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저녁 8시, 홍대 근처에 있는 카페 V·W에서 타투이스트 문대희 개인전 'ink or die' 오프닝 파티가 열렸다.
옅은 노란색 조명이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반짝거리는 밝은 회색 벽 곳곳에 타투 사진과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오른 편에는 오프닝 공연을 위한 작은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오른쪽 벽에는 새, 한자, 꽃, 눈동자, 양복 입은 남자, 복잡한 문양 등 다양한 문신을 몸에 새긴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2층에는 문신을 시술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들과 문신 디자인들을 스케치한 작품 수십 개가 걸려있었다.
문신과 힙합이 하나가 되어
곳곳에서 팔뚝과 가슴에 문신을 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가슴 위쪽에 둥그런 문양의 문신을 한 여자도 보였다. 전시회장은 100여 명의 젊은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전시회를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이 20대였다. 힙합공연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클럽에 온 것처럼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탔다.
오프닝공연을 한 힙합뮤지션 BASCO씨는 "우리나라는 문화 후진국"이라며 "원시적이라 취급받는 문신문화를 갤러리에서 멋있게 예술문화로 승화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시회 오신 분들은 문화리더 같아 멋지다"며 "우리나라 빨리 문화선진국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입은 흰 민소매티 안쪽으로 양쪽 가슴에 새긴 커다란 문신 두개가 비쳤다.
힙합그룹 ‘24 7’은 "문신은 중독적인 것 같다"며 "옷 벗고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몸에 남아있는 백지에 문신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말했다.
오프닝공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심민희(21)씨는 "음악과 전시회를 같이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힙합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흔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타투이스트 문대희씨의 자유로운 타투관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그냥 문신하게 해주세요
타투는 바늘을 사용하고 사람의 피부에 직접 시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사의료행위로 규정된다. 따라서 타투이스트들의 문신 시술은 법적으로 규제받는다.
하지만 전시회에 온 사람들 대부분은 문신이 불법으로 규정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김미강(21)씨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경찰들이 잡아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법이 완화되어 타투이스트들이 대외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기영(28)씨는 "혐오감을 주기 때문에 문신을 금지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요즘 타투들은 혐오감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문신이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신이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심민희(21)씨는 "문신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왜 문신이 불법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문신이 불법이라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어긋난다"며 "하루 빨리 합법화가 이루어져 문신문화가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대희 개인전은 8월 10일까지 계속된다.
| | "문신에 대한 선입견 바뀌었으면 좋겠다" | | | [인터뷰] 타투이스트 문대희씨 | | | |
| | | ▲ 타투이스트 문대희씨 | ⓒ김한내 | - 타투를 하신지 얼마나 되셨는지.
"3년 정도 됐습니다."
- 타투를 하게 된 이유는?
"그냥 하고 싶고, 좋아서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타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외국에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타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된 이유는?
"일단 재미있을 것 같아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타투문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문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이번 기회에 문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문신하면 조폭들의 커다란 문신만 떠올리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 문신의 법적 규제에 대한 생각은?
"문신을 유사의료행위로 규정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요즘 합법화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저는 합법화, 불법화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이 별로 재미없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미국에 갔다 왔는데 미국의 타투문화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타투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매주 타투 컨벤션도 열리고,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른 타투이스트들과 연합해 이런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습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