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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권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다 모두 사표를 낸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이 지난 7월 2일 저녁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출범시키며 새 매체 창간을 선포했다. 문정우 단장을 비롯한 기자단이 새 매체의 성공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고 있다.
편집권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다 모두 사표를 낸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이 지난 7월 2일 저녁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출범시키며 새 매체 창간을 선포했다. 문정우 단장을 비롯한 기자단이 새 매체의 성공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파업은 품위를 잃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회사가 고용한 용역 깡패에게 "젊은 놈이 먹고 살 것이 없어 이런 짓을 하느냐"며 욕설을 하는 기자의 화면을 내보내며 'PD수첩' 내레이터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기자가 얼마나 품위 있는 직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희는 파업을 하며 품위를 잃었습니다.

파업으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한 기자는 가장으로서 품위를 잃고 에어컨을 내다 팔았습니다. 그러자 한 선배 기자는 에어컨을 경품으로 준다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 방송을 듣고, 기자로서 품위를 잃고 에어컨 사연을 팔아야 했던 사연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기어이 에어컨을 타내 후배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기자로서 품위를 잃고 그림 판매에 여념 없는 저는 그림 한 점이라도 더 팔기 위해 이 사연을 또 한 번 우려먹고 있습니다.

"칼 들고 다녀야겠다"는 선배, '그림 동냥' 다니는 나

창간은 염치를 잃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다짜고짜 "주변에 돈 좀 있는 사람 없느냐, 투자 좀 하라고 해라"라고 묻게 하고 "비상금 숨겨둔 것 있으면 너도 소액투자라도 해보지"라고 채근하게 만들고 "정기구독 한 부 안 하면 앞으로 내 얼굴 볼 생각하지 마라"라고 협박하게 만듭니다.

투자자를 주로 만나고 다니는 문정우 단장은 "칼만 안 들었지 완전 강도나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칼을 들고 다녀야겠어"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선배들이 투자자를 만나러 다니는 동안 저는 '그림 동냥'을 다녔습니다. 하지만 작두에 오르기 전 선무당의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초보 전시기획자는 그냥 애만 끓였습니다.

"그림 한 점만 달라"는 이야기가 차마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않더군요. 아는 화가분이 성심성의껏 돕겠다는 문자가 보내와도, 아는 컬렉터분이 무슨 일이든 부탁하라는 전화를 해도 "그림 한 점 달라"는 이야기를 못했습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는 화가분이 잠깐 국내에 들렀다가 제주도에서 애플망고를 사서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고 기자 고생하는데 제주도 오니까 좋은 애플망고가 있어서 생각이 나서 보냈다, 맛있게 먹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곧 뉴욕에 들어간다는데, 역시 "그림 한 점 내놓고 가시죠"라는 말을 못했습니다. 자책했습니다. "배가 덜 고팠구나, 애플망고나 먹으면서 배나 채우자"라고.

그래도 기적처럼 전시회는 성사되었습니다. '참언론 구현'의 뜻을 품고 그림이 한 점 한 점 몰려들었습니다.

마감에 몰려 피를 뽑듯이 <한겨레> 만평을 그리곤 했다는 박재동 화백이 귀하디귀한 만평 원화 2점을 보내주셨습니다.

100여 점의 기증 작품이 모여 전시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성황이었습니다. 작품이 너무 몰려 채의진 선생님이 기증하신 서각 작품 40여점은 독립된 전시 공간을 얻지 못했고 이유진 선생님이 기증하신 한국화 수십 점도 아직 전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 그래도 다시 한 번 "도와주십시오"

가운데 있는 사람이 제 프랑스인 친구 벵자맹 주아노입니다.
가운데 있는 사람이 제 프랑스인 친구 벵자맹 주아노입니다.
전시 기간 동안에도 작품 기증은 계속되었습니다.

부산에 계시는 'OK신'이라는 독지가분은 인기작가의 작품이 있어야 한다며 사석원 화백의 작품을 보내주셨습니다. 미국에 계시는 최영숙 화백님은 연락도 없이 수묵 누드 크로키를 여러 점 보내주셨습니다. 개막식에 오셨던 고리들(고영훈) 화백님은 진주로 내려가 조용히 작품 한 점을 올려 보내셨습니다.

