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대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대 산학협력재단은 자신의 대학 건물에 있는 사무실에  사교육 업체를 입주시키는 등 대학 차원의 지원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대 산학협력재단은 자신의 대학 건물에 있는 사무실에 사교육 업체를 입주시키는 등 대학 차원의 지원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대(총장 이장무)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내신반영 비율 낮추기'와 '본고사 부활'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교수 6명이 '서울대 입학 비법' 전수를 전면에 내세운 사설 온라인 입시업체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 교수 가운데는 연구처장과 산학협력재단 단장 등 학교의 중책을 역임한 교수 2명도 포함돼 있다.

또한 이장무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대 산학협력재단은 자신의 대학 건물에 이 사교육 업체를 입주시키는 등 대학 차원의 지원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3121명의 공부법을 소개한다?

S업체 홈페이지 화면. 서울대 3121명의 진실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S업체 홈페이지 화면. 서울대 3121명의 진실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 S업체사이트
14일 서울대와 해당 업체인 S사에 따르면, 정아무개 전 연구처장(의과대학)과 홍무개 산학협력재단 전 단장(공과대학) 등 6명의 교수는 이 업체에 2005년 10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을 투자했다.

정 교수는 "아는 교수가 투자해보라고 해서 투자했다, 업체의 강연내용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S사는 이날 서울대 교수 6명의 투자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대 교수들이 투자한 S사는 자체 홈페이지에서 "브랜드 심벌로 서울대 약자를 사용함으로써 이 이론이 서울대에서 비롯된 공부법이며, 서울대생에 의해 연구된 방법론"임을 적어놓는 등 서울대 관련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S사는 서울대 3121명의 공부법을 소개한다는 목적을 소개하며 ▲공부법 강의 ▲공부법 툴(TOOL) ▲코치 프로그램 ▲과목강의 등을 상품으로 만들어 인터넷으로 팔고 있다. 이 업체 조 아무개 대표는 자신을 <조선일보> 교육칼럼니스트로 소개해놓기도 했다. 조 대표는 특목고 대비 학원으로 유명한 E학원에서 수학 강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직원 10여 명을 포함 6명의 자문교수, 수십명의 서포터까지 모두 서울대 출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교과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 복습하지 마라"

이 입시업체 홍보용으로 올라 있는 동영상 내용도 문제다.

이 업체 조 대표는 동영상에서 "(자신의 공부비법을 따라하면) 영어는 4개월 하면 미친 듯이 점수가 오를 것이다, 중3생도 고3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자신의 업체를 추켜세운 반면 "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것은 굳이 복습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역시 영어공부도 메인 공부는 학교공부가 아니다, 내가 가르쳐주는 학습법이 메인"이라면서 "학교 교과서는 아무 것도 아니야"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이런 내용이 담긴 공부법과 수학교재 등 패키지 동영상 강좌 수강료로 25만8000원(고2 대상)을 받고 있었다.

이같은 강연 내용에 대해 이 업체 고아무개 홍보실장은 "말이라는 게 한두 가지 따오면 전체 문맥을 왜곡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는 서울대 공부비법을 전수하는 곳으로, 현직교사들의 학교 교육도 중요하게 강조한다"고 말했다.

국립대학의 사설 입시업체 지원

S업체는 예비고1-고2 대상 공부법 강의는 25만 8000원, 고3대상 공부법 프로그램은 28만 3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S업체는 예비고1-고2 대상 공부법 강의는 25만 8000원, 고3대상 공부법 프로그램은 28만 3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 s업체사이트
서울대가 2005년 서울 관악구에 있는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 건물에 이 업체를 입주시킨 것 역시 논란거리다. 국립대학이 사설 입시업체를 지원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보육센터에 대해 서울대는 홈페이지에 "창업 후 일정한 궤도에 도달할 때까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시켜 사무실·회의실·휴식시설 등을 제공하고 각종 경영·법률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창업보육센터 조아무개 실장은 "S업체는 서울대 벤처동아리가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서울대 건물에 입주한 것"이라면서 "사업과정에서 서울대를 활용하거나 학교교육을 무시하고 있다면 조사해보겠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또 "교수 6명이 S업체에 투자를 했다면 살펴봐야겠지만 아마도 수익보다는 제자들을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의 사설입시업체 지원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서울대가 본고사를 부활하고 내신을 약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이 대학 관계자들은 사교육을 통해 돈을 벌고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선진국처럼 내신중심으로 학생을 뽑는다면 이런 서울대 관련 업체들은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대 현직 교수와 명예교수·강사 등은 2005년에도 논술 사교육 시장에 뛰어든 사실이 들통나 교육부가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 당시 서울대는 '통합형 논술'을 주장해 본고사 부활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