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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이 지난 2월 13일 6개국의 합의로 타결된 가운데,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폐막 회의에 앞서 참가국 수석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이 지난 2월 13일 6개국의 합의로 타결된 가운데,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폐막 회의에 앞서 참가국 수석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정부가 예정보다 앞당겨 남북장관급 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이달 4일께 북한에 22차 장관급 회담을 앞당겨 7월말이나 8월초에 열자고 제안한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21차 장관급 회담은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당시 남한 정부가 쌀 40만t 대북 차관 제공을 2·13 합의 이행과 연계시킨 것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다음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났다.

따라서 22차 장관급 회담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장관급 회담은 보통 분기마다, 즉 석 달에 한번 꼴로 여는 것이 관례였다. 관례대로라면 22차 장관급 회담은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에 열리는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의 이번 제안은 이를 한달 앞당겨 열자는 것이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조기 개최 제안 이유로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가 풀리고 2·13 합의 이행이 속도를 내면서 남북간에 협의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장관급 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신 차관은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금 시점이 평화체제든 평화체제의 진전이든 평화 문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북, 남한의 조기회담 제안에 대답 없어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남한의 제안을 받은 지 2주가 지나도록 아무 대답이 없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 회의가 지난 4월에 열렸다. 따라서 관례대로라면 7월에는 14차 회의가 열려야 되는데 아직도 남북한 사이에 날짜를 잡기위한 사전 협의가 없다. 7월도 벌써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21차 장관급 회담에 뒤이어 열린 6·15 행사는 남한 당국대표단이 불참했다. 겉으로는 우리 정부 스스로 불참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로는 북한 정부가 초청장을 보내주지 않아 물리적으로 갈 수 없었다.

남북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장관급 회담은 3박4일간의 일정을 모두 소화했고 공동보도문도 내놓았다"며 "6·15 행사는 원래 민간 차원의 행사"라고 주장해왔다.

또 정부는 남북한 사이에 군사 회담이 진행되고 지난 7일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 이행기구 간 제2차 실무협의'에서 8000만 달러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 품목별 가격 등을 명시한 세부 합의서를 채택한 것 등을 들어 남북 관계는 별 문제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 협의는 결국 북한이 받아가는 것이어서 다른 회담과 성격이 다르다.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는 6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린다. 정부는 상당히 의미를 두고 있다.

"북, 남북 군사회담에서 남쪽이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 제기할 것"

그런데 북한 판문점 대표는 지난 13일 담화를 발표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쌍방이 합의하는 임의의 장소에서 아무 때나 유엔대표도 같이 참가하는 조·미 군부 사이의 회담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한 남북문제 전문가는 "북한이 남북 장성급 회담과 함께 북미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은 결국 한반도 군사문제를 투트랙으로 풀겠다는 뜻"이라며 "북미 군사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한미 군사훈련 문제 등을 제기하고, 남북 군사회담에서는 남쪽이 받아들이기 힘든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집중 제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장관급 회담 조기 개최를 제안한 것은 북미 관계의 가속도에 자극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6자회담 반발짝 뒤에 따라가겠다면서 21차 장관급 회담을 파행으로 끝내놓고 이제 와서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한 뒤 2주정도 지나서 우리 정부는 장관급 회담 조기 개최를 제기했다, 이는 정말 속 보이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지금 북미 관계는 '가속도'를 낸다기보다는 원래 서로가 약속했던 것을 이행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가 진짜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려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야지 장관급 회담 조기 개최 정도로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연 북한이 남북장관급 회담 정도 수준에서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할 지 의문"이라며 "이 문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야 논의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의 김연철 연구교수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평화체제 논의를 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데 사실 쟁점은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태"라며 "문제는 남북한 사이의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관계는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지난달 21일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힐 차관보의 갑작스러운 방북은 미국이 이제 북한을 진정한 대화상대로 인정한 징표로 해석됐다.

북한은 지난 14일 영변원자로를 폐쇄했다. 그런데 이 사실은 미 국무부 숀 매코맥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18일 오후 2시부터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이 열렸다. 그런데 이 회담 참석차 17일 베이징에 온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4시간 가까이 양쪽 대사관을 오가며 직접 대화를 했다.

힐 차관보는 19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할 경우 추가적인 경제 지원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장관급 회담#이재정#6자회담#백학순#김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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