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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에서 교회 관계자들이 전날 아프가니스탄 에서 무장단체에 피랍된 배형규 목사와 신도들의 귀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2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에서 교회 관계자들이 전날 아프가니스탄 에서 무장단체에 피랍된 배형규 목사와 신도들의 귀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의 일 같지 않아요. 좋은 일 하러 간 사람들인데, 제발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와 아동교육 지원 등의 봉사활동을 벌이다 탈레반에게 피랍된 한국인들이 다니던 분당 샘물교회를 찾아가던 21일 오전 10시경. 교회 인근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피랍자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20일 밤 늦게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대변인으로 자신을 소개한 유수프 아마디가 < AP통신 >에 전화를 걸어 "21일 정오(한국시각 오후 4시 30분)까지 주둔중인 한국군을 철수시키지 않으면 억류중인 한국인들을 살해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보도된 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샘물교회는 공황에 빠졌다.

21일 새벽, 샘물교회에서 진행된 기도회에는 수백 명의 교인이 참석,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빌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은 불문가지. 하지만 이들은 '언론 보도가 납치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기자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시 프레스센터와 대책본부 사무실이 마련된 샘물교회 1층에는 30여명의 기자와 방송사 스텝들이 모여 외신 보도와 외교통상부의 브리핑 등에 촉각에 곤두세우고 있다. 교회 밖 역시 공중파 방송 3사와 YTN 등의 중계차량이 복잡한 케이블선을 연결한 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돌방상황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임시 프레스센터와 대책본부 사무실이 마련된 샘물교회 1층에는 30여명의 기자와 방송사 스텝들이 모여있다.
임시 프레스센터와 대책본부 사무실이 마련된 샘물교회 1층에는 30여명의 기자와 방송사 스텝들이 모여있다. ⓒ 이병기

샘물교회는 분당 정자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초행인 기자는 여러 사람에게 교회의 위치를 물어야 했다.

택시기사, 주부, 여고생, 빌딩 경비원, 등산복 차림의 50대 남성 등 질문을 받은 모두가 "샘물교회"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아,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인들이 납치된 그 교회 말이죠"라는 반응을 보인 것을 보면 현재 이 사건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잠작할 수 있다.

교회 인근 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보인 반응도 앞서 언급한 40대 여성과 유사했다. "하늘보다 귀한 게 사람 목숨인데, 단 한 사람도 다치거나 하면 안 되죠. 정말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한 식당 주인은 "외교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니 곧 무사하게 풀려나겠죠"라는 바람까지 함께 전했다.

현재 임시 대책본부 사무실에는 10여명의 교회 관계자와 피랍자 가족들이 모여 향후 대책을 숙의하며, 인터넷과 신문·방송 등의 관련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낮 12시 20분경 교회 관계자로 보이는 양복 차림의 중년남성 3~4명이 사무실로 들어가자 '그들이 누군가'라는 궁금증이 기자들 사이에서 일었지만, 교회측은 "나중에 말해주겠다"며 황급히 사무실 문을 닫고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들은 사무실에 머물던 교회 관계자들과 찬송가를 부르며 납치된 교인들이 무사하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교회측은 21일 오전 10시 임시 프레스센터를 찾아 "지금 석방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피랍자의 안전이 우선이니 보도에 유의해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오후 2시경 피랍자 이주연씨의 오빠인 이상민씨와 피랍자 서명화·서경석씨의 아버지인 서정배씨가 기자들과 간단한 일문일답을 가질 수 있도록 주선하겠다고 밝혔다.

가랑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주말 오후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는 많은 국민들의 우려 속에 비통과 슬픔을 억누르며 '피랍자 무사 석방'이라는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가난한 이이들을 사랑하는 남매였는데..."
피랍자 가족들 기자회견 "조속한 석방 위해 노력해 달라"

▲ 피랍자 이주연씨의 오빠 이상민씨(오른쪽), 피랍자 서명화·서경석 남매의 아버지인 서정배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경태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문이 발표된 직후인 21일 오후 2시 25분 경 피랍자 가족들이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1층에 마련된 임시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피랍자 이주연씨의 오빠 이상민씨, 피랍자 서명화·서경석 남매의 아버지인 서정배씨, 피랍자 차혜진씨의 동생 차성민씨가 참석했다.

차성민씨는 "20일 방송뉴스를 통해 피랍사실을 알게된 후 애를 태우다가 21일 새벽 3시경 외교통상부를 찾아가 답답한 우리의 심경을 설명하고 외교통상부측에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부탁했다"며 "외통부측도 피랍자 가족들과 직속라인을 개설해주고 석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 일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차씨는 이어 "가족들의 바람은 하나뿐이다, 납치된 가족들이 무사하게 우리 곁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부탁한다"라고 회견의 서두를 열었다.

다음은 서정배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지금 심경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아이들이 무슨 일을 당한다면 내가 살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석방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 자녀들의 심성은 어땠고 그간 봉사활동은 어떻게 해왔나.
"딸은 인도·우간다 등 가난한 나라에서 불행한 아이들을 도왔다. 그 아이들을 사랑했다. 나 또한 딸이 하는 일에 적극 동감했고 너의 태도가 옳다고 칭찬하곤 했다."

- 돌아온 후 딸은 무엇을 할 예정이었나.
"간호사로 일했는데 일본에 유학을 갈 예정이었다. 돌아왔다면 지금 한창 시험 준비를 할 때인데…."

- 남매를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그들도 가족이 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의 비통한 심정을 이해하고 한시 바삐 그들을 석방해 줬으면 좋겠다."

다음은 이상민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현재 심경은.
"인터넷을 통해 납치된 사실을 알았다. 처음에는 몹시 놀랐지만 정부가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많이 안정을 찾았다.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석방을 위한 노력과 의지를 믿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랍된 사람들의 안전이다."

- 동생은 어떤 사람이었나.
"간호학과 출신이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봉사활동에 적극적이었다."

- 떠날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잘 다녀오라고 격려했다. 가족 모두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상심이 크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과 국민들의 관심이 그들을 무사히 이땅으로 돌아오게 할 것으로 믿는다."

#샘물교회#탈레반#피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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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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