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늦은 저녁 시간, 서울 강남구 인터파크 본사 4층 강연장에는 학부모 30여명이 모였다. 모두 맞벌이 부부라서 자녀가 학교 공부에서 뒤처질까 걱정하며 구구절절한 사연을 보내 초청 받은 이들이다.
고등학생 두 아들을 둔 황아무개(46)씨는 신청 사연에서 "엄마가 입시 제도를 잘 알아야 아이 성적을 최고로 활용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직장에 다니느라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자녀 교육 문제는 항상 엄마의 몫으로 생각하는 현실에서 여성들은 종종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 교육에 전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곤 한다.
하지만 이형미씨는 "전업주부가 되면 아이의 성적이 쑥쑥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라"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주부 재취업은 힘들 뿐만 아니라 한번 편한 맛을 들이면 다시 경쟁이 치열한 환경으로 나서기가 망설여져 그냥 가정에 안주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오히려 "제가 전업주부였다면 아이를 망쳤을 것"이라며 맞벌이 엄마의 한계를 장점으로 살릴 것을 주문했다. 그가 강조하는 첫 번째 주장은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라"는 것이다. 안쓰럽게만 볼 게 아니라 아이가 성장했을 때 큰 재산이 된다는 생각으로 책임감과 성실함을 몸에 배게 하라는 것이다. 최대한 자율성을 주되 성적 같은 목표 관리에는 엄격하라는 당부다.
이씨는 성적 관리만큼 "명문대도 고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원서를 쓸 때 보면 점수 순서대로 대학, 학과가 일렬로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대학 서열이) 없는 게 아니다"라고 교육 현실에 대한 인식을 강조했다.
맞벌이 부모들이 교육 정보에 어둡다는 고민에 대해 이씨는 도움을 줄 만한 전업주부를 사귀라고 충고했다. 매년 학기 초 학부모 총회에 반드시 참석하고 담임교사와도 친해지라는 주문이다. 다만, "학교 일에서는 전업주부들이 고수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고 저자세를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학부모 모임에서 찻값을 지불하는 센스까지 갖추면 맞벌이 엄마의 아이라고 오히려 더 친절하게 챙겨주는 게 전업주부들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학습에 관한 한 학교를 전적으로 믿지 말라고 말했다. "전교 1등부터 꼴찌까지 한 반에서 공부하는 학교 수업은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연 사교육으로 눈이 갈 수밖에 없는데, 학원은 자녀의 성적과 성향을 고려해 결정하고 특별히 뒤지는 과목은 과외가 더 효과적이라는 게 이씨의 조언이다.
입시 정보와 주요 대학 입시 요강을 훤히 꿰고 항상 메모하는 노력을 주문하는 이씨지만 후배 맞벌이 여성들에게 "슈퍼우먼의 환상은 버리라"고 강조했다. 집안일 등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정성과 시간은 돈으로 해결하라는 충고다. "자녀와 지내는 시간을 돈으로 산다고 생각하고 아까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날 강연에 참가한 사람 대부분이 취학 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30대 여성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초등학교 때 모든 게 결정된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자녀 교육을 포기해버리는 맞벌이 엄마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맞벌이 엄마의 단점을 극복하는 요령으로 제 경험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비싼 사교육비를 원망하며 자녀 교육을 포기하는 일부 엄마들을 향해 이씨는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돈 있는 학부모들이 비싼 과외를 시켜 보낼 수 있는 최고 대학은 서울 소재 중간 수준 대학일 뿐입니다. 아이가 하고자 해야 해요. 엄마들이 편한 핑계를 대고 자녀 교육을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 | 맞벌이 아빠들이 해야할 일 | | | '책읽는 습관·약속·시간엄수' 3가지 가르치길 | | | | 이형미씨는 자신의 저서에 부록으로 ‘맞벌이 가정에서의 아빠의 역할’을 소개했다. 그는 "맞벌이 가정은 아빠의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아이의 성적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전업주부에 비해 부족한 시간을 아빠의 도움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와 같은 신문기자로 일하며 지금은 신문사 편집국장이 된 그의 남편이 아이들에게 실천한 세 가지 일은 맞벌이 아빠들의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
하나, 책 읽는 습관 키워주기. 아이가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책을 읽고 스티커를 받도록 해 일정 개수 이상이 되면 사줬다. 또는 동화책을 읽은 후 퀴즈를 내 맞히면 선물을 사줬다.
둘, 약속 지키기. 아이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라고 했다. 아빠도 아이와 주말에 놀러가기로 한 약속, 선물하기로 한 약속은 철저히 지켰다. 아이는 성적을 올리기로 한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하지 못하면 당연히 불이익을 감수했다.
셋, 시간 엄수. "평생 약속 시간에 5분씩만 일찍 나가는 자세를 가져도 남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이씨 남편이 귀에 못이 박히게 강조한 말이다. 그 때문인지 아이들도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