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간 곳은 두 번째 목적지인 응고롱고로(Ngorongoro) 분화구다. 우리는 마니아라 캠핑장에서 사파리차를 출발시키기 위해 모두 내려 차를 밀어야 했다. 우리가 탄 사파리 차량은 10년이 훨씬 넘은 미국산 랜드로버 중고차인데 충전지가 약해서인지 시동을 걸 때는 항상 사람들이 이렇게 차를 밀어야 했다. 그나마 시동이 걸리면 중간에 고장은 나지는 않아 사파리를 무사히 마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붙어 있는 응고롱고로 보호구역 안에 있다. 이 보호구역 안에는 분화구뿐만 아니라 올두바이 계곡, 라에톨리 유적지, 마사이 부족 마을 등이 있는데, 올두바이 계곡과 마사이 부족 마을은 마지막 날 돌아오는 길에 가기로 했다.
40여분 정도 달리자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의 로도아레(Lodoare) 공원 매표소가 나왔다. 응고롱고로 분화구의 고원지대는 해발 2200m나 되어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고원의 오르막 언덕길은 5m 앞도 안 보일 정도로 뿌옇게 낀 안개로 사파리 차량도 전조등을 켜고서 달린다.
매표소에서 30여분 정도 달려 고원지대에서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중간에 캠핑장으로 들어갔다. 스와힐리어로 사자라는 의미의 심바(Simba) 캠핑장이다. 우리가 사파리를 한 뒤 하루 묵을 장소이다.
만화영화와 뮤지컬로 유명한 <라이언 킹(The Lion King)>의 주인공인 어린 사자의 이름이 심바인 것도 아프리카 사람들이 사자를 심바로 부르는데서 따온 것이다. <라이언 킹>은 지난 1994년 처음 미국 월트디즈니사에 의해 만화영화로 만들어진 뒤 텔레비전 연재물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는 등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동물들의 백화점 응고롱고로 분화구
응고롱고로 분화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심바 캠핑장의 한 가운데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캠핑장에 텐트를 친 뒤 침낭, 배낭 등을 내려놓은 뒤 사파리 차량은 분화구 속으로 내려갔다.
응고롱고로 분화구로 내려가는 길은 험한 굽잇길이어서 아찔하기도 하면서 비탈길을 따라가면서 바라보는 다양한 분화구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탈길의 높이와 위치에 따라 아래 분화구의 모습이 다르게 비쳐지기 때문이다.
분화구의 깊이가 610m나 되니 차량은 순식간에 분화구 밑으로 빨려가는 느낌이다. 한쪽의 넓이가 거의 20km에 달하는 응고롱고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분화구중의 하나이다. 화산의 용암이 분출한 화구가 내려앉으면서 넓은 분지처럼 땅이 형성된 곳이다. 한눈에 오랜 옛날 화산이 뿜어져 나온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화산활동의 현장 교육장이다.
분화구 주변으로는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다. 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보니 응고롱고로 분화구 안에는 호수와 늪지대, 초원과 작은 수림이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동물만 사자와 표범, 코끼리, 물소와 기린, 가젤, 누 등을 합쳐 모두 2만5000여 마리.
누 떼와 공존하는 마사이족의 소
분화구 아래로 내려오는데 언덕 중턱에 붉은 천을 어깨에 두르고 막대기를 든 마사이족들이 양과 소 떼를 몰고 가고 있었다. 흙과 풀로 지은 마사이 집 10여 채도 보인다. 응고롱고로를 비롯한 세렝게티 초원 전체가 애초 마사이족의 지역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여분 정도 비탈길을 타고 내려오자 언덕 정상에 끼었던 안개가 완전히 젖히면서 햇볕이 쨍쨍 내리쬔다. 분화구 능선에는 나무가 우거졌으나 분화구 아래는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여서 그런지 누렇게 마른 풀들이 많고, 듬성듬성 푸른 풀들이 보일 뿐이다.
분화구 안의 호수는 멀리서보니 하얀 소금호수가 되어 있었다. 호수의 물이 증발해 물은 전체 호수 면적의 1/10정도 밖에 안 되고 그 가장자리로는 하얀 소금이 쌓여 있었다.
분화구 아래로 막 내려가자 우리를 맞는 것은 동물이 아니라 마사이족이다. 마사이족 청년 7~8명이 여행객들에게 목걸이 등 장신구를 팔려고 몰려들었다. 그들은 돈을 받고 함께 분화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소금호수처럼 하얗게 보였던 호수 주변에는 수천마리의 누 떼들이 물을 마시러 몰려들고 있었다. 마사이족 청년들도 소 떼를 호숫가로 몰고 가 물을 먹이고 있었다. 누 떼와 마사이족의 소가 초원에서 한데 어울리자 마치 가축시장처럼 북적북적 거렸다. 분화구 한 가운데에 있는 마가디 호수이다.
