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강릉시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강릉대학교 정밀기계과에 근무하고 있는 윤명곤입니다.
제가 강릉에 이사온 2004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시내 해수욕장에서 개인파라솔 설치 문제로 해수욕장 운영위원회와 강릉시의 담당공무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같은 문제로 강릉시 관광지도과의 담당 공무원 A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상급자인 듯한 공무원 B가 "뭐 하러 그 따위 전화를 계속 받고 있어"라고 제가 잘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호통을 치더군요. 강릉시 관광지도과에서는 민원을 간단히 해결하는 매우 독창적이고 야만적인 기법을 활용하시더군요.
해수욕장에서 자릿세 받는 해수욕장 운영위
기본적으로는 강릉시의 입장은 해수욕장 운영위원회가 해수욕장 운영 기간 내에는 독점적으로 해안의 사용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파라솔의 설치를 규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해수욕장 운영위원회가 '개인파라솔 구역'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언급하였습니다.
해수욕장에 가보신 분들은 동의하시겠지만 '개인파라솔 구역'은 개인파라솔을 이용하는 관광객(시민)을 배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수욕장 운영위원회에 돈을 내지 않고 개인파라솔을 설치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여름휴가를 어떻게 망치게 되는지를 잘 깨달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무거운 개인파라솔을 들고서 (만일 두 명 이상의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면 더 심하겠지요) 주차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제일 시끄럽고 지저분한 곳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또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불편한 자리까지 찾아와야 하는지를 조심스럽게 설명하여야 합니다.
사실상 운영위원회의 파라솔을 사용하라는 것은 자릿세를 받는 것과 동일합니다.
제가 불쾌해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릉에 살고 있는 저는 해수욕장이 개장하기 전에 아이들과 자주 바닷가에 가서 파라솔을 설치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개인이 국유지인 바닷가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해수욕장이 개장되면 너무나 당연한 저의 권리(집 근처의 바다에서 놀 수 있는 권리)를 갑자기 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왜냐하면 강릉시가 그 권리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에 팔아버렸기 때문입니다.
해수욕장 운영위원회의 다수가 해수욕장 주변의 주민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여름 한 철 그들의 수익을 증대시키는 것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물론 다음 번의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그 주민들도 큰 몫을 하겠지요.
그렇지만 말입니다. 관광산업의 발전은 "우리 지역의 민관이 협력하여 올 여름 동안 최대한 외지인의 주머니를 털어보자"는 정도의 치졸한 작전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이라면 무슨 염치로 "태풍피해를 입은 강원도를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다른 지자체나 중앙정부에 할 수 있을까요.
어렵게 휴가를 받아서, 극심한 교통지체를 경험하고, 강릉에 놀러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파라솔을 설치하지 말라는 해수욕장 운영위원회의 사람들과 오랫동안 싸우는 것보다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그냥 1만~2만원 주고 분을 삭이게 됩니다. 어찌 되었던 당장 강릉시의 관광수입이 늘어서 다행인가요?
외지인 주머니 털면서 태풍피해 복구 요청하나요
시장님, 보편적인 가치를 무시하면서 이루어지는 사익의 추구는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앞으로 몇 년은 더 외지 관광객에게 자릿세를 요구하는 염치없는 장사가 유지 되겠지만 그 기간 동안에 누적되는 무형의 부채는 더 오랜 시간 동안 강릉시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
물론 당장 어떻게 하든 돈을 벌어서 자신의 아이들이 강릉을 떠나 서울에서 살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도대체 관광산업을 중요한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전 세계의 어느 국가에서, 어느 도시에서 해수욕장을 찾아온 관광객에게 자릿세를 받습니까? 그저 영어간판을 몇 개 만들어서 매달아 놓는 것이 강릉시가 진행하고 있는 국제화인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원일보(투고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