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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습지관리단에서 주최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모내기 체험행사와 우포늪 쪽배타기 체험 행사를 돕기 위해 환경감시원 주영학씨는 분주히 움직였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쪽배도 근처 개울로 옮겨야 했다. 어린이들이 우포늪에서 배를 타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트럭에 쪽배를 올려놓기 위해 힘을 써보지만 쉽지 않다. 나까지 힘을 합쳐서야 겨우 트럭에 올릴 수 있었다.
비번인데도 휴일마저 반납한 채 체험행사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주영학씨. 태어나서 자란 곳도 이곳이지만 환경감시원으로 근무한 지도 10여 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평생을 우포늪과 함께 살아온 인생이다.
올해 예순을 바라보지만 아직 청춘이다. 람사 총회를 앞두고 우포늪을 찾는 방문객들이 부쩍 늘어난 요즘 '새들도 알아보는 우포늪의 수호천사'로 불리는 주영학씨를 지난 23일 만나 언덕을 거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우포늪, 물 속에 잠긴 면적은 약 70만평, 생태보전지역은 270만평"
- 환경감시원으로 일한 지 얼마나 되셨나요.
"근 10년 되었지요. 제 고향이 바로 여기 우포늪인데 잠시 대구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지요."
- 여기가 얼마나 넓은가요.
"물 속에 잠긴 면적은 약 70만평, 생태보전지역은 270만평 정도 됩니다."
- 한 1억년이 넘었다고 하죠?
"1억 4천만년 정도 되었다고 그래요. 저쪽에 가보면 공룡 발자국도 동굴도 있고 그래요."
- 혼자 일하시나요.
"8명이 함께 일해요."
- 이 일로 생활은 되나요.
"뭐 이것으로 생활은 안 되지요. 제 고향이니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 고향도 이곳이고 현재도 환경감시원으로 일하고 계시니 우포늪은 훤하겠어요.
"하하. 남들보다 조금 더 알지요."
- 고향이 여기 어디쯤 인가요.
"바로 저기 우포둑 밑에 보이는 양수장이 옛날 저희 집이었어요. 저도 제 아들도 저기서 태어났지요. 지금은 양수장만 있지만 이전에는 초가집이 5∼6채 정도 있었어요."
- 우포둑을 보면 새로 만든 것 같은데요.
"예 그렇습니다. 저번 매미태풍 때 양수장 위쪽 언덕이 무너져 마을이 휩쓸렸죠. 그래서 새로 둑을 쌓은 겁니다."
- 배를 타고 무슨 일을 하시니까.
"늪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도 수거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뉴트리아도 잡고 그래요."
- 뉴트리아가 뭐죠.
"외래종 물쥐 종류인데 이게 생태계를 많이 파괴해요."
- 뉴트리아가 뭘 먹고 사는데요.
"고기도 잡아 먹고 새들 알도 훔쳐 먹고 그래요."
- 잡을 때 물지 않습니까.
"물리지 않게 다 잡는 요령이 있지요."
- 빠를 텐데 그걸 어떻게 잡아요.
"낮잠 잘 적에 몽둥이로 후리쳐 잡아요."
- 그게 낮잠도 자나요.
"야행성이라 낮에는 눈이 어두워져요. 낮에는 사람을 잘 못 봐요."
- 어디서 사는지 다 아시는 모양이에요.
"그럼요. 다 알죠. 서식지도, 어디로 지나다니는지도 환히 알아요."
- 다 잡았나요.
"아직 조금 남아 있어요. 더 이상 번식을 안 했으면 좋겠는데…."
- 번식력도 좋은 모양이죠.
"1년에 4번씩 새끼를 칩니다."
'새들도 알아보는 우포늪 수호천사'
- 그 외 하시는 다른 일은 없나요.
"새가 알을 낳으면 보호도 해주고, 초목도 잘 자라도록 살피고 그렇습니다."
- 새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지 않나요.
"저번에 어느 신문사 기자가 취재를 왔기에 함께 새 먹이를 주러 갔거든요. 새 어미가 나를 보더니 도망을 가지 않고 옆으로 살짝 자리를 피해 주더라고요. 새끼에게 먹이 주라고. 그 기자가 그걸 보고는 '새들도 알아보는 우포늪 수호천사'라고 기사제목을 달았더군요."
- 거 참, 대단하네요.
"하하하. 아마 새들도 맨날 눈 뜨면 나를 보게 되니 어째 정이 좀 들었나 봅니다."
