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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노조 결별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주진우 기자. 그의 어두운 얼굴 표정에서 그동안 벌어진 투쟁의 고단함을 읽을 수 있었다.
'<시사저널> 노조 결별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주진우 기자. 그의 어두운 얼굴 표정에서 그동안 벌어진 투쟁의 고단함을 읽을 수 있었다. ⓒ 손기영
26일 오전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시사저널> 편집국 앞에서는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에 반발하며, 1년여 간을 투쟁해온 <시사저널> 기자들의 '결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난 25일 열린 자체총회를 통해 파업기자 전원이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시사저널>로 복귀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이며, 그동안 벌여왔던 '편집권 투쟁'의 종료를 선언하는 자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은남 전 시사저널 노조 사무국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사저널> 노조는 이러한 경영진의 횡포의 맞서 독립 언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지난 1년여 간을 싸워왔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경영진과 사주는 사태가 일어난지 1년이 넘도록 반성과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며 "경영자의 권리, 사주의 권리만을 주장하고 온갖 변명과 거짓말로 파업기자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왔다"고 주장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아흐레 전 <시사저널> 파업기자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부터 써왔던 '릴레이 편지'도 발표했다. 기자들은 진행순서가 오자 '릴레이 편지' 낭독을 서로 미루며 이곳을 떠나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고, 주변에서 행사를 지켜본 독자들 역시 그들과 함께 <시사저널>의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이날 눈물바다가 된 기자회견장 한편에서 아쉬움운 마음을 애써 감추려고 노력하고 있던 주진우 기자를 만나 '시사저널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그동안의 심정과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경영진은 거대한 벽이었다"

"대화가 되어야 하는데 경영진은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벽'과 같이 느껴졌죠. 정말이지 무리한 요구도 아니고 금전적으로 무엇을 얻어내려는 싸움도 아니고 단지 기자의 본분을 지키자고 했던 일인데…. 그들은 우리의 주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귀담아 들어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벽을 넘기도 힘들지만 움직이지도 않는 그 벽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는 "그동안 경영진은 우리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해 왔다"며 "심지어 기자들의 파업을 막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언젠가 회사 경영진의 사주를 받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들이닥쳤죠. 파업기자들에게 회사를 나가라며 마구 욕설을 하고, 심지어는 어느 기자한테 멱살을 잡으며 행패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그동안 대대적인 투쟁을 벌여왔고 단식 농성도 해왔죠.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희망을 미련하게 믿고 싶었습니다."

주 기자의 어두운 표정 속에 그동안 벌인 투쟁이 얼마나 고단했고 그들을 지치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이어 "'시사저널 사태' 있기 전부터도 회사와 기사편집문제를 둘러싸고 빈번한 갈등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저는 회사에서도 삼성에 대해서 가장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 중 한명이었죠. 현업시절 삼성에 관한 기사를 쓸 때면 경영진이 저를 불러 이것저것 지적하고 때론 회유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지적을 귀담아 듣지 않았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기자로써 가지는 양심의 선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삼성이란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이고 수익을 많이 내는 경쟁력 있는 기업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거대기업이 단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하지 않고 우리사회의 모범적인 기업으로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잘못하는 일에 대해 따끔한 비판을 가해야 하며, 앞으로도 감시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사저널>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기자들의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사저널>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기자들의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 손기영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한 그는 1년여 간의 파업을 하면서 회사 측의 탄압으로 기본적인 월급조차 받지 못했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대출을 받으며 생계를 꾸려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주씨는 <시사저널> 파업기자들 중에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겪었던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생활비 때문에 집에 있는 에어컨을 떼다 팔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한 선배기자가 누이들에게 생활비를 보조받는 날 아내의 신경이 예민해 진다는 소리를 농담처럼 할 때면 정말이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모두 그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밥벌이 앞에서 편집권 독립을 위한 신념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주 기자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투쟁에 함께 해주고 지지를 보내준 독자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우리가 자본권력에 맞서 당당히 투쟁해 올 수 있었다"면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마지막이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한 희망의 시간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편집권 독립 소중히 여기는 새 매체 준비할 것"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기가 정말 힘들고 독자 여러분께 <시사저널>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오늘은 <시사저널>의 마지막 날이지만 오는 7월 2일 파업기자들을 주축으로 <시사저널>의 정신을 계승하고 편집권의 독립을 소중히 여기는 '새로운 매체'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파업은 오늘로써 끝나지만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자 했던 정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파업기자 일동은 '굿바이 시사저널'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그동안 정들었던 <시사저널> 청양빌딩 앞에서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행사 끝나고 나서도 일부 기자들은 아쉬움 섞인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뒤 그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새롭게 시작해보자", "우리의 외침과 정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기자들의 다짐이 다시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편집권은 편집인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편집인과 기자에게 복종만을 강조하는 경영진, 그리고 언론을 공산품으로 여겨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주 앞에서 독립 언론의 정신을 지키려고 싸워온 <시사저널> 기자들의 1년여 간의 투쟁은 아름다운 움직임이며 소중한 외침이었다.

비록 그들은 시사저널과 이별하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는 믿음을 우리사회에 널리 인식시키며, 독립 언론의 새로운 꽃을 피우는 '희망의 씨앗'으로 거듭날 것이다.
#시사저널#삼성#편집권#주진우기자#독립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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