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목사님. 바다('더아모의집' 막내둥이, 8세) 좀 보세요."
"왜?"
"빨래한다고 수건을 몇 개 들고 옷 입은 채로 물통에 들어갔어요."
"그래∼∼∼"
"물놀이 하고 싶은데 구실을 갖다 붙이려고 그랬나 봐요."
"허허허허. 빨래를 하는 게 아니라 빨래 거리를 만드는 거겠지."
"아니에요. 빨래하고 있는 거예요. 옷 입은 채로 빨래하고 있잖아요."
"그렇군. 저기다가 비누만 칠하면 온몸으로 하는 빨래가 되겠군."
주위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막내둥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키득거리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계속 날린다. 저런 웃음을 저만한 나이 때 해보지 않으면 언제 한 번 날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요즘이 장마철이라 오래간만에 뜨거운 햇볕이 우리 마당에 떠오르니 막내둥이가 그냥 있지 못한 것이다. 뜨거운 온도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집 마당에서 한판 거나하게 벌인 셈이다.
김장할 때 사용하는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거기에 풍덩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옷을 다 입은 채로. 지도 주위에 눈이 의식되었든지 차마 발가벗지는 못하나 보다. 그리고 그냥 들어가기 미안하니까 빨래한다는 핑계로 멀쩡한 수건 몇 장을 들고 들어간 게다.
'더아모의집'에 놀러 온 소녀들은 지네들도 물에 풍덩 하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막내둥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듯 수돗물 호스를 통해 '소방차 물대포'를 날린다.
"쏴아∼∼∼"
"히히히히히. 그만해, 그만하라고. 히히히히히."
그만하라는 건지 계속 하라는 건지 알 수도 없는 말을 하며 그저 막내둥이는 즐겁다. 한차례 물대포를 맞고 나니 꼭 억수 같은 비에 흠뻑 젖은 생쥐처럼 그 꼴이 우습기만 하다. 그 꼴을 보며 주위에 있는 누나들은 배꼽을 잡고 난리다.
조금 있다가 '더아모의집'에 놀러 온 형도 살짝 거든다. 이번엔 물총 세례다. 시원스레 뿜어대는 물총 세례를 막내둥이는 무슨 특별한 은총을 혼자 받아 누리듯 기분 좋게 그 물을 다 맞는다. 찌듯이 더운 날 아무도 못 누리는 혜택을 혼자 누린다는 자만심(?)인 듯.
막내둥이는 물통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 지가 뭔 수영장 모델이 된 양 물통을 차지하고는 온갖 애교스러운 표정을 다 짓는다.
사실 아까부터 오히려 더욱 신난 것은 주위에 있는 누나와 형들이다. 막내둥이의 '쌩쇼'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건지 아니면 그 모양이 좋아서인지 몰라도 주위에 있는 아이들이 더 들떠 있다. 막내둥이와 함께 지네들 마음은 벌써 물통에 들어 앉아 있었던 게다. 그래도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에 차마 물통에는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오래간만에 뜬 태양 아래에서 빨래를 빙자한 '온몸으로 하는 물통 쌩쇼'를 보며 한가한 오후 한때를 보내고 있다. 물통 하나로도 이렇게 모두가 즐거울 수가 있다는 사실에 파묻혀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