누(Gnu)는 소의 뿔과 염소의 수염, 말의 꼬리 등 여러 동물의 특징이 합쳐져 만들어진 '퓨전 동물'로 유명하다. 누의 또 다른 이름인 윌드비스트(wildebeest)는 독일어와 남아공 태생의 네덜란드계 백인들이 쓰는 아프리칸스어의 혼합물로 '야수'를 의미한다. 누는 응고롱로고와 세렝게티 초원에서 얼룩말과 함께 가장 흔한 동물이다.
하이에나 앞에 쓰러진 어린 누의 운명은...
누 떼가 길을 가로질러가자 사파리 차량들도 줄줄이 멈춰서 기다려야 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에서 보던 대규모 아프리카 동물 무리를 보니 사파리다운 사파리를 하는 느낌이 든다. 누 떼들은 물과 풀을 찾아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데, 새끼 한 마리는 지친 듯 흙구덩이에 주저앉아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굶주림이든 갈증이든 강렬한 햇볕에 지친 것이든 누는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면 사자나 하이에나의 먹이가 될 것은 뻔하다.
실제로 누 떼 뒤에는 그들을 쫓는 하이에나 세 마리가 있었다. 다른 동물이 사냥한 죽은 고기나 썩은 시체를 먹어 '초원의 청소부'로 불리는 하이에나의 눈은 굶주린 야수의 눈빛 그것이었다. 하이에나는 힐끔힐끔 우리가 탄 사파리 차량을 바라보기까지 한다.
하이에나는 혼자서는 제대로 사냥은커녕 청소부 역할도 못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가기 바쁜 겁쟁이여서 떼로 무리지어 다니면서 먹잇감을 낚아챈다. 하이에나 네 마리면 사자 한 마리를 감당할 수 있다. 포식동물 중에서 가장 집단의식이 강한 것이 바로 하이에나이다. 지금 누 떼를 쫓는 하이에나도 3마리가 한조를 이루고 호시탐탐 허점을 노리고 있었다.
하이에나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암컷의 생식기가 수컷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생식기의 모양이 비슷하니 암수 구분이 쉽지 않다.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암컷의 음핵이 수컷의 생식기처럼 커져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생식기 끝 부분의 모양을 자세히 보면 암수의 차이가 있지만.
하이에나의 또 다른 특징은 똥 색깔이다. 하이에나의 똥은 대부분 흰색인데, 그것은 동물의 뼈를 먹어 치워 소화시키기 때문이다. 암컷이 수컷보다도 크고 집단의 우두머리도 암컷이 차지하는 등 포식자 중에서 재미난 동물이 바로 하이에나이다.
하이에나는 더러운 고기를 먹다보니 부정적으로 비쳐지지만 실제는 대초원의 환경 보호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파수꾼이다. 하이에나와 함께 초원의 3대 청소부는 역시 사자가 먹다 남긴 고기를 먹는 자칼과 대머리독수리(Vulture)이다. 이들은 단순한 야생의 기생동물이 아니라 썩은 시체를 청소함으로써 기생충과 질병유발을 예방하고 토양오염을 막아주는 위생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도로 한 가운데에 앉아 사파리 차량 가로막은 사자
우리는 쓰러진 새끼 누의 운명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차를 움직여야 했다. 우리 차보다 앞서가던 사파리 차량 세 대가 한 곳으로 몰려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차량의 운전사도 무언가 낌새를 채고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차량들이 모여 있는 곳은 언제나 희귀한 동물들이 있다는 것을 운전사들은 알고 있다.
차량들이 몰려 있는 곳에는 한 가족으로 보이는 사자 다섯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갈기가 있는 수컷 한 마리와 암컷 한 마리, 그리고 새끼 세 마리가 보였다. 암컷 한 마리는 아예 사파리 차량이 다니는 길 위에 배를 깔고 누워 있고, 다른 네 마리는 풀숲에 누워 쉬고 있었다.
길 위에 누워 있던 암사자는 사파리 차량이 1m 가량 가까이 가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가려면 돌아가라'는 식의 당당한 태도이다. 사파리 차량을 쳐다보는 사자의 눈은 자신의 영역에 허락도 없이 왜 함부로 들어왔냐며 노려보는 듯한 표정이다.
