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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속에 묻혀 살다
내 집에는 집안에 주인이 따로 있다. 우리 가족이라야 모두 6명, 그것도 세 집에서 따로 살고 있으니 모두가 가족이라지만, 한솥밥을 먹는 식구는 아니다. 그런데 내 가족보다 몇십 배나 많은 내 가족이 따로 있으니 무려 260개나 되는 화분들이다.
내가 꽃을 좋아하여서 여기저기 집 주변의 남의 땅까지 계속 심어서 꽃밭을 만들고 있을 정도이니 꽃을 가꾸는 화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아파트 단지 안에 호젓이 자리 잡은 우리 집은 집의 위치가 마치 별장처럼 보인다. 그런데 집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꽃을 심은 화분들이 담장 위에도 담장 철재 울타리에도 매달려 있어서 입구부터 꽃이 많음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10여m의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벌써 12개의 화분이 담장 위에서부터 울타리에 매달려 있다. 들어서면서 보면 골목길의 주변에 몽땅 화분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골목에 25개의 길거리 용 원형 화분을 비롯한 스티로폼 상자 등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현관으로 가는 길가에 약 50개의 화분이 울타리를 모두 가리고 서 있는데, 여기에는 주로 영산홍과 유자, 밀감 같은 상록수들과 벤저민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집안으로 들어서는 현관으로 올라서는 계단과 주변에도 모두 화분으로 덮여 있는데, 여기만도 40여 개나 된다. 여기는 주로 꽃을 볼 수 있는 것들로 꼬마 장미, 수국, 개상사화, 제라늄, 엔젤, 패랭이, 사랑초 등 종류가 많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계단실의 중간 중간의 유리창 앞에도 모두 실내 공기정화용 화분들이 자리 잡고 있다. 금전주를 비롯하여 아스파라거스, 테이블 야자, 스킨고무나무 들이다.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 중간마다 화분들이 유리창을 가릴 정도로 채우고 있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난 화분이 13개, 화초들이 24개 그리고 작물을 심어서 가꾸어 먹는 플라스틱 함지박으로 만든 큼지막한 화분이 70개나 된다. 여기서 가꾼 잎채소와 신선초, 케일, 셀러리 등의 채소는 매일 아침 갈아먹는 신선한 채소 주스의 원료가 된다. 옥상에 통을 두고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일부와 깻묵을 썩혀서 만든 퇴비를 주어서 가꾼 채소와 고추들은 언제라도 직접 따다 먹을 수 있고 뜯어다 먹을 수 있는 옥상 농장이다.
물론 집안에도 몇 개의 공기 정화용 화분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많은 화분들이 있는 집안은 하루종일 들여다보고 보살펴 주어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래서 하루아침에 약 한 시간 이상을 물을 주고 보살펴야 만 하루 일과가 시작되곤 한다.
봄철에는 화사한 영산홍의 잔치를 열었다. 10여 개나 되는 영산홍의 꽃망울을 터뜨려서 한 달가량이나 멋진 화원을 연출하여 주어서 얼마나 행복하였는지 모른다.
이어서 화단에서는 깽깽이풀과 금낭화, 매발톱이 한참 동안 멋진 야생화 단지를 자랑하였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이들이 가장 멋진 주인공들이었다.
뒤를 이어 피어난 백합은 여름을 알리는 진객이 되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꽃을 보게 된 백합은 연자줏빛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 주어서 <오마이뉴스> 등의 기삿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분홍과 자줏빛을 띤 이것도 백합인가 싶어서 쓴 <분홍인데 백합인가요?>가 기삿거리가 된 것이다.
나는 이렇게 화분들과 살다 보니 화분이야기를 수없이 써왔다. 나의 이런 꽃 사랑은 중2 때 우장춘박사 연구소 '동래원예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계시다가 우리 학교 농업선생님으로 오신 김용백 은사님의 덕분이다. 은사님께서 연구소에서 오시면서 1년 초 씨앗을 62종이나 가지고 오셔서 그것을 가꾸는 것을 내가 맡아서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1959년' 이미 나는 안개꽃이나 루드베키아, 샐비어, 루피나스, 디기탈리스 같은 요즘에도 인기가 있는 대부분의 꽃들을 이미 심어 가꿨기 때문에 남다른 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어디에 좋은 꽃이 보이면 기어이 구해놓아야 직성이 풀릴 만큼 꽃을 좋아하고 아끼는 마니아가 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디지털특파원,개인불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