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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갑
사실 신선대는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지명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선이 놀다 갈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 경치가 너무 웅장하고 수려하여 감히 인간이 즐기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을 신선대라고 부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산에 있는 신선대도 그 유려한 경치를 따지자면 전국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부산의 중심가에 있는 황령산에서 산등성이가 하나 뻗어 나와 부산 만에 몰입한 후, 작은 반도 하나를 만들었는데 이를 우암반도라고 한다. 신선대는 이 우암반도의 남단에 있는 곳으로써 화산암질로 된 해안이 파도의 침식을 받아 해식절벽과 해식동굴을 이룬 곳이다. 이 전체적인 풍광이 웅장하고 장쾌하여 사람들은 신선이 즐길만한 경치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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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의 신선대는 그 옛날의 호쾌한 풍광을 많이 잃어버리고 말았다. 일제시대에 대륙의 병참기지로써 개발되기 시작한 부산항에는 인공적인 시설물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섰는데 신선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전 신선대 정상에서 바라보던 해안절벽과 해식동굴의 수려한 모습들이 컨테이너 부두라는 인공물에 의해 훼손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신선대는 부산의 5대 명물 중에서 그 원형이 가장 많이 훼손된 풍광에 속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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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풍광이긴 하지만 신선대에는 몇 가지 전설이 전해져 온다. 하나는 '용당'이란 지명과 관계된 전설이다. 신선대 주변의 산세가 마치 못을 둘러싼 용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이 일대가 '용당'이란 지명을 얻었다는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신선대를 잘라서 도랑을 만들 때 사토에서 혈흔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혹시나 혈흔이 나온 자리가 용의 심장은 아니었을까?

또 다른 전설은 최치원과 관계된 전설이다. 최치원은 자신의 개혁정책이 당시 신라 사회의 골품제도에 의해 좌절되자 모든 벼슬을 버리고 천하를 주유하는 것으로 일생을 마친 사람이다. 그는 경남북 일대를 두루 돌아다니며 많은 흔적을 남겼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해운대 해수욕장이다. 그런 최치원이 부산 해안가의 맥을 이어받고 있는 이기대와 신선대를 놓칠 리가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이곳을 유람했다는 전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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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봉우리의 무제등이라는 바위에 신선의 발자국과 신선이 탄 백마의 발자취가 있다는 전설도 전해오며, 이곳 근처에 가면 신선들이 부는 피리소리가 들려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신선대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조망성에 있다. 정상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면 일망무제로 펼쳐진 동해와 남해가 가히 일품이다. 또한 좌측에 보이는 오륙도와 정면에 보이는 영도는 눈동자를 즐겁게 하는 그림 속 풍경이다. 특히 오륙도를 경계로 하여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지점을 한 눈에 조망하는 것은 더 없는 쾌활함을 안겨준다. 뿐인가. 날씨 좋은 날에는 대마도의 허리 라인이 또렷이 보이기도 한다. 참 이상도 하지. 저렇게 가까운 대마도가 우리나라 땅이 되지 않았다니. 안타깝고 아까운 일인지고. 대마도가 우리나라 땅이 되었으면 한일 간의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르는데......

ⓒ 김대갑
낮이면 낮대로 컨테이너 화물선과 골리앗 크레인이 뿜어내는 열기가 뜨겁고, 밤이면 밤대로 휘황한 조명 아래 부지런히 움직이는 항구의 역동성이 뜨겁다. 그 역동성과 열기를 유감없이 즐기면서 부산항의 모습을 아낌없이 볼 수 있는 신선대 정상. 비록 예전의 그 웅장하고 수려한 해안절벽은 볼 수 없지만 컨테이너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풍광도 가히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밤의 풍광은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졌다고 볼 수 있다. 바다와 어우러진 항구의 야경은 그 자체로 심미적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부산항의 참 모습을 유감없이 볼 수 있는 곳---. 신선대 정상에서 상쾌한 바람을 맞이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선대#부산항#용당동#컨테이너 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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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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