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출생 배경과 성장 과정이 '인맥'을 좌우하게 마련이다. '검증논쟁'을 치르고 있는 이명박 예비후보와 박근혜 예비후보는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박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을 입고 정치권에 입문해 '청와대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반면 이 후보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30대에 현대건설 사장에 올라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등극한 뒤 '대권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한 차이만큼 두 후보를 둘러싼 인맥의 면면도 사뭇 다르다.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혼맥을 이어받아 정·관·재계 등에 화려한 인맥(6월 28일자 기사 참고)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인맥은 그의 성공신화에 비해 소박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가족의 희망'이었던 작은형(이상득 현 국회 부의장)과 딸의 혼맥을 통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물론, 삼성·LG·대림 등 국내 대기업들과도 연결돼 있다.
남동생 상필씨 제외한 5남매,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
이 후보는 이충우-채태원씨 사이에서 4남 3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이 후보의 7남매는 장녀 귀선, 장남 상은, 차남 상득, 차녀 귀애, 3남 명박, 3녀 말분(윤진), 4남 상필씨 등이다. 이 중 누이 귀애씨와 남동생 상필씨는 6·25 전쟁 중 미군 폭격기의 포탄을 맞고 사망했다.
부친 이충우씨는 경북 포항의 가난한 농사꾼 집안 출신이다. 그는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두 형과는 달리 농지를 물려받지 못했다. 이 탓에 젊었을 때부터 고향을 떠나 목축 일을 배우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1935년에는 일자리를 찾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갔다. 잠시 한국에 돌아와 채씨와 결혼한 뒤엔 또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오사카에서 상필씨를 제외한 6남매를 낳았다.
이 후보의 부친은 1981년 12월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으로 일할 때 작고했다. 이 후보는 그의 회고록 <신화는 없다>(1995)에서 "아버지를 통해 양심을 속일 수 없는 사람은 원리 원칙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상하고 있다.
모친 채태원씨는 이 후보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후보가 자신을 기른 스승이 '가난과 어머니'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수필집 <어머니>(2007)에서 "어머니는 뻥튀기·풀빵 장사를 할 때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해지는 법을 깨닫게 했다"고 전했다.
채씨는 1964년 12월 숨을 거뒀다. 이 후보가 한일회담 반대 6·3시위 주동자로 몰려 5개월간의 형무소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뒤 2개월이 채 안 됐을 시점이다.
그런데 이 후보의 출생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면서 '일본인 모친설'까지 나돌았다. 일부 언론 등에서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이 후보의 출생지를 '경북 포항'이라고 기재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이 후보는 "그것은 우리 어머니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가족의 희망' 작은형을 통해 재벌가와 인맥 구축
이 후보의 큰형 상은씨는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인 ㈜다스(구 대부기공) 회장이다. ㈜다스는 상은씨와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1987년 일본 후지기공의 기술을 이전받아 공동 설립한 자동차부품 업체다. 상은씨는 지난 98년 일본 후지기공으로부터 다스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스는 현재 '권력형 개발 비리' 의혹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이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2002~2006) 뉴타운 개발 사업에 참여, 250억 원의 부동산 차익을 올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스의 실질적 소유주가 이 후보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작은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이 후보는 재계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인생경로를 걸었다. 두 사람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으로 각각 서울대 경제학과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 후보는 <신화는 없다>에서 작은형을 "수재, 우리 가족의 희망"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의원은 코오롱그룹 사장(1979~1983)을 거쳐 1988년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사무총장·최고위원 등을 거치며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현재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이 후보는 일찍 정계에 몸담은 이 의원의 혼맥을 통해 삼성·LG·대림 등 우리나라 대표 재벌가와 연결된다.
이 의원은 부인 최신자씨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뒀는데, 장녀 성은씨가 구자두 LG벤처투자 회장의 아들 구본천 LG벤처투자 사장과 결혼했다. 이 후보가 작은형인 이 의원을 통해 LG가와 사돈관계를 맺는 셈이다.
이 후보는 LG가와의 혼맥을 통해 다른 재벌가과도 두루 연결된다. 예를 들면, 이 후보의 사돈인 구자두 회장의 셋째형은 자학씨다. 자학씨의 부인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전 회장의 딸 숙희씨다. 또 구자두 회장의 여동생 자혜씨는 대림그룹 창업자 이규덕 전 회장의 며느리다. 이 후보가 삼성·대림가와 몇 다리 건너 인척이 되는 셈이다.
이 후보의 큰 누나인 귀선씨는 평범한 주부로 남편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동생 말분씨의 남편도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한다.
