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청춘물을 그린 트랜디드라마의 인기가 시들했다. 그것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반복된 소재가 식상해지고, 신데렐라 구도와 선악 구도가 시청자들에게 지겨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극과 전문직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트랜디드라마의 제작 자체가 예전에 비해 많이 둔화된 것이 사실이다. 또 그러한 드라마들이 사랑을 받는 일이 드물어진 가운데 연달아 세 편의 청춘물 트랜디드라마가 인기를 누리고 있어 때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선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은 단 6회 만에 시청률 30%에 근접하면서 월화드라마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열렬한 지지를 받은 <메리대구 공방전>과 드디어 시청률 두 자리 수를 보이며 쾌거를 올린 <경성스캔들>이 청춘물 트랜디드라마의 붐을 다시 일으킨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특히 <커피프린스 1호점>은 시청률과 인기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매회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시청률 30%를 쉽게 넘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연애 트랜드 반영, 신선한 충격!
반짝인기를 누릴 수 있는 방학기간이라는 점도 청춘물 트랜디드라마가 다시 사랑을 받는데 유리하게 작용한 점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주인공들이 성장하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처럼 청춘물 트랜디드라마도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그러한 점들이 다시금 사랑을 얻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즉 더는 비슷한 소재와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사실을 판단, 스스로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그것은 조금씩 그들의 경쟁력이 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선 세 편의 드라마를 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공통점은 네 명의 남녀 주인공들의 꿈과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사실 여느 청춘물을 표방한 트랜디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과거 <환상의 커플>을 생각해 보자. 분명 네 명의 엇갈린 사랑이야기가 중심으로 펼쳐졌지만 그 드라마는 후반부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이유는 기존 트랜디드라마 공식을 비틀어 차별화를 시도한 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커피프린스 1호점>과 <메리대구 공방전>, <경성스캔들> 역시 기존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청춘남녀들의 사랑이야기가 주요 내용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 안에 네 명의 청춘 남녀들의 사랑법이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커피프린스 1호점> 경우 네 명의 청춘남녀의 사랑이 엇갈리고 있다. 남장여자 고은찬(윤은혜)와 커피전문점 사장 한결(공유)와의 사랑이 주요 내용이다. 헌데 이들 사랑에 각각 한결의 사촌 한성(이선균)과 한성의 여자친구 유주(채정안)이 4각 관계에 놓여있다.
여기까지는 기존 청춘물 트랜디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 아주 진부한 소재와 낡은 전개방식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사랑이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살짝 넘나들며 곡예에 가까운 사랑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 모두는 아주 쿨한 연애 방식을 가지고 있다.
사실 4각 관계에 놓여있다면 으레 남녀 주인공을 각각 1명씩 내세워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주조연 인물을 등장시키고, 주조연 여자인물은 대체로 나쁜 여자인 악녀로 등장해 밉상 맞게 굴면 굴수록 이들의 사랑을 깊어진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날이 갈수록 주조연 여성인물을 미워하기 시작한다. 즉 선악 구도에 따른 법칙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헌데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인공들의 사랑은 아주 쿨하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생각할 때는 서로 껄끄러울 것 같은데 자유롭다. 그리고 네 남녀가 한 명도 나쁘거나, 악한 짓을 행하지 않는다. 가령 유주가 한성이 은찬에게 끌리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속을 우회적으로 내비친다. "귀여운 동생이지, 그 이상은 안 된다!"고 우회적으로 못 박는다.
그러면서도 유주도 자신을 사랑하는 한결과의 거리를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 놓는다. 이 경우는 은찬도 마찬가지다. 한성과 한결의 사이에서 곡예를 타며, 슬쩍슬쩍 경계를 넘나든다.
