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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 옆의 전원주택 단지
개울 옆의 전원주택 단지 ⓒ 김대갑
몇 년 전이었다. 강원도 양양의 빈지골에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양양군청에서 발행된 관광안내서에는 빈지골에 굴피집이 보존되어 있다고 했다. 그만큼 오지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막연한 동경을 안고 빈지골로 향하게 되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빈지골로 가게 되었는데, 빈지골 초입에 들어선 순간 심한 허탈감에 사로잡혀야 했다. 도시민들의 여흥을 위한 펜션타운이 무려 4군데나 있었다. 오지 중의 오지라는 곳을 어찌 알고 이리도 재빠르게 펜션을 지어놨는지.

펜션들을 보면서 참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이용객들이 쏟아내는 각종 오수들이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펜션 앞에 흐르는 작은 개울에 그 오수들이 무작정 흘러갈게 뻔했다.

펜션 주인들은 규정대로 정화조를 설치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가만 보니 그 개울에서 도시민들이 수영복을 입고 즐거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정화조에서 나온 수질의 급수를 알고나 있는지 궁금했다.

또 몇 년 전에는 대학 동기생들이 양산 어느 산에 지어놓았다는 전원주택을 본 적이 있었다. 그 곳에는 약 10여 채의 집이 있었는데, 거의가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들이었다. 한 쪽에는 짓다만 건물이 흉한 콘크리트를 드러내며 방치되어 있었다.

그 일대에는 전원주택 단지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그 주택들의 겉모양이나 내부 시설은 제각기 달랐다. 그러나 하나의 공통점은 있었다. 바로 정화조에서 나온 오수를 앞에 있는 개울에 버린다는 사실이었다.

4급수에 불과한 정화조의 오수가, 피라미가 정겹게 사는 개천에 무방비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개울에서 동기생의 아이들이 친구들과 물장난을 칠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그 물에 넘어지면서 약간의 물도 먹을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하니 참 끔찍했다. 자기들이 버린 오수를 자기들이 먹는 현장을 상상하니 그 얼마나 씁쓸한지.

숲 속의 전원주택
숲 속의 전원주택 ⓒ 김대갑
원래 펜션이란 말은 유럽에서 왔다고 한다. 유럽의 시골 가정에서 빈방을 이용하여 도시민들에게 가족적 분위기와 시골마을의 정취를 맛보게 해주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주는 숙박시설로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그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원래의 의미는 퇴색되고, 도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얄팍한 상업시설로 탈바꿈한 것이다. 도시민들은 시골마을의 시설 잘 된 펜션에서 안락하게 놀다가면 그만이다. 그래서 펜션업자들은 오지로, 시골마을로, 한적한 농촌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외친다. 자연이 좋아서, 노후의 안락함을 위해서, 전원생활이 하고 싶어서 이곳으로 왔노라고.

전원주택들도 마찬가지이다. 원래대로라면 밭과 정원이 있는 주택이란 뜻이다. 살 집이 한 쪽에 있고, 마당 한 쪽에 채마밭이 있어 유기농으로 지은 채소를 언제든지 수확할 수 있는 그런 주택 말이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면 전원주택은 도시민들의 한가로운 유흥을 충족시켜주는 사치물에 불과하다.

그들의 사고는 어찌 보면 참 모순적이다. 도시의 화려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버리기도 싫고, 전원주택의 여유로움도 포기하기 싫다. 그래서 돈 벌이는 도시에서 하고 잠자리는 시골에서 한다는 생각이다. 그들에게는 자연을 벗삼아 살고 있다는 착각이 늘 존재한다. 실상은 자연을 엄청나게 파괴하고 있으면서.

이 땅의 모든 전원주택은 우선 정화조 시스템부터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 정말 자연을 위해 살고 싶다면 우선 자신들이 생산하는 오수부터 1급수로 처리해서 앞개울에 보내야 한다. 그도 아니면 예전 우리 조상처럼 오물과 오수를 완벽하게 리사이클링 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세제나 화학약품을 써서 설거지나 목욕을 해서도 안 된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결심이 서지 않으면 전원주택을 지어서 살 생각을 해선 안 된다. 또한 함부로 집 안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숲에서 태우는 범죄를 저질러서도 안 된다.

정화조 설명도
정화조 설명도 ⓒ 양산정화조
도시에는 하수도라는 것이 있다. 각 가정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한 군데로 모으기 위해서다. 그렇게 모은 오수를 정화시키는 곳이 하수종말처리장이라는 곳이다. 그런데 시골마을에는 이런 하수도가 없기 때문에 오수합병정화조라는 것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합병 정화조라는 것은 화장실과 주방, 목욕탕 등에서 발생한 모든 오수를 한 군데로 모아서 정화한다는 개념이다. 문제는 이 합병정화조가 그리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이다.

합병정화조는 협기여상조1, 2실과 접촉폭기조, 침전조, 여과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설비가 접촉폭기조인데, 이 폭기조에는 '브로와'라는 장치에서 끊임없이 발생되는 공기가 유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미생물이 정착하여 오물을 분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개의 합병 정화조를 설치한 업체나 주택에서는 검사만 받고 나면 이 부로와의 전원을 차단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기료도 아깝고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화조는 한 번 땅 속에 묻으면 다시 설치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몇 년이 지나면 정화효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정상적으로 정화해도 4급수에 불과한데, 몇 년이 지나면 5급수나 6급수로 수질이 급격히 나빠지게 된다. 그래서 아무리 정화조에서 걸렀다고 해도 전원주택에서 생산된 오수는 하천의 수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도대체 이런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숲이 좋아서, 산이 좋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재래식 변소를 사용하여 오물과 오수를 리사이클링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괴로움을 선사한다. 흙과 낙엽, 부식토를 오물 중간 중간에 뿌려서 자연스럽게 썩히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기간마다 그 삭힌 오물을 밭이나 숲에 적당히 뿌리면 되는 것이다. 만일 리사이클링이 힘들다면 합병 정화조를 하나 더 설치해서 더블로 정화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

정화조에서 나온 오수
정화조에서 나온 오수 ⓒ 김대갑
만일 이마저도 싫거나 어렵다면 자연 정화조를 설치해야 한다. 즉, 합병정화조에서 나온 물을 흙과 모래, 숯을 이용한 자연 정화조에서 한 번 더 걸러야 하는 것이다. 이 자연 정화조는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설비이다. 합병정화조의 배수 파이프 밑에 1~2m 정도의 구덩이를 파서 모래와 자갈, 숯을 이중으로 차곡차곡 채우는 것이다. 정화조의 물이 이 장치만 통과해도 2급수 정도로 격상될 것이다.

그 정도의 물을 개울에 흘려보낸다면 자연 오염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 함부로 전원주택이나 펜션을 짓겠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연이 좋아서,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면서 자연을 파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지금도 필자는 이 땅의 모든 전원주택과 펜션들을 당장 철거하라고 외치고 싶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괜히 그 속에 끼어들어가서 자연과 벗 삼니 뭐니 해선 안 된다. 그러나 어떻게든 자연과 살고 싶으면 자연의 원형을 절대로 훼손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세게 해야 한다. 이게 바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세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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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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