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는 사회관계, 학습, 인지, 기억, 동기부여와 감정, 정신생물학 등으로 나누어 일반인들이 교양으로 알아두면 좋을 심리실험들을 다룬다.
특히 '기억'에 대한 부분은 흥미롭다. 인간은 어떻게 기억하는 것일까? 이러한 기억의 시스템에 접근하고 있는 두 사람의 심리학자를 만나게 된다.
에빙하우스는 '마음'을 '요소들 사이의 연상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로 보았다. 그리고 '하나의 연상이 그 이후로도 이용 가능한 상태로 남은 것'을 기억이라 불렀다.
그는 제로의 상태에서 구축되는 기억을 연구하기 위하여 의미가 없는 단음절의 단어 목록(기존의 것과 어떤 결합도 이루어지지 않는)을 가지고 이에 대한 기억의 강도를 시간적 간격을 두어 측정하였다. 그 결과 무의미한 단음절 단어들에 대한 기억력은 암기한 직후에 급속히 떨어졌다가 그 후로는 서서히 떨어진다는 사실(단어와 단어 사이에 연상이 형성되는 것을 요인 중의 하나로 들 수 있을 것) 즉 '망각곡선'을 얻을 수 있었다.
바틀렛은 이와는 반대로 의미 없는 재료가 아닌 '의미 있는' 재료를 선택하였다. 그는 일례로 실험 대상자들에게 다양한 그림들을 매우 짧은 시간에 보여준 후 이를 그들에게 묘사하거나 그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한 편의 이야기를 읽게 한 후 이를 다시 떠올려보라 요구하기도 하였다.
이 결과 얻은 것은 인간은 "새로운 인풋이 들어올 경우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나 이미지에 그것을 연결시킨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인풋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익숙한 어떤 '도식'이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다는 얘기다.
분명히, 일상의 이벤트를 지각하고 기억하는 일은 감각에 의한 수동적인 등록만은 절대로 아니다. 일상의 사건들이 우리에게로 들어오면, 마음이 그것들을 맞으러 전면으로 나선다. 말하자면 그 사건들을 분류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책 224쪽)
나아가 인간의 기억 체계에는 단기기억이나 장기기억 외에도 즉시적인 기억에서 장기적인 기억으로 옮겨주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바로 이러한 또 다른 정신작용으로 서술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 명시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을 들고 있다. 서술적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말하게 하거나 설명하게 할 때 사용하는 기억이고 절차적 기억은 자전거를 타는 방법이나 퍼즐을 푸는 방법 등 어떤 방법을 기억할 때 사용하는 기억이다. 또 명시적 기억은 자각하고 있는 기억이며 암묵적 기억은 은연중에 영향 받는 기억이다.
간혹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이를 까먹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다가 전화기로 다가서는 순간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든가 하는. 이 책에 의하면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이 기억할 수 있는 단기기억의 최대 용량은 '매직 넘버 7,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 2'라고 한다(이에 비하여 장기 기억은 무한하다). 더욱이 단기기억은 그야말로 단기적이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짧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망각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소멸하는 것(단기 망각의 소멸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꽉 차다보니 떠밀려나가는 것(단기 망각의 간섭 이론)이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후자 쪽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기 망각의 주요한 요인은 새 정보의 사라짐이 아니라 다른 정보들의 간섭이라는 결론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는 기간에 어떤 제한이 있다기보다는 우리가 간직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 어떤 제한이 있다는 식으로 들린다. - 책 243쪽
인간은 왜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고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동조의 근원에는 자신의 의견이 공개된다는 사실이 작용하고 있음을 이 책은 알려준다. 실제로 공개적 발표가 아닌 비공개적인 글로 유도했을 경우에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대다수가 찬성하는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반대자가 나올 경우에는 6%에서만 다수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그 집단에 반대자가 한 사람도 없을 경우에는 32%가 다수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임).
동조를 야기하는 힘을 약화시키는 데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할 필요까지는 없다. 단지 그 집단의 만장일치가 깨어지기만 하면 된다. - 책 59쪽
이 밖에 개인적으로는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떠올리게 했던 인간의 합리성을 의심케 하는 심리실험과 자제력은 '자질'이 아닌 '기술'이라는 것, 분할뇌 환자에 대한 심리실험 들도 관심 있게 읽었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더글라스 무크 / 옮긴이: 진성록 / 펴낸날: 2007년 5월 25일 / 펴낸곳: 부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