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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글로벌 디자인 회사 텐저린의 CEO 마틴 다비셔는 '디자인은 리더십이 생명'이라고 말한다. 유행을 쫓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자, 창조적인 디자인이 갖춘 힘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둘러싸고 전 방위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과감하게 '디자인'을 선언하지 않더라도, 우리 생활에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알든 모르든 지대하다.

디자인의 역량이 산업사회 추동력이 된 지 오래지만,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과학적이고 심리적인 근거를 제공해주는 책은 여전히 귀하다.

디자인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지상현의 <디자인의 법칙>은 기초적인 개념 설명부터 바로 참고자료로 쓸 수 있는 내용까지 압축해 놓은 책이다.

감성언어와 마케팅언어를 시각언어로

디자인을 중국에서는 설계(設計)라는 글자로 번역한다. 설계는 우리말에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포함된, 디자인 업무의 성격을 잘 설명하는 단어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스타일리즘을 중시하고 기획 업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디자인 = 스타일리즘'인양 오해를 샀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제대로 된 디자인은 기획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디자인은 시각 환경과 사용 환경을 개선하여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데 그 가치가 있다면서, 추상적인 감성언어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마케팅언어가 뒤엉킨 것을 보기 좋은 시각언어로 번역하는 일이 바로 디자인이라는 것.

역사적으로 근대가 감성을 억압하고 이성에 의한 이성 존중의 시대였지만, 우리 시대는 "감성에 봉사하는 것이 이성이다"라고 확언한다. 탐미주의 시대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 파워, 기획의 파워가 중요하다.

감성과학적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몇 개의 단어들로 친근함, 서구적, 세련됨, 촌스러움, 아름다움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미지 평가 기준들을 예로 들면서 인식하기 쉬운 디자인, 심리적 욕구를 잘 이해한 디자인, 소비자와 브랜드를 잘 엮어주는 디자인에 주목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준다.

인간의 감성마저 측정되고, 계산되어 산업에 활용되는 것이 다소 탐탁찮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쩌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 돈이 되는 현실을.

이 책에는 감성의 시각화를 위해 개발된 몇 가지 스케일 가운데 가장 단순해 보이는 찰스 오스굿의 기준과 일본의 고바야시 이미지 스케일, 그리고 연세대에서 개발한 섬유 패턴 이미지 스케일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불안한 모험을 피하려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15개의 감성군과 176개의 감성어로 파악하는 고바야시 이미지 스케일과 섬유 패턴 디자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다른 영역의 디자인에도 활용할 수 있는 11개의 하위 감성군으로 정리한 연세대 스케일은 꽤 유용해 보인다. 고바야시의 기준이 보편적인 디자인 훈련에 유리한 반면, 연세대의 것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현장에서 활용하기 좋다.

두 스케일의 가장 큰 차이는 '현대적'이라는 이미지의 위치. 두 이미지 스케일을 종합하면, '모던함' 속에는 차가우면서도 유니섹스한 이미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 가지 기준을 적절히 응용하면 풍부한 의미파악이 가능해질 것은 물론, 감성과학과 심리학에 근거한 기준을 바탕으로 탄탄한 디자인 기획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창비(2006)


#디자인#텐저린#고바야시 스케일#패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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