한동안 눈만 또렷이 쳐다보며 움직이지 않던 사자가 슬금슬금 일어나더니 움직인다. 그런데 다른 무리가 있는 풀숲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여행객의 사파리 차량의 뒷바퀴 쪽으로 오더니 바퀴에 기대어 털썩 앉아버리는 것이다.
사파리 차량의 밑으로 그림자가 생기자 그늘을 찾아 온 것이다. 백수의 제왕인 사자도 강렬한 햇볕에는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늘이 그리운 것이다. 햇볕을 피하고 싶지만 사바나 초원에서 사자라고 그늘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행객들에게는 좋은 사진거리이다. 여기저기 사파리 차량을 타고 온 여행객들이 바퀴 밑에 기대로 쉬고 있는 암사자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에 바쁘다. 연인 사이인 듯한 서양인 여행객의 남자는 여자 애인의 얼굴과 바퀴 밑의 사자 모습을 한 컷에 담기 위해 다리를 높이 쳐들고 위에서 아래로 사진기 초점을 맞추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누와 얼룩말, 톰슨가젤이 어울려 사는 진짜 이유
마가디 호수를 돌아서 가자 얼룩말이 떼를 지어 풀을 뜯고 있었다. 어떤 얼룩말은 땅에 벌렁 드러눕더니 샤워하듯이 흙에 온 몸을 비벼 된다. 몸에 붙은 벌레가 곤충, 진드기, 파리, 모기 등을 떼어내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얼룩말도 벌렁 드러눕는다.
얼룩말 뒤로는 누 떼들이 사이좋게 어울려 풀을 뜯거나 놀고 있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와 세렝게티 초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누와 얼룩말, 톰슨가젤이 한데 어울려 있는 모습이다.
같은 초식동물인데도 먹이싸움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뜯어먹는 풀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얼룩말은 되새김 기능이 있어 크고 넓은 풀과 거친 풀을 주로 먹는데 반해, 누는 넓은 입으로 짧은 풀을 먹고, 톰슨가젤은 좁은 주둥이로 새싹을 주로 먹는다. 먹이의 차이가 이들 사이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동물의 역사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서도 먹이를 놓고 싸우는데 평화가 찾아올 리 없다.
초원에 있는 타조는 훨씬 더 커 보인다. 키가 2.5m나 되는 가장 큰 새인 타조의 걷는 모습은 성큼성큼 걷는 어른의 걸음걸이와 같다. 타조는 수컷은 검정색이고 암컷은 회갈색이어서 색깔을 가지고도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 타조는 날개가 퇴화하여 날 수 없지만, 달리는 속도는 시속 90km로 총알과 같이 쏜살같이 날아간다.
초원에 서 있는 한 마리의 코끼리도 덩치가 집채만 하다. 사파리 차량보다도 큰 코끼리이다. 사바나 초원에는 커다란 나무도 없어 동물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는 잣대를 찾을 수 없다. 가장 쉬운 방법은 타고 온 사파리 차량으로 가까이 다가가 차의 크기와 동물의 크기를 비교해보는 방법이다.
톰슨가젤도 보이고, 물소도 있고, 코뿔소도 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에서는 기린을 제외하고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보던 거의 모든 동물들을 다 볼 수 있다.
플라밍고 분홍빛 이유는 붉은 해조류 먹기 때문
마가디 호수에는 수백 마리의 플라밍고가 물속에서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었다.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니아라 호수 보다는 많은 플라밍고를 볼 수가 있었다. 온천이나 뜨거운 물에서도 살기 때문에 '불새'라고도 불리는 플라밍고가 분홍빛을 띠는 것은 카로틴(Carotene)이라는 붉은 색소 성분이 있는 민물 해조류를 먹기 때문이다.
카로틴은 당근 등에 들어 있는 붉은 색을 띠게 하는 탄수화물을 말한다. 하얀색을 띠던 플라밍고 새끼들이 어른이 되면서 붉은 색으로 바뀌는 것도 바로 해조류를 먹으면서 색깔이 변하기 때문. 아름다운 붉은 색의 플라밍고로 자라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년 정도이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나오는 비행기를 따라 하늘을 나는 플라밍고는 실제로 하룻밤 사이에 600km나 이동하는 장거리 비행 선수이다.
여행객 도시락 노리며 하늘 맴도는 독수리
소금호수를 지나 달려간 곳은 고리고르(Gorigor) 늪지대이다. 작은 연못 같은 물웅덩이에 는 10여 마리의 하마가 물속에서 눈과 코만 내놓고 놀고 있었다. 가끔 "푸~익"하는 소리와 함께 물을 내뿜고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한번 물속으로 들어간 하마는 4~5분은 잠수했다 숨을 쉬기 위해 고개를 내밀었다.