- 재미있네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우포늪은 어떻습니까.
"우포늪도 자꾸 변해요. 날이 새면 달라지고 다음날 되면 또 달라지고 그래요."
-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매일 변화되는 점도 있지만 계절별로 크게 달라요. 4∼5월에는 꽃이 피고 7∼8월에는 다양한 수초로 늪이 뒤덮여요. 물은 안 보이고 풀만 보여요."
- 여름에 그렇게 된다는 것인가요.
"그렇죠. 7∼8월이 되면 우포늪이 수초로 뒤덮여 모두 푸른색으로 변해요. 또 8∼9이 되면 가시연꽃이 피죠. 겨울에는 철새들이 오고. 그렇게 자꾸 변화가 옵니다."
- 주로 어떤 수초들이 우포늪을 가득 채우나요.
"제일 처음에는 개구리밥으로 덮여요. 그 다음에 생이가래, 네가래, 마름, 가시연꽃, 줄 등등. 한정이 없어요. 우포늪에 서식하는 식물 종류만 해도 한 480종류가 있으니까요."
- 종류가 무지 많네요.
"종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이게 물을 조절하는 역할도 해요. 요게 가뭄이 들면 물을 뿜어내고 비가 많이 오면 물을 저장해둬요. 우포늪이 스스로 조절능력을 갖고 있어요. 여기 주변에 13개 마을이 있는데 우포늪 물로 다 농사를 지어 먹어요. 아주 소중한 역할을 합니다. 한마디로 보배죠."
- 그렇군요. 아까 사계절마다 특색이 다르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절이 최고 멋진가요.
"4계절 다 좋죠. 탐방객들이 꽃이 좋으면 봄에 찾아오고 철새가 좋으면 겨울에 오시고. 취향마다 다 틀리죠."
- 사계절 중에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떻습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겨울 철새가 보기 좋아요.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새들도 날아와서는 새끼도 치고 그러는 것이 좋아요. 이번에 도요새도 물꿩도 왔고 뜸북새도 와있지요. 덤불해오라기, 검은댕기 등 이런 새들이 많이 와야 늪이 살아요."
- 여름철에도 새들이 많이 옵니까.
"아무래도 여름보다 겨울철에 많이 오죠."
- 겨울에 철새들이 얼마나 오나요.
"한 170∼180 종류는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기후변화가 심해서 그런지 보이지 않던 새들도 날아오고 그래요."
- 새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새를 꼽으라면 뭐가 있나요.
"저는 황새가 제일 좋아요. 황새는 길조죠. 어릴 적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 드물죠. 4년 전엔가 우포늪에 황새가 발견되었는데 그때 모 방송사에서 취재를 하고 인터뷰까지 했었죠."
- 새들과 관련되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없습니까.
"이전에 창녕군 사진작가이신 하○○씨랑 우포늪에 앉아 있었는데 왜가리가 사람 팔뚝 반만한 뱀장어를 잡아 물고서는 흔들어 제껴요. 그리고 물 밖으로 나가더니 다시 물 안으로 들어와 뱀장어를 부리로 물고는 물에 집어넣고 막 흔들어요. 뱀장어에 흙이 묻어 있으니까 그걸 씻어내는 거예요. 그리고는 한 입에 꿀꺽 삼켜요. 왜가리도 더러운 것은 그냥 안 먹데요. 그걸 사진작가인 하선생이 다 촬영했어요. 아주 보기 드문 장면이었죠."
"그냥 우포늪 하나만 보여요. 내 마음 하나가 딱 보여요"
- 10년 정도 우포늪과 함께 하셨으면 뭔가 남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은 우포늪을 바라다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냥 우포늪 하나만 보여요. 내 마음 하나가 딱 보여요."
- 마음 하나가 딱 보인다는 말씀이 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우포늪을 보면 잡념도 번뇌도 사라져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마음이 비워지더라 말이죠. 그래서 우포늪 하나만 제 눈앞에 밝게 드러난다는 거죠."
- 어디 내공이 심오한 도사 같은 말씀입니다.
"하하. 한 10년 매일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변합디다."
- 새들도 알아본다는 우포늪 수호천사께서 드디어 도사가 되셨군요.
"하하 제가 도사가 다 되었다고요. 거 표현이 재미있군요."
-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생각나는 어릴 적 추억담은 없나요.
