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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민주당 소속이었던 통합민주당 대통합파 의원 4명과 원외위원장등 52명은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민주당은 내년 총선이나 눈앞의 이익만을 앞세워 민주당을 떠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탈당해 제3지대 대통합신당 창당준비위에 합류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범여권의 제3지대 신당이 출범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 통합민주당 탈당파, 선진평화연대, 미래창조연대 세력은 오늘(24일)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가졌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범여권 대통합신당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신당은 한나라당에 이은 원내 제2당으로 부상하여 대선정국에서 범여권을 대표하는 세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당이 과연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과의 1대 1 대결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 17대 대선구도를 좌우하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불안해 보이는 신당의 얼굴

그러나 신당의 출발은 아직 여러 가지로 불안해 보인다. 우선 신당의 얼굴이다.

신당의 공동창준위원장은 미래창조연대에서 오충일 목사·김호진 교수·김상희 전 여성민우회 회장이, 정치권에서는 정대철 대표·정균환 전 의원·김한길 의원이 맡기로 하였다. 시민세력이 절반을 점했다고 하지만, '새로운 리더십 구축'이라는 면에서 50%는 부족해 보인다. 그 이유를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도로 열린우리당' 논란도 피해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신당에 참여하는 현역 의원 가운데 대부분이 열린우리당 출신이어서 '도로 열린우리당' 이미지를 얼마나 탈색할 수 있을지, 말 그대로 새로운 당으로 받아들여질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창당과정에서 등장한 지분의 개념도 그리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 신당은 정치권과 미래창조연대 측의 지분을 1대 1로 하기로 결정했다 한다. 공동창준위원장, 중앙위원회가 모두 양측 1대1의 지분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정치권 몫은 다시 참여한 각 세력별로 안배되는 모습이다.

일과 능력 중심의 논리보다는 지분안배의 논리가 다시 등장한 것 같아 유감이다. 이 같은 지분의 기계적 안배구조 속에서 과연 신당은 제대로 된 집단적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어찌 보면 창당과정에서의 현실을 감안한 불가피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럼에도 기존의 '신당'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과감한 변화의 모습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반한나라당'으로는 부족하다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더 있다. 범여권세력을 결집하여 국민에게 정권을 달라고 호소할 것이라면 다음의 두 가지 과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첫째, 신당의 책임 있는 국가적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범여권 신당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세력이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세력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과는 다른, 또한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그것을 가지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맞다. 그저 한나라당을 수구·부패정당으로 규정하며 반한나라 정서에 의존하는 것은 5년 전에나 통용될 수 있었던 방식이다.

이제는 누가 국민을 더 잘 먹여살릴 수 있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느냐에 대한 비전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때이다. 그러난 그동안 범여권 세력은 자신들의 생존에만 매몰된 나머지, 이에 관한 아무런 비전 제시도 하지 못해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범여권세력이 '반한나라당'이라는 정치적 구호에만 의존하여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국민의 선택기준은, 정치적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니라, 누가 우리를 더 골고루 잘살게 해줄 능력을 가졌는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당 창준위가 기치로 내건 내용들을 보면 진부하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다. 창준위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으로서 사회양극화 완화 ▲건강한 경제정의구현 ▲지역주의 배격과 전국정당 지향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달성 ▲햇볕정책 계승을 대통합신당의 기치로 내걸었다.

모두가 지당한 말들이지만 공허하다. 5년 전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제는 신개발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서 새로운 발전모델과 국가적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21세기 세계화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범여권 신당은 이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정권을 맡겨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할 자격이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

감동이 없다

두 번째는 국민적 감동의 창출이라는 과제이다. 현재의 범여권세력이 16대 대선과 17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사즉생'의 정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모습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큰 승부에서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범여권 신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사즉생'이 아니라 '생즉사'가 될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신당에 참여하는 각 세력이 모이는 과정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활로 찾기의 성격이 강했다. 생존을 위한 이합집산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이다.

자기 것을 버린다고 말들은 많이 했지만, 막상 자기의 중요한 것을 버린 경우는 몇 사람 되지 않았다. 창당과정에서도 이같은 모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기회는 없다.

지난 몇 년간 범여권세력의 성장기와 쇠락기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소재가 있었느냐 여부에 있었음이 나타난다.

대선을 앞두고 신당을 만든다면 마찬가지이다. 범여권세력에게서 싸늘하게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녹일 '무엇'을 그들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신당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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