 서로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금속노조 파업을 쟁점별로 정리했습니다.
[쟁점1]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파업" vs "일자리 등과 직결된 생존권 투쟁"
먼저, 이번 한미FTA 반대 총파업이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정부·재계 측 입장과 '생존권 투쟁'이라는 금속노조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3개 부처 장관의 공동담화문에서 밝혔듯 "이번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없는 정치파업으로 명백한 불법"이라고 금속노조를 압박했습니다.
반면 금속노조는 이번 파업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한미FTA 협정이 체결되면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금속노조는 같은 날(21일) 발표한 '정부 담화문에 대한 입장'에서 "정부 측 주장은 IMF 외환위기로 인한 개방이 노동자의 삶과 관련이 없다는 주장만큼이나 허황된 것"이라면서 "한·미FTA는 고용 불안과 노동권의 후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도 지난 21일 별도의 성명을 내고 "파업철회가 아니라 한·미FTA 철회가 해법"이라면서 "서민 생계를 벼랑으로 내몰고, 사회 갈등을 촉발시킬 망국적 한미FTA 체결을 중단하라"고 정부를 겨냥했습니다.
[쟁점2] "임단협 아닌 불법" vs "찬·반투표 규정한 법 자체가 위헌"
파업 결정 과정도 논란거리입니다. 정부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상 불법"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중앙일보>도 '끝내 제 무덤 파겠다는 금속노조' 제하의 지난 23일치 사설에서 "이번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다, 당연히 거쳐야 할 찬·반투표도 하지 않았다"면서 "소수의 강경파가 다수의 의견에 귀를 막고 불법 정치파업을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맞서 금속노조는 "이미 지난해 찬·반 투표를 거친 사안이라 투표가 필요 없고, 규약 위반도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파업은 '대의원대회'에서 의결된 사항입니다. 각 지부별로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투표를 거치지 않은 내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애초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한미FTA 저지, 중앙교섭 쟁취, 2007년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약)을 묶어 지난 19~21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위는 지난 8일 한미FTA 저지 총파업만큼은 투표 없이 진행키로 결정했습니다(중앙교섭·임·단협 교섭은 7월 예정). 지난해 10월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찬·반 투표를 이미 했고, 올 대의원대회에서도 6월 말 총파업을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금속노조측 입장입니다.
한편, 일부 노동 전문가들은 노동조합법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규정한 조항 자체가 선진국에서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는 측면에서 '악법'이라는 주장입니다. 5·16 군사쿠데타 직후 도입된 독재정권의 유물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쟁점3] "자동차 수출 증가" vs "외국차 국내 시장 잠식"
일부 시민들은 '자동차 분야의 경우 한·미FTA 협상의 수혜 분야인데 왜 반대 총파업을 벌이고 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도 "한미FTA가 체결되면 자동차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측도 미국 관세(2.5%)가 철폐돼 수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을 일부 수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속노조 측은 최근 선전물을 통해 "8%에 이르는 미국산 자동차의 관세를 즉시 철폐했기 때문에 외제차 점유율이 30%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이 잠식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3년 뒤에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수출을 대체할 것"이라면서 "한미FTA가 국내생산, 국내 일자리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정부의 '수출 증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금속노조는 또 "한미FTA 협정은 국민 동의 없이 졸속으로 시작됐으며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불평등한 협정"이라면서 "'재협상은 없다'며 협상 타결을 강변하던 정부가 미국 요구에 굴종해 재협상에 나선 것은 원칙도, 국익도 내팽개친 태도"라고 정부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한편, 자동차 분야는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한·미FTA 재협상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지난 21일 성명서에서 "자동차가 수혜산업이라면 미국이 7개 분야의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왜 자동차 부문을 포함시키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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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저지 총파업은 노조가 해서는 안될 '불법 정치 파업'일까요.
누리꾼 '자동차'는 <오마이뉴스> 독자 의견란에서 "한미FTA는 생산 라인의 해외 현지화와 수입차 급증을 가져와 우리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입힌다"면서 금속노조의 파업에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반면 누리꾼 'jayni99'는 한 포털 사이트에서 "현대차가 일류 회사로 발돋움 하려는 것을 노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파업으로 기업 경쟁력을 상실하는 듯하다"면서 이번 파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 '구르는 돌'은 <오마이뉴스>에서 "한미FTA 협정 체결에 반대한다"면서도 "귀족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나, 한발 더 나아가 비정규직 해방을 위해 연대 투쟁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금속노조의 파업 명분에 동의하면서도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라는 충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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