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전동물원, 물개 우리에서 만난 다정한 풍경, 사육사와 눈길을 떼지 못하는 어린 물개 한 마리.
대전동물원, 물개 우리에서 만난 다정한 풍경, 사육사와 눈길을 떼지 못하는 어린 물개 한 마리. ⓒ 국은정
무더위 속 동물들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가끔씩 동물원 안 비좁은 공간 속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동물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곤 한다. 본래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연 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법이다. 동물원 우리 안에서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눈길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동물들은 표현은 못해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마지못해 도시에 살면서 늘 가슴 한 켠에 푸르른 고향을 품고 사는 현대인들과 동물원 동물들의 신세는 어딘가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다. 인간들이야 자발적으로 도시에 살고 있다지만,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좁은 우리 안에 갇혀 시멘트를 밟으며 살아야 하는 동물들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 싶기도 하다. 그늘 하나 없는 시멘트 바닥 위에 멍한 표정으로 세상을 내다보는 동물들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사육사가 사라진 후에도 오랫동안 문을 지키고 있던 어린 물개.
사육사가 사라진 후에도 오랫동안 문을 지키고 있던 어린 물개. ⓒ 국은정
얼마 전에 갔던 대전동물원에서 동물들의 표정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나름대로 무척 평온해 보이는 모습들이었다. 현실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우리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사육사들의 애정 어린 관심도 동물들에겐 커다란 위안에 되고 있는 게 틀림없을 것이다.

때 마침, 물개 우리 앞에서 참 따뜻한 장면 하나와 마주쳤다. 간식을 주기 위해 나온 사육사는 어린 물개와 다정하게 놀아주었다. 사육사의 물장구에 신이 난 어린 물개는 재롱도 피우며 사육사의 곁을 떠날 줄을 몰랐다. 마치 어머니 옆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어린 아이 같다.

먹이를 다 주고 사육사가 떠나려고 하자 어린 물개는 '껑껑' 우는 소리를 내며 사육사를 따라 가려고 한다. 젖을 떼려는 어미처럼 냉정하게 돌아서려던 사육사도 이내 문 앞에서 다시 어린 물개와 눈을 마주치고 조그맣게 뭐라고 속삭인다. 이윽고 사육사가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한동안 어린 물개는 쓸쓸히 문 밖을 지켰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애틋하던지 어린 물개의 기다림이 가련해서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밀렵꾼의 총에 맞아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독수리.
밀렵꾼의 총에 맞아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독수리. ⓒ 국은정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졸음에 겨운 모습이었다.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졸음에 겨운 모습이었다. ⓒ 국은정
검고 묵직해 보이는 철창 안에는 밀렵꾼의 총에 의해 한쪽 날개를 잃은 독수리 한 마리가 있었다. 높은 절벽 위에 둥지를 짓고 세상을 굽어보고 푸른 하늘을 호령하던 독수리의 맹렬한 기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또 다른 사람에게 치유 받으며 남은 평생을 새장 속에서만 살아야 하는 독수리의 신세가 가련하고 안타까웠다.

그 옆 철창 안에는 야행성 맹금류인 수리부엉이들이 반쯤 감긴 눈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관람객들 때문에 마음대로 잠들지도 못하는 수리부엉이들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 머리 위에 안테나처럼 솟은 깃털이 매우 인상적이다. 금방이라도 철창 밖으로 날아가 맹금류의 위상을 떨칠 것만 같은데, 이 조류 역시 이제는 희귀종으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정말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어미의 가부좌를 튼 모습.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어미의 가부좌를 튼 모습. ⓒ 국은정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어미와 새끼, 등을 마주대고 있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어미와 새끼, 등을 마주대고 있다. ⓒ 국은정
따가운 햇볕도 아무렇지 않은 듯 유난히 쓸쓸해 보이는 동물들 사이를 지나서 이번에는 정말 재미있는 모습의 동물과 마주쳤다. 바로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어미와 그 어린 새끼. 어미 곁에서 연신 재롱을 피우는 새끼는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어미가 원망스러운 모양이다.

태양 아래 가부좌를 틀고 앉아 도를 닦는 모습을 하며 한 곳만 주시하는 어미의 시선을 끌어보겠다고 어린 새끼는 온갖 아양을 다 부려보지만 어미의 눈길은 쉽게 움직일 것 같지 않아보였다.

가부좌를 틀고 있는 어미 원숭이의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우스꽝스러웠다. 유리창 안에서 도를 닦는 원숭이라니! 어린 원숭이가 보기엔 그런 어미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멀지 않아 새끼도 어미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태양 아래 도를 닦을 날도 오겠지만 말이다.

아기동물나라의 재규어 새끼.
아기동물나라의 재규어 새끼. ⓒ 국은정
그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갓 태어난 어린 동물들의 앙증맞은 모습이었다. 재규어와 곰, 자칼의 어린 새끼들이 아기동물나라의 유리벽 안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오래오래 잡아두고 있었다.

조금만 자라면 사나운 맹수,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될 테지만, 아직은 그저 바라보기에도 아까울 만큼 예쁘고 귀여운 모습들이다. 이불에 파묻혀 놀고 있는 재규어 새끼와 작은 플라스틱 미끄럼틀 위에서 신이 난 곰 새끼들, 쌍둥이처럼 다정하게 잠이든 자칼의 새끼들은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예쁜 모습들뿐이다.

동물원에서 태어났으니, 이젠 그 어린 맹수의 새끼들에게 고향은 동물원인 셈. 그 생각을 하면 어딘가 씁쓸해지기도 한다. 숲이나 절벽, 초원을 단 한 번 밟아볼 기회가 없는 동물들이라니! 부디 사육사들의 정성어린 보살핌 아래에서 아기 동물들이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기도해야겠다.

아기동물나라의 자칼 새끼, 쌍둥이처럼 서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 앙증맞고 귀여웠다.
아기동물나라의 자칼 새끼, 쌍둥이처럼 서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 앙증맞고 귀여웠다. ⓒ 국은정

나란히 잠든 자칼의 새끼들, 오랫동안 눈길을 떼지 못했다.
나란히 잠든 자칼의 새끼들, 오랫동안 눈길을 떼지 못했다. ⓒ 국은정
동물원에 다녀온 지도 며칠이 지났다. 찍어온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뙤약볕 아래 무척 힘들게 지내고 있을 동물들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어이~ 동물 친구들, 무더위 속에서 오늘도 안녕하신가?"
#대전동물원#물개#수리부엉이#재규어 새끼#자칼 새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