이러한 새로운 연애방식의 모습을 보여줘 식상한 소재의 한계를 벗어나게 되고, 일종의 판타지로 대리만족을 주면서도 요즘 세대의 사랑법을 새롭게 재해석해 또 다른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메리대구 공방전>도 그러한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네 남녀가 사랑이야기로 사각관계를 이루며 서로의 큐피트 화살이 엇갈린다. 그럼에도 어느 하나 악인이 등장하지 않고 이들의 사랑도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물론 이소란(왕빛나)이 대구(지현우)가 메라(이하나)를 택한 사이 분노를 느끼며 살짝 메리를 곤란에 빠지게 하면서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지만 그것조차 드라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부수적인 코드로 사용될뿐더러 드라마상에서도 그러한 행위가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선도진(이민우)이 이소란을 극구 말리며 검도를 가르쳐 선도하려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또 쿨하게 메리를 잊고, 대구를 인정하는 모습은 새로운 연애방식의 스타일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요즘 청춘들은 이들의 사랑법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경성스캔들>은 쿨한 연애방식을 보여주지 않지만 아예 네 명의 청춘남녀들이 엇갈린 사랑의 행보를 보이지 않고, 일대일 사랑의 모습을 비추면서 그들이 서로의 사랑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에 무게를 실었다.
물론 초반에는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의 큐피드 화살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 보면 나여경(한지만)과 선우완(강지환) 커플, 이수현(류진)과 차송주(한고은) 커플의 모습이 등장하고 서로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감정을 확인하지 못하는 모습을 전면에 내세워 식상한 사각관계보다 일대일의 사랑의 깊이를 보여주는데 치중했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유쾌한 사랑과 슬픈 사랑의 모습을 각각 취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청춘 트랜디 드라마의 새로운 연애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는 효과를 낳았고, 그것은 곧 인기와 시청률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세 개의 드라마는 저마다 기본 틀을 달리해 기존의 트랜디드라마와 차별화를 이루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전형적인 청춘물 트랜디드라마 형태지만 남장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제껏 청순하고 착한 여주인공과 거리가 멀어, 새로운 캐릭터를 내세워 차별화를 이루었다.
<메리대구 공방전>은 로맨스와 적절하게 방황하는 청춘의 꿈을 향한 도전기를 전면에 내세워 기존 트랜디 드라마와 별반 다를 게 없어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사랑과 성공을 분리해 냈다는 점이 기존 트랜디 드라마 공식을 해체한 점이다.
대게 청춘물 트랜디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남녀의 사랑과 그 과정에서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대체로 여성이 등장하는데)이 등장한다. 그리고 질투에 눈이 먼 주조연 여자 인물이 사랑을 훼방 놓기 위해 주인공의 성공에 브레이크를 건다. 물론 이상하게 꼭 그녀가 다니는 회사가 주조연 여자주인공이 사장 딸이라든지 하는 진부한 관계로 엮어 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주인공은 온갖 고난을 겪게 되고, 함정에 빠져 슬퍼하고 아파하기도 한다. 하지만 슬기롭게 대처하며 사랑과 성공을 동시에 거머쥔다는 스토리가 등장해 왔다. 그래서 사랑과 성공을 떼려야 뗄 수 없었는데, <메리대구 공방전>은 두 주인공의 사랑과 꿈의 도전은 별개로 그려지며 메리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결말을 맺어 새로운 차별화를 이루었다.
반면 <경성스캔들>은 두 드라마와 달리 시대극의 형태를 빌려왔다. '일제강점기 시대에도 청춘남녀는 사랑을 했을 것이다'라는 가정 아래 드라마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유쾌하게 그려내 기존 시대극과, 트랜디드라마와 모두 차별화를 이뤄 많은 호응을 얻어냈다.
이처럼 대부분 기존 트렌디 드라마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캐릭터와 설정 등으로 차별화에 주력했고, 그것은 곧 '청춘물 트랜디 드라마'의 부활을 알렸다. 이뿐이 아니다. 기존에 트랜디 드라마에서는 스토리를 중시한 나머지 캐릭터와 화면 등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처럼 이들 드라마는 기존 시청자들이 원하는 판타지를 꾸준히 보여주면서 새로운 시대에 부흥하는 새로운 시도로써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즉, 청춘물 트랜디 드라마는 기존의 좋은 점을 고수하고, 식상해 하는 부분을 가려내 가려운 곳을 긁어줌으로써 다시금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었다.
그것은 곧 한국드라마의 경쟁력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해 새로운 내용의 드라마를 만나는 기쁨을 맘껏 누렸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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