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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빨리 좀 말려!"
"이게 다 니 머리가 길어서 그래. 머리 자르면 빨리 말리지. 머리 자를래?"
"싫어. 난 머리 기를 거야!"
"아, 왜∼ 도대체 뭣 땜시 머리 기르려고 하냐고? 지금도 길구만. 아빠 니 머리 감기고 말리려면 힘들어 죽겄어. 너도 오래 말리니까 짜증나잖아. 그러니까 제발 자르자. 오늘 아빠 머리 자를 건데 같이 자를까?"
"싫어!"
"그러지 말고 아주 째끔, 아주 째끔만 자르자 응!"
"싫다니까. 난 머리 길은 게 좋아. 허리까지 기를 거야!"
요즘 7살 딸이랑 이렇게 매일 매일 말씨름 한다. 어제(19일)도 딸이랑 한바탕 했다.
아이들 목욕 전문 담당인 나. 4살 아들 녀석 머리는 짧아서 쓱쓱∼해 주면 금방 마르는데, 긴 머리의 딸 녀석 머리는 감기기도 힘들고, 드라이기로 말리는데도 시간도 꽤 걸린다. 더군다나 말리는 데 오래 걸린다고 짜증 내고, 어떤 때는 킥킥거리며 말리다 말고 도망가는 녀석 붙잡아오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만하다. 머리 말리고 나서 빗으로 빗겨 주다 빗에 머리카락이 걸리면 아프다고 살살 하라고 잔소리를 엄청 해댄다. 그래서 딸 녀석 잔소리 듣기 싫어서 머리를 좀 자르라고 했더니, 죽어도 안 자르겠단다. 그래서 이렇게 녀석 머리 감을 때마다 티격태격한다.
딸 머리 말리다가 아빠인 나, 결국 '삐돌이 아빠' 되다!
우리 딸. 머리를 어찌나 애지중지하는지, 머리가 예쁘게 묶어진 날은 머리끈이나 머리핀을 그대로 묶은 채 예쁜 머리 망가질까봐 베개에 머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나무토막처럼 꿈쩍도 안 하고 그대로 자기도 한다. 보면 웃긴다.
한 술 더 떠서, 시골 갈 때 졸음이 가득한 딸을 보고는 편안하게 뒷좌석에 누워서 자라고 하면 머리 미워진다며 그냥 그대로 앉아서 잔다. 시골 갈 때까지 입 벌리고 그냥 앉아서 잔다. 에구, 머리가 저리도 소중할까? 아무튼, 대단한 녀석이다.
애지중지 자기 머리를 소중히 여기는 딸이다 보니, 머리를 감겨주는 아빠랑 이래저래 사연도 많다.
어떤 때는 딸의 머리를 말리다 말고 7살 딸하고 신경전 벌이다 딸이 아닌 아빠인 내가 삐친 적도 있다. 실컷 물놀이하면서 놀아주고 목욕시키고 머리 감기고 말려줬더니, 빨리 안 말려준다고 잔소리해대니.
괜히 나도 모르게 "아, 그럼 니가 말려!" 하면서 드라이기 방바닥에 내려놓고 삐쳐서는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가 "에게게∼ 그런 거 가지고 삐지고 그러냐! 자기가 한두 살 애기야. 세린아 아빠는 '삐돌이 아빠'다. 그치?" 하면서 놀린다.
속으로 '우씨∼ 그럼 자기가 한 번 해보지' 하면서도 솔직히 7살 어린 딸의 머리를 말리다 말고 딸 잔소리에 삐쳐서 방에 들어온 나를 내가 봐도 좀 유치하고 웃길 때가 있다. 안 그러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삐친다.
아무튼, 요 녀석 머리 좀 잘라야겠는데. 뭐 좋은 수가 없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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