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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무지 매운탕, 튀김 그리고 밭에서 갓 딴 야채로 풍성한 밥상
모래무지 매운탕, 튀김 그리고 밭에서 갓 딴 야채로 풍성한 밥상 ⓒ 김기영
저녁 8시 조금 못 돼서 형님 집에 도착하니, 이미 거실 한가득 상을 내고 준비를 하셨더군요. 집 뒤 남대천에서 손수 잡으신 모래무지 매운탕에, 튀김에 그리고 밭에서 갓 딴 채소로 정말로 오랜만에 풍성한 상을 받고 다들 황송해했습니다. 갓 준비된 싱싱함으로 채워진 밥상, 그리고 더불어 나누는 따뜻한 밥 한 공기, 한잔 술과 정담은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던 진정한 밥상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다들 널찍한 마당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드문드문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이외에 세상은 온통 새까맣기만 합니다. 주변 밭에서는 귀가 멍할 정도로 개구리 소리뿐. 이런저런 다른 소리 하나 없이 달랑 개구리 소리뿐인 게 정말 신기하기만 합니다. 온갖 가지 소리에 익숙한 저희들에게는 마냥 낯설었고, 그래서 오히려 상쾌하더군요.

밤늦도록 주고받은 소주가 조금 과하기도 했을 법하건만, 다들 그 다음 날 이른 아침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우스개로 "우리 술 먹긴 한 건가?" 하면서요.

덕령산 정상에서, 오성산과 남대천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덕령산 정상에서, 오성산과 남대천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 김기영
형님의 안내로 집 앞 덕령산에 올랐습니다. 오르는 내내 길 옆에 늘어서 있는 빨갛게 익은 산딸기는 전날 숙취에 마른 갈증을 없애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해발 550미터 봉우리 하나에 오르니 저 멀리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오성산이 아스라이 보이고, 남대천과 잘 어우러지는 풍광이 멋지더군요.

산에서 내려와 집에 돌아오니, 할머니가 맷돌로 손수 갈아 만드신 순두부국과 두부로 아침을 준비해 주셨더군요. 무엇이든 바로바로 만들어 먹어야 맛있다는 할머니 말씀처럼 정말 맛있더군요. 당신네들은 늘 그렇게 드신다는 당신의 말씀에 그저 부럽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빨리 빨리에만 익숙한 우리네 삶이 오히려 처량해 보이기만 하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차 한잔에 중년 남자들의 수다 조금이었는데도 벌써 정오를 넘어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형님 식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여기보다 편할지는 모르겠지만, 풍요롭지는 않은 우리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들 다시 오마, 식구들과 한 번 꼭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형님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저희 닉스팜 토마토 농장에 들렀습니다. 한낮 한증막 같은 하우스 안에서도 다들 즐겁기만 합니다. 직접 자기 손으로 토마토를 따는 것이 재미있다고들 합니다. 따면서 쓱쓱 옷에 딱 한 입 베어먹는 맛이 기가 막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철원에서의 1박 2일 우리 여행을 끝마쳤습니다. 콘도나 펜션에서 하룻밤, 근처 식당에서의 식사에 익숙한 그런 일상적인 여행이 아니었기에, 더욱 즐거웠던 여행을 끝마쳤습니다.

덧붙이는 글 | 어린 시절 시골 친척집을 찾아 보낸 시간들이 점점 아스라해져만 가는 지금이기에 농촌과 그 속에서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낸 이번 여행이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거 같습니다.


#철원#닉스팜#농장#친구#싱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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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여행과 느리고 여유있는 삶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같이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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