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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한국판 1권
<형제> 한국판 1권 ⓒ 휴머니스트
<형제>(최용만 역)는 우리나라에서 3권으로 번역됐지만 중국에서는 2권으로 출간됐다. 사실 중국 책 250페이지 정도를 번역하면 우리나라에서는 350페이지에서 400페이지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3권으로 번역해도 한 권 한 권이 두툼할 정도니 3권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3권으로 번역해도 변곡점이 정확한 만큼 큰 무리가 없다.

1권은 문혁 시대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 1966년부터 1976년까지로 표기하는 문화대혁명은 쉽게 풀어내기 힘든 복잡한 시대다. 끝난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이니 그리 멀지 않은 시대다. 상대적으로 남쪽 나라 베트남에서는 전쟁이 있는 시대기도 했다.

작가가 이 시기를 쓰면서 욕지기 나는 단어와 장소와 상황을 만든 것은 그런 단어가 아니면 설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 주인공 이광두는 공중 화장실에서 담 너머에 있는 여자들의 은밀한 곳을 보기 위해 남자 화장실의 발판 사이에 머리를 집어넣고, 구더기들과 키스할 정도로 얼굴을 숙여서 반대편에서 볼일을 보는 여자들의 엉덩이를 본다. 동네의 킹카 임홍의 엉덩이의 가장 중요한 곳을 보려는 순간 화장실에 들어오는 조시인에게 붙잡혀 결국 동네에서 도리질을 당한다.

하지만 임홍의 엉덩이를 봤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광두는 당시로는 상상도 못할 삼선탕면을 수십 그릇 먹는 영화를 누린다. 그가 본 임홍의 엉덩이 부분을 설명해 준 대가로 그 귀한 음식을 대접받기 때문이다.

앞에서 애써 우스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 뿐 문화대혁명은 상상 이상의 비극성이 내포된 시기다. 여자 화장실을 훔쳐볼 뿐 아니라 전봇대에 대고 자위를 하는 습관을 배운 이광두의 엄마 이란은 역시 홀아비인 송범평과 재혼한다. 송범평은 여자 화장실을 보다가 화장실에 빠져 죽은 남편을 건져내 장사를 치러준 중학교 선생으로 큰 은인인데, 그의 부인이 죽은 후 감사를 위해 찾아온 이란과 눈에 맞아 재혼한다.

이란에게는 '이광두'가, 송범평에게는 '송강'이 딸린 자식인데 피하나 섞이지 않은 둘은 형제가 된 것이다. 과거에 아버지가 지주였던 송범평은 소설 속에서 가장 의로운 인물이자 비극적인 인물이 된다.

지주 계급으로 몰려서 비판을 받는 송범평은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다가 자신이 목에 맨 '지주 송범평'의 앞글자가 '지상의 모 주석'에 있는 글자와 같다는 불경한 표현을 하고, 결국 이것이 이광두의 입에서 흘러나오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비극이 벌어지는 광기의 시간은 송범평과 이란의 죽음으로 끝난다. 서로 행복을 느꼈던 송범평과 이란이 만들어준 형제는 이후 책의 제목처럼 끈끈한 형제가 될 것 같다.

문혁보다 더 비극적인 일은?

<형제> 중국판 1권 표지
<형제> 중국판 1권 표지 ⓒ 상해문예출판사
하지만 두 형제는 이광두가 엉덩이를 훔쳐봤던 동네의 킹카 임홍을 앞에 두고 결국 갈라선다. 이광두는 머리가 커지자 임홍을 좋아해 노골적으로 애정을 표시하지만, 임홍은 그를 벌레 보듯이 하고, 오히려 형인 송강을 좋아한다. 결국 송강은 자살 해프닝까지 치르고는 임홍과 결혼하기로 결심해 이광두와 살던 집을 떠난다.

그리고 그때는 새로운 시대다. 문혁 기간이 돈을 철저히 터부시된 시간이라면 문혁이 끝나고 3∼4년 만에 시작된 개혁개방시대부터 지금까지는 철저히 돈에 대한 숭배가 시작된 이상한 시간이다. 임홍과 형까지 잃어버린 이광두는 한 번의 사업실패를 거친 후 폐품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얻는다.

이후 벌이는 사업 아이템 가운데는 미녀대회 등 각종 기괴한 일들도 있다. 사실 이 소설이 중국에서 160만부 이상 팔리는 거대한 반향이 일었지만 다양한 비판이 일어났던 것은 바로 이런 적나라한 소재들 때문이다.

미녀대회에 온 여성들을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잔다거나 일회용 처녀막을 판다거나 하는 기괴한(혹은 실제적인) 일들을 소재로 만들었다. 거기에 최후에는 이광두가 형수인 임홍과 자는 등 내용은 극단으로 치닫고, 결국에는 송강은 자살한다. 극단적인 소재와 스토리로 인해 위화는 문단에서 다양한 눈총을 받기도 한다.

위화는 도대체 왜 이런 소재를 택했을까.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위화는 "도대체 중국인들의 삶이 이보다 덜 리얼하단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지주와 지식인으로 몰려서 치도곤을 당한 것이 불과 수년 전인데, 모두가 돈에 노예가 된 것처럼 돈을 좇아가는 모습을 누가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위화의 소설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굳이 사회학적인 접근 같은 거창한 용어를 쓰지 않아도 우리는 위화의 소설을 통해 중국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하나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있었던 광기와 같았던 문화대혁명 시간이다.

약 40년이 흘렀으니 문혁 시작인 1966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7살)이 이제 48살이 됐다. 대학에 들어간 사람들(19살)은 이제 환갑이다. 그때 대학에 들어간 이들이 이제 중국 정치의 핵심인 상무위원급의 나이고, 간부들은 당시 초등학생이였다.

그 다음의 딜레마는 무조건 추구된 부의 세대들이다. 1980년부터 시작된 개혁개방은 극에 달했고, 지금은 그 절정을 치닫고 있다. 노동자든 농민이든 모두 배움의 기회를 상실한 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은 성장했고, 아이를 낳은 후 부모들한테 아이를 맡기고 도시로 가서 민공이 되어 돈을 벌어야 했다.

그 아이들은 이제 자라나 10대를 넘기고 있다. 도시로 떠난 아이들의 부모 가운데 횡재를 한 이도 있겠지만 절대다수는 10년째 월 100불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다. 물론 그들은 내가 태어난 곳이 농촌이니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자기가 월 100불을 받고 일하는 식당에서 한 끼에 수천불을 쓰는 이들을 봐도 무심경한 것 같다.

이런 시대가 10년이 지났을 때는 어떨 모습일까. 신분과도 같은 호구(戶口)와 돈을 가진 도시의 아이들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농촌의 아이들이 자라나는 10년 후 중국의 모습을 사실 작가는 상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보르헤스나 마르께스 같은 이들이 쓰던 생경한 스토리와 표현이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화의 이번 신작 <형제>는 소설을 넘어서 사회학 교과서 같다는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또 이후에 위화가 무엇을 소재로 할 수 있을지가 자못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중국문화웹진 노마드(http://cafe.daum.net/chinaalja)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푸른숲(2017)


#형제#위화#문혁#중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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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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