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5일 영변 핵시설 가동 중지를 공식 발표하면서 "2·13 합의의 완전한 이행은 미국과 일본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어떻게 취하는가 하는 데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물음에 대답하는 형식을 통해 "우리는 합의한 대로 중유 5만t의 첫 배분이 도착한 14일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인원들에게 그에 대한 감시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것은 2·13합의에 따라 중유 5만t이 제공되는 시점에서 핵시설 가동을 중지하게 됐다는 것을 염두에 둘 때 우리가 자기의 약속을 앞당겨 이행한 것으로 되며 합의 이행에 대한 우리의 신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이어 "우리가 할 바를 다한 조건에서 이제 2·13합의의 완전한 이행은 다른 5자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자기의 의무를 어떻게 이행하며 특히 미국과 일본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어떻게 취하는가 하는 데 달려있다"고 말해 다음 단계의 '불능화'(disabling) 협상에서 미국과 일본에 적대정책 해소를 강력히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예상대로 미국에 대해서는 2·13 합의에 규정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를 '불능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명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도 이날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불능화 등 2단계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의 상응조치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의 이날 언급엔 현재 '납치문제의 답보'를 이유로 비핵화의 상응조치인 대북 에너지-경제 지원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방침을 바꾸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중유를 비롯한 대용 에네르기 제공은 그 어떤 자선적인 지원이 아니라 우리의 핵시설 가동중지에 대한 보상이며, 영변에서의 국제원자력기구의 활동은 '사찰'이 아니라 검증 감시에 국한한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 "김계관 부상과 17일 만날 것"
한편 15일 저녁 방한한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17일 양자협의를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일본 방문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에 대해 "매우 기쁘지만 모두 알다시피 이제 첫 단계일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힐 차관보는 "9·19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며 남은 단계에서는 첫 단계보다 빨리 걸음을 떼지 않으면 다시 아주 많이 뒤쳐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 차관보는 향후 계획에 대해 "연말까지는 확실한 진전을 보고 싶고 내년에는 게임 종료에 착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순서가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순서는 앞으로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 "5개의 실무그룹 모두가 8월말까지는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 북한이 13일 제의한 '북미 군사회담'에 대해서는 "평화체제는 군인들이 하는 것이 아니며 정부가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