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잘 알고 있듯이 사춘기 시절은 외모나 친구관계, 성적 문제 등으로 한창 예민해 있을 나이다. 사춘기 때의 큰 고민거리의 하나인 외모 때문에 학교 다니기가 싫고 사람 만나는 걸 기피하게 되고 자괴감에 휩싸이다가 끝내는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왜 외모 때문에 놀림감이 되고 그것으로 인해 좌절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는 것일까?
나는 우리가 현재 TV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외모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출연자를 비하하거나 개그의 소재로 삼거나 왕따시키는 등의 설정)이 이 고교생의 행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있어서 좋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과 그 연예인들이 하는 행동들을 현실에서 그대로 따라하는 풍조가 현 젊은 세대들에게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TV 속 재미를 위한 놀림의 대상을 우리의 청소년들은 현실세계에서도 만들어 따라하고 있다.
외모가 좀 못났으면 놀려도 되고, 욕해도 된다고 당연시하는 생각들이 그네들의 사고에 뿌리내리고 점점 커가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도 모르게 그렇게 부정적이거나 단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세뇌당하고 있는 것이다.
범위를 좀 더 넓혀 살펴보다보면 외모를 개그와 흥미꺼리로 이용하는 경우는 비단 TV에서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의 기사에서도 너무나 자주 접할 수 있다. 특정인의 외모를 부각시키고 이를 이슈화하여 흥행시켜 보려는 전략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지나간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월드컵 스타 미나나 엘프녀, 시청녀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전략은 특히 온라인상의 기사들에서 더욱더 두드러짐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탤런트에 대한 기사라면 그 탤런트가 출연중인 드라마에서의 맡은 배역에 관한 설명이라든지 연기력에, 가수라면 그 가수의 새로 나온 앨범이나 노래에 초점을 둔 기사가 더 많아야 할 텐데 검색해보면 그들의 외모나 그들 주변인의 외모에 포커스를 맞춘 기사가 더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듯 시선 끌기에 급급한 언론의 각종 보도행태들이 네티즌들 특히 청소년들의 최대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외모로 쏠리게 만들고 있다. 흥행에만 급급한 말초적이고 외모편향적인 기사의 홍수로 인해 청소년 개개인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유용한 지식과 정보, 또는 다양한 문화를 기사를 통해 접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방송과 언론이 외모를 흥행의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외모위주의 방송과 보도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어떤 파장을 주고 있는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 개선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청소년을 인도할 수 있을지도 꼭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어떤 매체든지 순기능과 역기능은 있기 마련이지만 관련된 역기능을 알면서도 모르는 채 방치하는 건 방송과 언론이라는 독립적인 권력기관으로서의 책임감과 도리를 상실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예전부터 '대한민국은 돈이면 다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왔는데 해를 넘길수록 '대한민국은 돈과 외모면 다 된다'로 바뀌지나 않을지 염려된다. 앞에 말들 대신 '대한민국은 노력하면 다 된다'라든지 '대한민국은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다 된다'는 말을 앞으로 자주 들어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은 허황된 기대일 뿐일까. 사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외모주의 공화국이 아닌 인본주의 공화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