늪지대 주변으로는 푸른 잡초와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나무가 자란 곳은 레라이(Lerai) 수림지대이다. 그 옆으로 여행객들이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레라이 피크닉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디에 그 많은 사파리 차량들이 있었는지 30여대의 차량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몰려들었다.
하마가 있는 물웅덩이 근처에 커다란 나무가 몇 그루 있어 사람들이 나무 그늘 밑에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근처에는 남녀 화장실도 각각 두 곳이나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 운전사는 미리 준비한 닭고기와 토스트, 바나나 등이 들은 도시락을 나줘 주면서 가능한 차량 안에서 먹고 나가라고 충고했다.
운전사는 "대머리 독수리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오거나 사바나원숭이들이 숲 속에서 갑자기 달려들어 도시락을 낚아채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위에 원숭이는 보이지 않는데, 하늘을 쳐다보니 정말 네 마리의 커다란 독수리가 우리 머리 위를 빙빙 돌면서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다. 우리는 차량 안에서 도시락을 먹은 뒤 밖으로 나와 하마를 보면서 쉬었다.
강렬한 햇볕에도 먹이를 찾는 코리-부스타드 새
점심을 먹고 오후 세 시쯤 다시 사파리에 나섰다. 오전에 풀을 뜯어 먹느라 정신이 없던 누 떼들은 햇볕에 지친 듯 누런 풀밭에 텁석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무릎을 꿇어앉은 자세처럼 앞다리를 땅에 꿇고 쉬고 있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강렬한 햇볕과 가뭄은 포식동물이든 초식동물이든 어떤 동물도 이겨낼 수 없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이다.
덩치 큰 동물들이 지쳐버려 기진맥진하는 반면에 햇볕이 내리쬐는 초원에서 열심히 도마뱀이나 씨앗을 찾고 있는 새 한 마리가 있었다. 야생의 칠면조 같이 생겼다하여 들칠면조라고도 불리는 코리-부스타드(Kori-Bustard, 느시)였다. 언뜻 보면 비서새(Secretary Bird)하고 비슷한데, 크기가 다소 작고 다리도 짧고 색깔도 갈색이어서 흰색과 검정색인 비서새와 차이가 났다.
혹멧돼지도 엉덩이만을 보이면서 어디론가 가고 있다. 가는 동안에도 코를 땅에 대고 킁킁거리면서 먹이를 찾는 모습이 천상 먹성 좋은 돼지이다. 못생긴 얼굴의 혹과 삐죽 삐져나온 송곳니를 보이기 싫어서 인지 우리에게 얼굴은 보여주지 않고 엉덩이만 보여준다.
응고롱로고 분지는 사시사철 물과 초원이 있어 수많은 동물들이 사는 어울려 사는 동물의 천국이자 동물의 백화점이다.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세렝게티 초원의 동물들과 달리 이곳 동물들은 대부분 평생을 응고롱고로 분화구에서 살아간다.
심바 캠핑장으로 돌아온 사파리 차는 이틀간 같이 다녔던 프랑스 할머니와 영국 대학생 세 명을 아루샤까지 데려다 주고 새벽에야 돌아왔다. 이들은 케냐의 마사이마사 국립공원에서 3박4일짜리 사파리를 한 뒤 탄자니아 아루샤에 와서는 마니아라 호수와 응고롱고로 분화구 만 구경하는 1박2일짜리 사파리를 신청했던 것이다. 나는 혼자서 2박3일간 나머지 사파리를 해야 했다.
추위에 떨어야 했던 심바 캠핑장
저녁을 먹은 뒤 요리사인 리처드가 내 텐트 안에 있던 과일과 비스킷, 주스 등 음식물을 모두 가지고 갔다. 리처드는 "텐트 안에 음식물을 놓으면 밤에 굶주린 하이에나 등이 냄새를 맡고 찾아와 텐트를 찢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단체로 개조한 트럭을 타고 여행을 하는 다국적 트럭투어팀이 캠핑장에 들어섰다. 젊은이들이 장작을 태우는 캠프파이어 놀이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어두운 캠핑장에 붉을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시끌벅적거렸다.
심바 캠핑장은 지대가 높다보니 하늘의 별들도 가까이 내려와 있었다. 수많은 별들이 텐트를 비추고 있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그런데 마니아라 호수와 달리 얼마나 춥던지 새벽에 잠이 깰 정도였다. 낮에 입고 다니던 점퍼를 다시 끼어 입고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새벽의 날씨는 마치 영하의 날씨처럼 차가워 아침에 일어나서도 추위에 떨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