검사 출신 대기업 간부, 의사, 재벌가 아들을 사위로 둬
이 후보는 1970년 현대건설 이사로 승진한 뒤 부인 김윤옥(61)씨와 결혼했다. 김씨는 같은해 2월 이화여대 사범대학을 졸업했다. 이 후보는 동지상고 은사의 중매로 김씨를 만났다. 이 후보를 아끼던 영어교사가 친구 여동생을 소개시켜 준 것이다.
김씨는 공무원이었던 김시우씨와 최덕예씨 사이에 3남 3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현재 이 후보의 '차명재산' 의혹을 둘러싸고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김재정씨는 윤옥씨의 남동생(막내)이다.
김씨는 이 후보의 첫째 형 상은씨와 ㈜다스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회장으로 재직하던 1982~1991년 사이 전국 47곳 땅 224만㎡(67만여 평)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의 손위 동서인 황병욱씨(윤옥씨의 큰 언니 정혜씨의 남편)는 은퇴한 언론인 출신이다. 또 다른 손위 동서인 신기옥씨(둘째 언니 숙혜씨의 남편)는 건축자재업을 하고 있다.
이 후보 부부는 슬하에 장녀 주연(37), 차녀 승연(35), 3녀 수연(33)씨와 막내 아들 시형(30)씨 등 1남 3녀를 두고 있다. 이 후보가 건설 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데 비해 세 딸은 모두 예술을 전공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주연·승연씨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서 기악을 전공했고, 수연씨는 이화여대 미대를 나왔다. 외아들 시형씨는 최근 미국의 한 대학을 마치고 귀국해 국내 한 외국계 은행에 취직했다.
이 후보의 세 딸은 모두 결혼했다. 이 후보의 큰 사위이자 주연씨의 남편인 이상주(38)씨는 현재 삼성화재 법무담당 상무보다. 이씨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 뒤 검사로 임용돼 부산·수원지검에서 근무하다 2004년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겼다. 이씨는 미 하버드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에서도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둘째 사위이자 승연씨의 남편 최의근(35)씨는 서울대 의대 내과 전문의다. 최씨 부친인 최윤식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내 의학계에서 순환기내과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3녀 수연씨는 2001년 9월 조현범(36) 한국타이어 부사장과 결혼했다. 조 부사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미국 보스턴대를 졸업하고 국내 증권사에서 경력을 쌓은 뒤 97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 | 이명박 혼맥도, 이회창-권노갑으로 이어진다 | | | 3녀 수연씨 통해 재벌가와도 연결돼 | | | | 지난 2001년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셋째 딸 수연씨와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결혼은 유력 정치인가과 재벌가(효성그룹)의 혼사라는 점에서 화제를 뿌렸다.
당시 이 후보는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미래경쟁력 분과위원장으로서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후보의 사위인 조 부사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으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효성가(家)는 SK, 고려산업 등 국내 재벌가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봉서 전 부총리 등 정·관계에 걸쳐 막강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후보로서는 효성가를 사돈으로 맞아들임으로써 막강한 정·재계 쪽과 인맥을 쌓은 셈이다.
효성가와는 직접 사돈... 둘째형 통해서도 재벌가와 연결
이 후보의 사돈 조양래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조석래 회장은 지난 3월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됐다. 조 회장이 유력 대선주자의 사돈이라는 점에서 그의 회장 선임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후보는 효성그룹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연결된다. 이 후보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부사장의 사촌형이 조현준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아들)인데, 조현준 부사장은 전 전 대통령의 3남 전재만씨와 동서지간이다. 이 후보와 전 전 대통령이 두 다리 건너 사돈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와 노 전 대통령도 사돈지간이다. 혼맥도를 이어보면 다음과 같다. 이 후보의 사돈인 조양래 회장의 친형이 조석래 회장이다. 조석래 회장은 신명수 전 신동방 회장과 동서지간이다. 그런데 신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신정화-노재헌)를 맺고 있다. 또 최태원 SK 회장(노소영씨의 남편)은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 때문에 이 후보는 최 회장과도 혼맥을 통해 연결돼 있다.
이 후보는 이회창 전 총재와도 연결된다. 이 후보 사돈(조양래 회장)의 형인 조석래 회장 덕분이다. 즉 조석래 회장의 손윗동서인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이 이 전 총재와 사돈(이 전 총재의 아들 이정연-이원영)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권노갑 전 의원과 연결돼 있는 점도 흥미롭다. 이 후보의 사돈(조양래 회장) 동생인 조욱래 동성개발 회장은 홍준기 삼공개발(신라컨트리클럽) 회장과 사돈지간(홍석융-조윤경)이다. 그런데 홍준기 회장이 권 전 의원과 사돈관계(권태민-홍지연)를 맺고 있다. 세 겹의 사돈관계를 통해 이 후보와 권 전 의원이 이어지는 것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