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사상가 묵점 기세춘씨(73세)가 우리나라 처음으로 성리학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위한 개론서인 <성리학개론>을 출판해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몇 명의 지인들과 모여 조촐한 출판기념식을 가진 자리에서 기세춘씨는 "성리학을 모르면 한민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식인들이 외국학자들을 표절하고 어설픈 흉내만 낼뿐 정작 자신의 조상과 뿌리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세춘씨는 "우리가 일제의 식민 지배를 겪고 해방이후에는 남북이 서양점령세력의 사상 전쟁터로 변하면서 우리의 정신적 국적을 잃어버렸다"며 "그 잃어버린 정신을 되찾고 현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지금은 단절돼 버린 선조들의 성리학전통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통에 안주하는 안일도 싫지만, 전통을 무시하는 만용도 싫어한다며, 지금까지도 서구시대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맹목이라면 이 땅의 내일을 고민하는 진정한 지성일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수천년 선조들의 지혜는 분명 오늘의 우리보다 현명하다는 존경의 마음이 앞섬에도 불구하고 전통을 묵수하는 맹목보다는 감히 비판하는 교만을 자청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세춘씨는 "세속물질문명이 판치는 속에서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던 우리의 고귀한 전통문화를 되새김으로서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성리학의 단절과 함께 사라져버린 선비정신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한다"고 말했다. 기 선생은 선비정신에 대해 "고단한 삶을 자족하며 정신적인 살아가는 강고한 의지"라며, "성공에 도취하지도 실패를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사私를 존중하면서도 공公을 우선시하는 정신으로 21세기 새로운 선비정신 찾기 운동을 펼쳐야한다"고 덧붙였다.
성리학개론은 상·하권으로 나눠 출판했는데 상권에는 '신유학의 태동', '주희의 성리학', '정주리학 비판', '정주리학의 해체'를 담았고, 하권에는 '조선의 성리학', '조선성리학의 논쟁'(사칠 논쟁, 격물논쟁, 낙호 논쟁), '조선 성리학의 해체', '성리학 다시보기'로 구성됐다.
이 자리에 참가한 퇴계선생 장손인 이재운씨는 "오래 동안 성리학이 이 땅을 정신적으로 지배해 왔으면서, 정작 성리학을 입문할 수 있는 총괄적인 개론서가 없다는데 갈증을 느꼈다"며, "기세춘 선생이 늦게나마 성리학개론을 책으로 내서 너무 기쁘다며, 21세기 선비정신운동에 기꺼이 동참 하겠다"고 말했다.
기세춘씨는 <묵자번역>을 시작으로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주체철학노트> 등의 저서가 있으며, 올해 <장자>완역에 이어, <성리학개론>을 출판했다. 앞으로 노자와 논어 재번역과 실학개론을 출판하기위해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