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는 12일, '한-IAEA 기술협력 5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를 서울에서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는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핵발전 관련 정책담당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이 회의에는 인도네시아 원자력청장과 베트남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등 핵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려는 국가의 관계자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우리 정부 당국과 핵발전 관련 업계는 이번 행사를 핵발전소 수출을 위한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
최근 한국의 핵산업계는 최초로 핵발전소 건설 기술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있다. 특히, 지난 해 12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유도요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하고 왔다.
그후 지난 3월에는 인도네시아 연구기술부 장관이 과학기술부 초청으로 방한하였고, 4월에는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과 한국전력공사 해외사업본부장,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였다. 7월말에는 인도네시아 유도요노 대통령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이 모두는 인도네시아에 첫 번째로 만들어질 핵발전소 건설 공사를 따내기 위해 한국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얼마나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인도네시아 무리아 핵발전소 건설 계획
인도네시아는 1990년대부터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운동과 1997년에 닥친 경제 위기로 핵발전소 건설이 주춤했다. 그러다가 삼사년 전부터 다시 인도네시아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자바 섬 북부에 있는 무리아 반도에 총 4천 메가와트 용량의 핵발전소 4기를 건설할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략 내년에 입찰이 이루어지고, 2010년에 건설을 시작해 2016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지금 이 계약을 따내기 위해 한국 정부와 업계가 엄청나게 공을 들이고 있다.
화산과 지진 다발 지역에 핵발전소?
인도네시아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있는 나라로 세계에서 가장 지질학적으로 불안정하며,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인도네시아에만 140개의 활화산이 있고, 최근 대규모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
2004년 12월에 발생했던 거대한 지진과 해일로 최소 22만 명이 목숨을 잃은 진원지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이었으며, 지난해 5월에 발생해 4천6백 명이 숨지고 1만5천여 명을 다치게 만든 대형 지진이 발생한 곳은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인 무리아 지역에서 200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무리아 지역에도 무리아 산이라는 휴화산이 있으며, 최근에는 예정지 인근에서 단층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곳에 핵발전소가 건설될 것이라는 계획에 지역 주민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에 미칠 재앙
또한,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 인근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새로 건설되어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냉각수의 온도가 주변 바닷물보다 높아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지역 어민들의 어획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핵발전소가 건설되어 가동된다면 훨씬 더 많은 온배수가 배출되어 주변 어민들의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게다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위험도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경찰은 무리아 인근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근거지를 발견했는데, 앞으로 핵발전소가 건설된다면 이들의 테러 목표가 될 수 있다.
핵발전소 대신 대안에너지 시설을 지원해야
이러한 여러 우려 때문에 지금 무리아 일대에서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6월에는 3천~5천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가 수차례 개최되었는데, 여기에는 지역의 종교∙문화∙시민사회 지도자뿐만 아니라 지자체장까지 참여했다.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 사이에 긴장이 커지고 있으며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핵발전 관련 갈등이 인도네시아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다른 대안 에너지원이 풍부한 곳이다. 바이오매스 자원이 풍부하고, 지열의 경우 전세계 지열 활용 잠재력의 40%를 인도네시아가 가지고 있다. 우리가 다른 가난한 나라의 발전을 위해 에너지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핵발전소처럼 위험하고 수많은 갈등을 초래하는 시설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대신 중형 풍력발전 시설과 소형 수력발전, 태양광 발전 시설 등 보다 환경친화적이며 누구나 환영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지구의 벗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http://kfe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