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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제19차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에서 이준안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안이 부결됐다. 이준안 위원장은 표결 직후 사퇴했다.

이날 중앙위에는 전체 중앙위원 168명 중 102명이 참석해 이중 97명이 재신임 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는 신임 16표, 불신임 81표.

진상조사소위원회 "위원장, 검찰 고발 부적절"

이번 재신임안은 이준안 위원장이 직접 중앙위의 안건으로 올렸다.

이 위원장은 중앙위에 앞서 18일 언론노조 홈페이지에 '1만 7천 언론노조 조합원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려 "그간 언론노조를 운영해온 결과와 향후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두고 조합원 동지 여러분의 재신임을 청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노조 위원장이 전임집행부 시절 발생한 회계부정사건을 충분한 내부 논의 없이 검찰에 고발 및 진정의 형식으로 수사를 의뢰한 것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언론노조 전 총무부장의 3억 여 원 횡령 사건을 계기로 전임 집행부를 검찰에 고발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

이준안 위원장은 올 초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전 총무부장의 3억 여 횡령 건이 드러나자 이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였으며 중앙집행위원회의 만류에도 위원장 직권으로 검찰 고발과 진정을 강행한 바 있다.

그동안 언론노조 내부에서는 이와 같은 이준안 위원장의 검찰 고발 행위에 관해 이견이 있어왔다.

전 총무부장 횡령 사건과 관련해 언론노조가 자체로 꾸린 '비상대책위원회 진상조사소위원회'(이하 진조위)에서 이준안 위원장은 "횡령을 인지하고 조사를 시작한 후 불투명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나타나 내부 규명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진조위는 ▲ 중앙집행위원 다수가 자체 진상조사를 먼저 한 후에 결정하자며 반대를 했는데도 회의를 일방적으로 종료하고 검찰고발을 강행해 민주적 절차를 훼손한 점 ▲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정책적 판단을 고려해야 할 정치기금에 대해 수사를 의뢰해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에 심대한 피해를 끼친 점 등을 들어 이 위원장의 검찰 수사 의뢰가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진조위는 지난 5월 31일 열린 18차 중앙위에서 전 총무부장 횡령 사건 이외에는 전임 집행부 횡령 의혹이나 민주노동당 정치자금 전달의 불법성 등은 자체 조사 결과 의혹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준안 위원장은 언론노조 홈페이지에 "언론노조 위원장이 회계부정 등의 사유로 전임 집행부와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과 진정의 형식으로 수사의뢰하였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우리 동지들이 느꼈을 당혹감과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가 조합비 집행의 적정성 조사를 넘어 언론노조의 근간을 흔들고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압박의 기재로 작용하는 형국에 이르렀다는 정황이 보이고 있다"며 자신의 검찰 고발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준안 위원장은 이날 중앙위에서도 자신의 검찰 수사 의뢰가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진조위 조사 발표에 대해서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결국 이 위원장은 이날 중앙위에서 재신임이 부결되자 바로 사퇴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구성해 새 위원장 선출

4월에 발생한 조합비 횡령 사건이 현 위원장의 사퇴로 이어짐에 따라 언론노조는 당분간 체제 정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발 문제의 적법성을 떠나 언론노조가 회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일어난 사건인 만큼 내부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중앙위에서 장부영 회계감사는 "언론노조의 회계 처리 시스템은 백지와 다름없었다"면서 "이후 단 1원도 조합과 무관하게 조합비가 쓰이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위는 이준안 위원장의 사퇴 직후 최창규 현 언론노조 상근부위원장을 직무대행으로 뽑았다. 최 직무대행은 선출 직후 "이번 일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책임을 느낀다"면서 "이른 시일 안에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보궐선거를 통해 새 위원장을 뽑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이준안#횡령#검찰#중앙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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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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