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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한 카페에서 버젓이 기절놀이에 대한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호기심으로 기절놀이 방법들을 익혀 실제로 해보곤 합니다.
"주위의 소리는 점점 들리지 않고, 눈앞에 모든 사물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물들이 점점 빛이 나더니 눈앞에 모든 것이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았다. 몸은 너무 나른했고, 마치 꿈을 꾸는 듯 했다.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 나는 이런 경험을 했다. 친구는 의식이 없는 나를 놔주었고, 나는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살짝 부딪쳤는데, 몇 분이 지나서야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상의 글은 한 네티즌이 모 인터넷 포털 사이트 토론방에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기절놀이'에 대한 경험을 올린 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절놀이'에 대한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지난달 28일 평소 '기절놀이'를 했던 전북 군산시 모 초등학교 4학년 A(10세)군이 집 거실에서 목에 줄을 감고 '기절놀이'를 하다가 숨진 일이 발생하는 등 '기절놀이'에 대한 사망 사건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6월 전북 익산의 한 중학교에서 기절놀이를 하던 한 학생이 바닥에 쓰러지며 머리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이송되기도 했고, 제주와 대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사람 손으로 사자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술

▲ 상대편 선수에게 '리어 네이키드 초크' 기술을 사용중인 한 프로레슬러. 이런 목조르기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 홈페이지
'기절놀이'란 것이 뭘까요? 기절놀이는 종합격투기나 프로레슬링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와 유사하게 목을 조르거나 가슴을 강하게 압박하는 놀이입니다.

이들 경기를 보면 뒤에서 상대방을 품에 안는 자세로 목을 조르는 기술을 펼치는 선수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기술을 가리켜 '리어 네이키드 초크(Rear Naked Choke)'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사자와 같은 맹수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 해서 '킬링 더 라이언(Killing the lion)'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목에 감은 팔로 상대의 경동맥을 압박하여 뇌로 가는 피의 흐름을 차단해 빠르면 5초 안에 혼절시킬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종합격투기에서 최고의 끝내기 기술로 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기술들을 전국 청소년들이 '기절놀이'라는 이름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와 놀이문화 부족이 원인... 저산소증에 의해 위험한 결과 초래

박영민 인제의대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는 이와 같이 기절놀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만연하게 되는 요인에 대해 "요즘 청소년들이 학과 공부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반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놀이문화가 없다"면서 "방과 후 놀이문화가 부족하다보니 게임이나 기절놀이와 같은 자극적 놀이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려 하는 경향이 많다"고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특히 박 교수는 우리 사회에 불안·우울증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적극적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목을 조르거나 가슴을 강하게 압박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폐와 코를 연결하는 기관은 기관지 연골이 있기 때문에 약 15㎏의 힘을 가해야 차단됩니다. 하지만 뇌와 연결되는 경정맥과 경동맥에서는 각각 2㎏과 3.5㎏의 힘만 가해도 쉽게 혈류가 차단되므로 목을 조르게 되면, 우선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끊기게 되고 이를 통해 뇌에 산소공급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가슴을 세게 압박하게 되면 흉곽이 압박되어 호흡운동에 제한이 오게 됩니다. 즉 숨을 내 쉬는 것은 가능하나 들이쉬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우리 몸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지면 뇌의 생명 중추인 연수에서 호흡을 담당하고 있는 호흡중추의 신경세포가 산소 결핍에 의해 문제가 생기며 호흡마비를 일으키고 의식소실,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한편 위와 같이 목을 조르면 미주신경과 경동맥동의 압박으로 반사적인 미주신경 정지에 의해 심정지가 초래되고, 가슴을 압박하면 호흡 정지로 인한 저산소증에 의해 2차적인 심정지가 유발되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산소 결핍'으로 치명적 후유증을 남길 수도

기절놀이에 의해 발생한 '산소 결핍' 현상은 우리 몸에 악영향을 초래합니다.

우선 뇌에 가장 큰 타격을 주게 됩니다. 뇌는 단일 장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산소(약 25~30%)를 사용하고 있는데, 4분 정도만 산소가 전달되지 않아도 세포가 죽게 됩니다. 산소가 뇌에 공급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기분이 몽롱해지거나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의식이 상실됩니다.

또 뇌세포가 파괴되어 기억력 감퇴나 집중력 저하와 같이 뇌의 전반적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저산소증이 오래될수록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한편 뇌졸중과 같이 뇌로 가는 혈류의 부족으로 인해 신체의 일부 기능이 소실되기도 합니다.

저산소증은 뇌뿐만 아니고 척추로 가는 혈관의 공급도 막아 척추의 기능 손상까지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주변에서 기절놀이로 쓰러지거나 기절한 친구들이 있으면 반드시 바로 119나 1339와 같은 응급의료기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한편 저산소증의 발생은 심장과 간 그리고 콩팥의 세포에 산소 공급을 막아 세포를 괴사시키고, 결국 심장마비나 급성 신세뇨관 괴사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저산소증은 인체의 여러 장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은 기절놀이를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주변에서 기절놀이에 의해 쓰러지거나 기절한 친구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고하지 않고 멋대로 행동을 취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바로 119나 1339와 같은 응급의료기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응급의료기관에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고 응급 구조차가 오기 전까지 적절한 지시에 따른 행동을 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건전한 놀이문화 만들어줘야"... 사회적 관심·대책마련 시급

기절놀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모양입니다. 지난달(6월) 말 프랑스에서는 기절놀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캠페인에 돌입했습니다. 기절놀이로 희생한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을 중심으로 기절놀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팸플릿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으며, 교육 당국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박영민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는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해 "우선 건전한 놀이문화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며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방치되어 정신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청소년센터 등을 만들어 불안·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선별해 빨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우리도 하루빨리 기절놀이에 대한 폐해를 인식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 의학적 자문을 주신 김경수 서울 응급의료정보센터(1339)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기절놀이, #박영민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 #김경수, #응급의료정보센터,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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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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