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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움의 가치사전> 책표지
ⓒ 청년사
제목에 사전이란 말이 들어간 만큼 상당한 두께의 책이다. 읽기도 전에 두께에 질려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인간이 욕망하는 모든 것을 다룬다는 <즐거움의 가치사전>이다. 즐거움은 쾌락이다. 쾌락이 무엇인지 알려주고자 쓴 책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쾌락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꾸로 쾌락의 노예가 되어 평생을 허우적거리며 살다 죽기도 한다. 한 사람이 추구하는 쾌락이 단지 그 개인의 쾌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역사적, 정치적 영향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쾌락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목차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사랑, 섹슈얼리티, 사회적 쾌락, 여가의 쾌락, 지적 쾌락으로 구성된 다섯 영역의 큰 단원으로 구성되었다.

각각의 단원에서는 다시 세분화된 작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단원 섹슈얼리티 단원에서는 섹스, 스킨십, 사디즘과 마조히즘, 동성애, 매춘, 성폭력, 근친상간, 에로티시즘 등 8개의 작은 주제로 구성되었다.

즐거움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저자가 언급하는 지식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동서와 고금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다양하고 폭넓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전이라 이름을 붙인 만큼 다양한 지식을 폭넓게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를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매력은 다른 데 있다. 단지 동서와 고금의 수많은 지식과 사례를 바탕으로 인간들이 욕망하는 쾌락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역사적, 사회적, 철학적으로 다양한 지식과 사례들을 분석해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권력은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의 역사는 가장 안정되지 못한 것이 권력임을 증명하고 있다. 권력에 목숨을 건 사람은 권력의 몰락과 함께 몰락할 것이다. 그것은 강함의 증거가 아니라 약함의 증거이다. 진정으로 강한 것은 남을 지배하는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세계의 지배자가 되고 싶어했던 알렉산더 대왕의 비석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온 세상이 마음에 차지 않던 그였지만, 이제 무덤 하나로 충분하다.”

역사적으로 권력을 둘러싼 무수히 많은 갈등이 있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겠지만, 권력을 숭배하고 권력만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간결하고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오히려 인간들을 소외시키고, 미래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부와 권력 획득에만 몰두하다 현재를 상실하는 인간들의 삶,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쏟아 붓는 수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녀와 부모 사이의 대화는 단절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문제, 풍요한 사회에서 축제의 홍수 속에서도 정작 철저히 구경꾼으로 소외되는 사람들….

쾌락이란 허상에 사로잡혀 소외되고 단절되고 매몰되는 삶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한다. 병의 원인을 아는 데서 치료가 출발하는 것처럼 쾌락에 대한 객관적 인식에서 쾌락에 얽매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설명한다.

쾌락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행위에 대해 더욱 깊이 관조할 수 있고, 보다 효율적으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더 높은 차원의 유쾌함을 얻게 된다.

즐거움의 가치사전 - 인간이 욕망하는 모든 것

박민영 지음, 청년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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