"어릴 적에 저쪽에 버드나무가 많았어요. 지금도 가끔 노루가 여기로 내려오지만 그때는 노루가 우포늪 쪽으로 많이 내려왔어요. 그래 하루는 노루를 산 채로 잡아 집으로 가져갔어요. 아버님이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 노루를 잡아 온 저를 보시더니 막 혼을 내는 거예요. 다시 풀어주라고. 할 수 없이 노루를 산에다 풀어 준 기억이 나네요."
- 하하. 아버님께서 좋은 일 하셨네요.
"그런 셈이 되는가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하루는 어머님이 저수지에 빨래를 하러 갔는데 엄청 큰 가물치가 땅 위에서 펄떡거리고 있더래요. 그래 어머니가 하러 간 빨래는 내던지고 그 가물치를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 얼마만큼 컸던가요.
"아기만 했다 그래요."
- 우와 그렇게 컸다고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어머님이 이고 온 가물치를 보고는 아버님이 놀라시더니 '이렇게 큰 고기는 못 잡아먹는다. 이것은 영물이다. 다시 살려줘라' 그랬지요. 옛날에는 아버님 말씀이 법이었잖아요. 그래서 어머니는 가물치를 저수지에다 놓아줬지요. 그런데 나중에 어머니가 저수지에 빨래하러 갔더니 이 가물치가 나타나 어머니 주위를 맴돌다가 사라졌데요. 그 이후로도 어머니가 빨래하러 가면 항상 나타나서 그랬다고 해요. 살려줘서 고맙다는 거겠지요. 요거는 실담이에요."
- 미물도 자기를 살려 준 사람을 알아보는 모양이지요.
"그럼요. 옛말에 '동물은 살려주면 은혜를 갚고 사람은 도움을 주면 아웅한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 인간세상이 동물보다 못한 면도 있군요.
"그렇지요. 자식들이 자기를 낳고 키워 준 부모마저 패거나 죽이는 그런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인간이 미물 곤충보다 못하구나 그런 생각도 많이 하게 되죠."
- 어릴 적에 그런 아버님 영향을 받아서 이 일을 하시는 것 아닌가요.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 내년에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총회도 한국에서 개최되죠.
"2008년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8일간 우포늪과 창원 주남저수지 등 국내주요 습지에서 행사가 펼쳐집니다. 그때 구경하러 많이 오세요."
- 그렇군요. 근데 우포늪에서 몰래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이전에는 밤에 몰래 낚시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거의 없어요. 환경감시원들이 밤에도 순찰을 돌거든요. 또 우포늪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많이 좋아졌고요."
-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많을텐데요.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제가 철저하게 추적합니다. 쓰레기를 뒤져서 영수증이 나오면 제가 직접 전화를 합니다. 빨리 안 치우면 벌금 때린다고 말이죠. 그럼 다음날 가보면 쓰레기가 하나도 없이 치워져 있어요. 제가 이렇게까지 하기 전에 다들 스스로 쓰레기를 잘 수거해가야 되겠죠."
- 환경감시원으로 계시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은 없습니까.
"어느 날 외국인이 탐방 왔다가 길을 잃어버렸어요. 말도 안 통하죠 참 난감했었죠. 영어 팸플릿을 구해다 주고 돌아갈 수 있도록 간신히 안내를 해드렸죠. 또 히야도미 야스라는 일본인이 있는데 이 분이 사진작가예요. 매년 여기로 오시는데 제가 항상 안내를 해드렸죠. 멋진 사진 찍어가 일본에 많이 알릴 수 있도록 구석구석 좋은 곳을 소개했죠. 그래서 지금도 고맙다고 과자도 부쳐오고 그래요. 나도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라고 한마디 하죠. 하하."
"생태보전지역이라고 하면 자연의 모습 그대로 놔둬야 된다"
- 어떻게 우포늪을 둘러보면 좋을까요.
"저는 생태보전지역이라고 하면 자연의 모습 그대로 놔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손대서는 안 되는 거죠.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가만히 보고 관찰해야 됩니다. 인위적으로 다듬으면 안 됩니다."
- 탐방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여기는 유원지나 관광지가 아니고 생태보전지역입니다. 여기서 술 먹고 놀고 가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마음을 비우고 1억 년의 역사를 간직한 우포늪에게서 뭔가 배워가야 합니다. 그러면 머리도 상쾌하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됩니다. 쓰레기는 우포늪의 죽음입니다. 쓰레기를 꼭 수거해 가야 합니다. 그게 환경이 살고 우리가 사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