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잠결에 어렴풋이 들리는 전화소리. 아이들 깰까봐 졸린 눈 부비며 거실로 나가니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전화를 받으니 시골에 계신 엄마 목소리입니다.
"자는 데 깨웠나 보다. 니들 자는 줄 알면서도 마음이 급해서 전화했다. 별일 없지?"
"네. 근데 무슨 일로 이 새벽에?"
"엄마가 하도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통 잠이 와야지. 오늘 차 조심하고, 길 건널 때도 잘 살펴보고. 그리고 애들 유치원 갈 때도 한눈 팔지 말고 애들 잘 데리고 가. 에미도 조심하라고 그러고."
"그 말 하려고 이 새벽에 전화 했대. 내가 한두 살 먹은 앤가?"
"그래도 조심혀. 엄마 꿈이 하도 이상해서 그려. 그렁께 오늘은 엄마 말대로 매사 조심혀. 알았어? 건성건성 듣지 말고!"
조심하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받고서야 엄마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10분을 막 지나고 있었습니다.
'어휴~ 엄마도 참.'
하품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는 동안 저도 모르게 '별 일도 아닌 것 같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잠을 깬 것에 대해 불만 비슷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 부모님 세월, 자식은 부모님 마음 언제쯤 알까?
다시 잠을 청하고 아침에 일어나 애들 유치원 데려다 준 다음 회사 출근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저도 모르게 그만 '멈춰! 왼쪽 오른쪽! 건너!' 절차에 따라 길을 건너는 겁니다.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엄마에게 전화했습니다.
"엄마! 나 엄마 말대로 조심해서 회사 잘 왔어. 애들도 유치원 잘 데려다 주고."
난 그냥 무의식중에 엄마 말을 따르면서 길을 건너는 내 모습에 순간 웃기기도 해서 장난 비슷하게 전화한 것인데, 우리 엄마 아주 심각하게.
"그려. 잘혔다. 엄마도 이제 밥 먹어야겄다."
"엄마도 참! 꿈 하나 꾼 거 가지고 뭘 아침까지 안 먹고 그려."
"그게 다 부모 맘이란다. 늦겄다. 얼른 출근혀."
휴~ 엄마 전화 끊고 나서 "그게 다 부모 맘이여"라는 말에 괜히 마음 한 구석 무거움이 자리하더군요. 꿈 하나에도 자식 걱정에 잠도 못 주무시고 걱정하시는 부모님!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서도 부모님 마음 하나 헤아리지 못하니.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 부모님 세월이라 했는데, 우리는 언제쯤이나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을, 그리고 늘 당신보다 자식을 먼저 챙기고 걱정하는 부모님의 그 마음을 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