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주자군 중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의 경쟁이 시작됐다. 연설 경쟁을 통해서다. 정동영 전 장관과 손학규 전 지사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범여권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차이는 크지 않다. 쫓는 입장에서 보면 손에 닿을 만한 거리다.
지난 24일 열린 '미래창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준비위원회 결성식에 두 후보가 나란히 참석, 축사를 통해 연설 경쟁이 시작됐다. 두 후보는 대통합신당이라는 한배에 승선했다. 두 후보 모두 말과 행동으로 그 배의 선장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날 두 후보는 세 번째와 네 번째 축사자로 나서 대통합과 시대정신 및 대선승리를 놓고 뜨거운 연설 경쟁을 벌였다. 행사에 참석한 발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5분간의 연설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우선 두 후보 모두 연설 가운데 유머를 섞어 청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정 전 장관은 "(동지들에게)개인적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듯합니다. 대통합이 안 되면, 정동영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 했었는데, 하마터면 출마 하지 못할 뻔 했습니다. 감사합니다"고 농담을 했다.
사회를 본 이낙연 의원이 수염 깎는 값을 절약했다고 하자, 손 전 지사는 "수염 깎는 값을 절약했다고 하는데 사실 송구스럽다"며 "이발소 갈 시간을 갖질 못해 집사람에게 물어보니 (수염을)좀 길러보라고 했다"고 말해 청중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정 전 의장의 경우 연설 중 5차례 이상 '대통합'을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참석했더라면 명실상부하고 완벽한 대통합이 이뤄졌을 텐데, 함께하지 못한 것이 맘에 걸린다"며 "내달 5일 창당식 때는 박 대표와 민주당 모두가 함께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번 대선은 미래 세력과 과거 세력의 대결"이라며 "미래세력이 우리나라를 책임지는 그러한 정치를 열어가는 것이 이번 대선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 '미래세력', '새출발', '미래창조' 등 10여 차례 이상 미래형 관련 단어에 강조점을 뒀다.
정 전 장관은 방송앵커 출신답게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로 청중을 휘어잡았다. 반면 손 전 지사는 대학 강의식으로 대화하는 듯한 연설 방식을 선택했다.
대통합을 강조하며 지난 과거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정동영 전 장관, 미래를 강조하면서 과거를 애써 외면하려는 손학규 전 지사. 아직 창당을 앞둔 워밍업 단계다. 각을 세워 차별성을 내세울 시간은 충분하다. 두 후보의 연설 대결 관전기는 계속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 * 김도윤 기자는 정동영 캠프 공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