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서울대 미대 교수는 지난 7월 3일 진행된 <이명원의 좌우지간>을 통해 이명박 전 시장 재임시 추진된 청계천 복원 사업과 이후의 뉴타운 계획을 포함한 서울시의 도시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단순히 디자인이 도시계획에 투입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주체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 후에, 청계천 복원사업을 포함한 최근 서울시의 도시계획 전반이 갖고 있는 철학의 부재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말로는 복원을 외치지만 장소의 역사성에 대한 개념"이 부재한 것이었음을 지적했다. 즉 복원사업이 취지에 걸맞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청계천뿐만 아니라 "황학동과 입정동 그리고 동대문 인근의 삶도 고려"되어야 했다는 것.
그러나 서울시의 청계천 개발은 장소가 가진 역사성과 기억을 지우면서 오히려 인근의 "초고층 주상복합의 개발주의"만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 "한강물을 펌프로 퍼올려 분수대처럼 물을 흘려보내는 것은 짝퉁 녹지공간"일 뿐이며, 이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도시인의 "강박관념을 교묘히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친환경 도시계획이라는 구호 아래 진행되는 서울시의 뉴타운 계획과 한강 르네상스 계획 역시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건설과 토건의 개발주의를 용어만 디자인으로 바꿔놓은 것"이라는 우려를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발주의는 "도시가 갖고 있는 장소의 역사성과 기억을 지우면서 도시를 빈 껍데기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것. 이러한 김 교수의 비판은 서울시의 도시계획뿐만 아니라, 대선국면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포함한 대규모의 개발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간접적인 비판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정치' 무조건 비판보다 비판적 독해 필요
이어서 김 교수는 "디자인을 단지 도시와 삶에 분칠하는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어떻게 약속할지 감시의 눈으로 지켜보아야 한다"면서 특히 다가올 대선을 시민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선이 "우리의 삶을 약속할 그랜드 디자인"이라고 말하면서,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와 정책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른바 정치인의 '이미지 정치'에 대한 견해도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이미지정치에 대해서 비판적"인 것 같은데, 자신은 "미디어에 노출된 정치인은 다 이미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문맹'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이미지에 대한 독해력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인의 이미지 언어가 현실 속에서 어떻게 현실과 소통되는가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적 '독해력'이 어느 때보다 요청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미지를 무조건 사악한 것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이미지와 현실을 균형 잡힌 안목에서 파악하는 시각과 독해력이 '이미지맹'에서 벗어나 현실정치에 대한 감시와 참여의 영역에서도 절실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