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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물 소유주의 하소연

상가건물 소유자인 이아무개(40)씨는 최근 새로운 세입자를 맞이했다. 이후 세입자로부터 전 세입자의 명의로 된 전기사용자 계약을 변경하려 한다며 건물주 연대보증을 요구받았다. 의례적으로 해왔던 것이기에 이아무개씨는 인감증명서를 주며 이것을 첨부해 제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 양산지점에서 이아무개씨가 직접 방문해 자필서명을 할 것을 통보했다. 직접 갈 수 없어 다른 방법을 물어보니 한전은 세입자가 전기요금 3개월분을 예치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입자에게 그만한 여유자금이 없는 것을 아는 이아무개씨는 하는 수 없이 한전을 직접 방문해 처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전의 이같은 업무처리에 불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전기사용자 변경 신청시 필요한 '전기요금 보증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아 일부 개정된 전기요금 보증제도가 오히려 주민들에게 더 큰 불편함과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보증제도는 전력 6㎾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사용자(세입자)가 전기사용자 변경을 신청할 때 전기요금을 체납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보증인을 세우거나 현금 등을 맡기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한전에서는 여러가지 보증 방법 가운데 건물주를 보증인으로 세우는 건물주 연대보증을 강요,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다. 공정위는 "현행 전기공급 약관에는 전기요금 보증과 관련해 현금 예치, 이행증권 발행, 연대 보증 등의 방법 가운데 고객의 희망에 따라 선택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하지만 전기사용과 직접 관계가 없는 건물 소유자에게 요금 연대보증을 사실상 강제한 한전의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전은 전기사용변경신청서 양식에서 '전기요금 연대보증각서'란을 삭제했다. 하지만 동시에 연대보증 설정 시 주로 사용돼 왔던 인감증명서 첨부제도를 지난 7일에 폐지함으로써 오히려 주민 불편이 가중됐다. 앞으로 건물 소유자가 세입자의 전기요금 보증을 위해서는 한전에 직접 방문해 자필서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건물 소유자가 양산지역에 살지 않는 등의 이유로 한전 양산지점에 방문하지 못한다면 세입자가 건물 소유자 보증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세입자는 전기요금변경을 신청할 때 3개월 전기요금인 평균 50~100여만원을 한전에 예치하거나 이행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사실상 세입자의 형편상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것.

건물 소유주 박아무개(55)씨는 "건물 소유자의 인감증명서만 제출하면 쉽게 처리되었던 것을 굳이 건물 소유자까지 함께 방문해 처리해야 되도록 규정을 바꿔 주민들에게 더 큰 불편함을 안겨준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이에 한전 양산지점 관계자는 "인감제도는 전산화가 어렵고, 위조변조가 쉬워 행정자치부에서 폐지할 것을 요청해 왔던 것이기에 부득이 이같은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며 "사실상 인감제도를 통한 연대보증이나 현금 예치 등이 업무를 추진하는 한전 입장에서도 편한 방법이었는데, 공정위와 행자부의 방침대로 규정을 바꾸고 나니 처리도 힘들고 민원도 많아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물 소유자, 세입자 그리고 집행기관인 한전 역시 전기요금 보증제도가 번거롭고 부당하다고 인식한다면 이외에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세입자 홍아무개씨는 "전기요금 체납을 줄이기 위해 부득이 전기요금 보증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세입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한전은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공기업이기에 단순한 기업이윤추구가 아닌 사회적 책임의식도 함께 가져줬으면 한다"며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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