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있잖아 친구야! 회사 정원에 있는 라일락나무에서 말이야. 맴맴 소리가 들리데. 가만히 생각하니 며칠 전부터 들렸던 것 같은데 오늘따라 새삼스레 느낀 거야. 살금살금 다가가니, 인기척에 소리를 뚝 그쳐 버린 매미 녀석. 한참을 살펴서 찾아냈지. 허어 고놈 참. 여기서 뭘하고 있담?
어릴 적, 녀석들을 잡기 위해서 키보다 몇 곱이나 더 컸던 나무를 겁없이 타던 생각을 하니 갑자기 오금이 콱 저리더라. 지금 내 아이가 그런 짓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매나 아찔한 거.
말총으로 잡았더랬잖아? 옛날엔 벽돌을 가득 싣고 달구지(구르마)를 끌던 말들이 많아서, 말총 구하는 것이 그리 큰일은 아니었고. 그것 아니면, 낚싯줄이었지. 생각나? 휘청휘청 하는 가느다란 싸릿대 같은 나무를 꺾어 말꼬리나 낚싯줄로 올무를 만들었지.
갑자기 엉뚱한 이야긴데…, 혹시 말고기 먹어봤어? 맛있기는 한데 굉장히 질기지. 한참을 씹어야 삼킬 수 있었지. 말이 워낙 귀한 대접을 받는 시절이니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어린 시절 먹던 그 맛이 여전한지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다. 연탄불에 구워내는 말고기…. 하하.
다시 매미로 돌아가서 말이야. 매미를 잡으려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 눈치 빠른 놈들은 일찍 도망치던 것 기억나? 으이구~ 근데…. 그냥 가는 것이 아니고, 오줌을 찍찍 지리면서 가버렸잖아. 그 오줌을 뒤집어쓰고도 녀석들 잡는 것에 왜 그렇게 사생결단을 했던 것인지. 하하…. 지금 생각하니 재밌어.
어찌어찌해서 도망가지 않고 조신하게 있는 녀석에게 도착해서 올무를 씌우면 앞다리로 올무를 밀어내고 걷어내는 녀석들이 있어서 감질나지. 대나무에 연결된 매미채만 아는 아이들이 이 소리를 들으면 우습다고 할 거야. 그자?
매미를 잡다가 으레 도착하게 되는 곳은 강이었지. 지금은 오염 때문에 멱 감는 것을 생각할 수 없는 곳도 당시에는 깨끗했었잖아? 강바닥의 진흙을 떼서 배에다가 왕(王)자를 새기거나, 손으로 고기를 잡거나, 고무신 두 개를 연결해서 배를 만들고 놀거나… 이것저것 참으로 놀이도 많았어.
늬엿늬엿 해가 지면, 옷을 챙겨 입고 납작한 돌을 주어서 양쪽 귀에다 대고 귀에 들어간 물을 빼냈더랬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때때 말라라. 아지야 꼬지야 말라라"라는 사설조의 노래를 했는데… '아지야 꼬지야'라는 말이 무슨 뜻이었을까? 난 아직도 모르겠어.
문득, 회사 옥상정원 나무에 날아든 매미를 발견하고 온갖 옛날 것에 젖어보는 나른한 오후네. 솔직히 말해봐. 매미 구경한 지가 얼마나 된 거야? 가물가물하지? 아니 너나 나나 숫제 매미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사는 거 아니던가? 잘 지내고 있지? 아이들 모두 건강하고? 일간에 한번 보자구. 매미구경 시켜줬으니 술은 자네가 사야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