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금 섹시코믹연극이라며 라이어의 작가 레이쿠니 작품으로 <달링>(연출 고유미)이라는 달콤한 제목의 공연이 내달 7.6~8.31까지 대학로 아츠 플레이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연인 혹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달링>이라는 제목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거기에다가 로맨틱엽기섹시코미디라는 말까지 들어있으니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해당하는 18세 이하 절대금지라는 말 또한 충분히 호기심을 거대하게 부풀려놓는다.
<달링>은 그런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켜주는가 묻고 싶다. 하지만 그런 질문은 했다는 자체만으로 무안해진다. 그것은 달링을 만들었던 그들이 당당하게 밝히는 기획의도 때문이다. 그들은 기획의도에서 <달링>은 명품 사랑과 짝퉁 사랑을 감별하는 법을 내세우며, 관객들로 하여금 극의 심오함에 빠져 머리칼 움켜쥐며 연출의 숨은 의도를 찾느라 고심하는 것이 아니라, 관중이 극 자체에 동화되어 배꼽 빠지게 웃으며 모든 걱정거리를 던져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에 그 목적을 두었다고 밝힌다.
그렇기 때문에 <달링>이 하려고 하는 말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체가, 이야기하려는 시도가 어리석은 짓일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시원스럽게 웃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을 뿐이다.
레이쿠니는 영화 <라이어>의 원작
를 쓴 유명한 극작가이다. 그 전 작품 제목에서만 보아도 거짓말이라는 것에 대단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올려지는 <달링> 은 레이쿠니와 존 채프먼이 원작을 함께 썼다. 그리고 앙드레 숍의 이사 톰과 디자이너 제리가 조직폭력배 잭 다니엘에게 비비안을 위해 마련한 모피코트를 주기 위해 시작된 작은 거짓말이 자꾸 커져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거짓말은 재미있는 소재이다. 그리고 누구나 거짓말 때문에 곤욕스러움을 당한 경험이 있기에 보편성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톰과 제리가 말한 거짓말로 인해 커져가는 일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웃음을 준다. 더불어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는 코믹함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톰과 제리라는 이름에서 고양이 톰과 생쥐 제리가 떠오르면서 그들의 관계는 티격태격 혹은 덤 앤 더머와 같다. 그러니 공연에서 거짓말은 대단한 웃음을 유발시키는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공연은 '죄는 죄를 만들고'라는 성경구절처럼 '거짓말이 거짓말을 만들어서' 톰과 제리는 앙드레샵에 갇혀서 난리법석을 피운다. 그렇지만 <달링>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것은 마지막 결말을 위해 지어진 제목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거짓말로 인해 엮이는 네 쌍의 연인들(톰-숨,제리-비서,디디-왓슨, 다니엘-비비안)은 유쾌할 뿐 더 나아가지 않는다.
그들은 분명 억지웃음을 유발시키진 않는다. 공연은 잘 넘어가고 앞뒤가 딱 맞아떨어진다. 그렇지만 세 번째 올려지는 공연임에도 아직까지 배우들이 관객과 웃고 즐기기엔 왠지 모를 거리감이 존재한다. 그리고 제목은 달링이지만 공연에서 달링은 몇 번 사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비비안, 디디, 숨, 여비서까지 당당한 S라인을 선보이며 무대를 활보하지만 웃을 수 없다.
세상에서 희극배우가 가장 힘들며, 남을 웃게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느낀다. 그럼에도 코미디를 하는 것은 웃음이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힘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희극, 코미디를 시도하면서 쉽게 웃을 수 없는 삶 가운데 관객에게 짧은 웃음이라고 주고 싶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