작품 기증 말고도 감동의 물결은 또 일었습니다. 소설가 윤정모 선생님은 사조직 '윤정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윤사모)'을 가동해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 신매체'의 100부 구독운동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림 기증해주고 모아주신 것만도 고마운데, 그림 살 사람까지 불러주시고, 독자까지 모아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굿바이 시사저널전'을 보고 제 프랑스인 친구 벵자맹 주아노는 영감을 받았습니다. 최근 프랑스에서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에 관한 기사가 무단 삭제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판 <시사저널> 사태' 역시 라가르데르라는 거대한 자본권력이 연루된 일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 사실을 폭로한 것이 <리베라시옹> 기자들이 나와서 만든 < Rue89 >라는 프랑스판 <오마이뉴스>라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이 글은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염치없는 짓 한 번만 더 하겠습니다. 신매체 창간을 위해 기꺼이 개미핥기가 되어야겠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월급 대신 그림을 들고 갈 수는 없어서

애리조나 카우보이, 이충렬 선생의 희생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밀밭을 일군 사연은 이미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민족미술인협회와 갤러리 눈의 도움으로 '굿바이 시사저널전'에서 약 4000만원의 그림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밀밭을 한 마지기 더 일구려고 합니다. '굿바이 시사저널전 시즌2'를 개막합니다(전시 공간을 넓히기 위해 갤러리 눈 인사점에서 창덕궁점으로 이동합니다).

1차 전시회를 통해 30여점의 그림을 팔았지만 아직 100여점의 작품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조금만 거짓말을 하자면, 요즘 저는 꿈에서도 그림을 팔고 있습니다.

신매체를 인쇄할 인쇄소에 돈 대신 그림으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면, 우체국에 우표 값으로 판화 작품 몇 점 주면 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월급 대신 그림 한 점씩 들고 가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그림을 팔기 위해 갤러리 눈 박이찬국 관장님께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과감하게 할인판매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화가분들이 언짢으실 수도 있지만 본인이 비난을 감수하면서라도 할인판매에 나서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왕 인심을 쓴 김에, 전시회 오프닝 입장객들에게 추첨표를 나눠주어 추첨을 통해 작품 3점을 선물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기자들이 월급으로 그림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날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은 통돼지 바비큐와 와인을 준비해서 오시는 손님들을 대접하려고 합니다. 파업 과정에서, 신매체 창간과정에서 도움을 주고 계시는 분들을 대접하고 최소한의 염치를 찾으려고 합니다. 모두 오셔서 배도 채우시고 술도 즐기시고 신매체 창간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설명도 듣고 가시기 바랍니다.

박근혜·노무현·전두환·이건희... 캐리돌 찾아가세요

아참, 염치없는 소리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하겠습니다. 캐리돌 주인공분들, 얼굴들 찾아가세요.

이명박·손학규·정동영·이해찬·한명숙·신기남·김근태. 이 분들은 본인이 자신의 캐리돌을 사가셨거나 주위 분들이 선물하겠다며 사가셨습니다. 문제는 아래 분들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님, 이명박 전 시장 검증하느라 정신이 없으신가요? 노무현 대통령님, 그 많던 '노사모'는 다 어디 갔나요? 오세훈 시장님, 시정에 바쁘신가요? 강금실 전 장관님, 보라색 투피스가 잘 어울리는 캐리돌입니다. 고건 전 총리님, 캐리돌로 '정치의 추억'을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한화갑 전 대표님, 그나마 좀 한가하시잖아요? 와서 가져가세요.

사든지 말든지 별 관심은 없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의 캐리돌도 있습니다. 직접 와서 사갈 염치가 없을 것 같은데, 아무튼 이 캐리돌들은 누가 사가지 않으면 <시사저널> 역사와 함께 폐기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박지성·이천수·이승엽·비·김제동씨 팬클럽은 뭐하십니까? 이들을 향한 당신들의 사랑을 보여주세요.

그래서 제발 제가 이 '몰염치의 바다'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굿바이 시사저널전 시즌2>

○ 장소 : 갤러리 '눈' 창덕궁점 전관(장소 옮겼음. 창덕궁 돈화문 맞은편) 
○ 오프닝 : 2007년 8월 2일 저녁 7시(통돼지 바비큐와 와인 제공)  
○ 기간 : 2007년 8월 2일~8월 10일(이후 8월11일 창간선포식에서 공개 경매) 
○ 문의: 시사기자단 고재열 기자 016-386-1905, 갤러리 '눈' 02-747-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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