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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향 그윽한 떡갈비
숯불향 그윽한 떡갈비 ⓒ 조찬현
예향의 고향 광주광역시에 가면 꼭 맛봐야 하는 다섯 가지 음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송정리 떡갈비다. 잘 치대어 떡처럼 다져 숯불에 구워낸 떡갈비는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치아가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에게 적합한 음식이다. 광주의 5미는 송정리 떡갈비, 광주김치, 한정식, 오리탕, 무등산 보리밥이다.

떡갈비는 갈비살을 칼로 곱게 다져 갖은 양념을 한 후 치댄다. 갈비뼈에 갈비살을 도톰하게 붙이거나 떡 빚듯이 동그랗게 빚어서 구워낸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만든 떡갈비라야 고기가 쫄깃하게 씹히며 부드러움과 달작 지근한 맛이 배여 있다. 연하고 부드러운 떡갈비는 굽자마자 바로 먹어야 맛있다.

떡갈비는 원래 임금님이 즐기던 고급요리였다고 한다. 또 쇠고기를 다져 만든 모양이 떡을 닮아 떡갈비란 이름이 붙었다. 하긴 당시 겉치레를 중요시했던 임금 체면에 갈비를 손에 들고 뜯을 수 없어서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떡갈비 쌈
떡갈비 쌈 ⓒ 조찬현
달보드레한 한국의 맛

깊은 맛이 배인 사금사금한 깍두기와 묵은지에 떡갈비를 먹어야 좋다. 떡갈비집에 가면 갈비탕을 먼저 선보인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게 웬일? 하지만 걱정할 거 없다. 돼지등뼈 갈비탕은 그냥 준다. 추가로 더 달라고 해도 돈은 받지 않는다. 시원한 국물에 푸짐한 뼈다귀를 뜯어먹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숯불향 그윽한 떡갈비 1인분 2대에 8000원이다. 이집에서 특별히 만든 소스를 골고루 발라 석쇠에 구워내 숯불구이의 풍미가 제대로 느껴진다.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달보드레한 한국의 맛이 떡갈비에 은근하게 숨어 있다.

돼지등뼈 갈비탕
돼지등뼈 갈비탕 ⓒ 조찬현
비빔밥 또한 이집에서 놓쳐서는 안 될 별미
비빔밥 또한 이집에서 놓쳐서는 안 될 별미 ⓒ 조찬현
비빔밥 또한 이 집에서 놓쳐서는 안 될 별미. 갖은 양념을 넣어 비빈 후 쇠고기 볶음, 김가루, 부추나물, 오이채, 달걀노른자 등으로 고명을 올렸다. 구수하고 담백하다. 양파김치에 비빔밥을 먹으면 개운하니 맛있다. 비빕밥은 양푼에 함께 비벼서 숟가락을 달그락 달그락 부딪히며 먹어야 정이 깊어진다.

떡갈비집 화정식당의 기본 상차림
떡갈비집 화정식당의 기본 상차림 ⓒ 조찬현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양파김치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양파김치 ⓒ 조찬현
송정리에서 32년째 떡갈비집을 하는 이영순(62·화정식당 주인장)씨는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떡갈비 골목의 원조 토박이다. 찬 하나 갈비탕 하나에도 세월이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다. 깊고 그윽하다. 갈비탕도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이웃 가게에 물어보니 그 깊은 맛을 못 잊어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갈비탕의 시원함에 반해 아침 해장을 위해 찾는 이들도 제법 있다. 김장철이면 한꺼번에 배추김치를 3천~5천포기를 담아 지하저장고에서 3년을 묵혀 손님상에 내놓는다.

떡갈비에는 진짜 떡이 들어갈까?

화정식당 떡갈비의 특징은 쇠고기 갈비살과 돼지고기 갈비살을 8:2의 비율로 섞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갈비살을 섞어 잘 치대어 다진 다음 마늘과 생강, 참기름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발라 구워낸다. 숯불에 구워내는 떡갈비의 구수한 냄새는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절로 멈추게 한다.

그럼 떡갈비에는 진짜 떡이 들어갈까? 그렇지 않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떡갈비에는 떡이 없다. 갈비살을 잘 치대어 떡처럼 만들어내 떡 모양을 닮았다. 이제는 진짜 떡이 들어간 퓨전떡갈비까지 나온다니 참 세월 많이 변했다.

숯불에 구워내는 떡갈비의 구수한 냄새는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절로 멈추게 한다.
숯불에 구워내는 떡갈비의 구수한 냄새는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절로 멈추게 한다. ⓒ 조찬현
광주 광산구 송정리 향토떡갈비거리
광주 광산구 송정리 향토떡갈비거리 ⓒ 조찬현
떡갈비 거리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송정리 5일장이다. 이곳은 나주와 함평, 영광으로 가는 길목이다. 1910년대에 형성된 시장은 우시장이 있어 60년대 쇠고기 유통이 활발했다고 한다. 시장의 밥집에서 갈비살을 다져 갖은 양념을 넣고 네모 모양으로 만든 음식이 떡갈비의 원조라고 한다. 장보러 나온 사람들 사이에 이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가게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떡갈비 생각이 나면 광주시 광산구청 인근의 '송정리 향토떡갈비거리'로 가자. 광산구청 주변으로 제법 규모가 갖춰진 괜찮은 떡갈비 집이 무려 15곳이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에도 보냅니다.


#송정 떡갈비#화정식당#깍두기#묵은지#비빕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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