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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노조 조합원들의 농성에 대한 경찰의 강제해산이 시작된 지난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매장에 경찰들이 진입해 점거 농성을 펼친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이랜드 노조 조합원들의 농성에 대한 경찰의 강제해산이 시작된 지난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매장에 경찰들이 진입해 점거 농성을 펼친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7월 25일 서울 서부지원은 이랜드 사측이 이랜드 일반노조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청구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전국 32개 매장에서 시위, 현수막부착, 유인물배포, 피켓시위 등을 금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조합원은 100만원을 사측에 지급해야 한다. 노조가 이를 어길 경우는 1000만원이다.

계산대에 하루 종일 서서 다리가 퉁퉁 부어오르는 고통을 감내하며 받는 한달 임금이 고작 85만원인 여성 노동자들에게 한 번 집회 때마다 10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아예 집회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생존권을 빼앗는 처사다. 법이 결국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월급 85만원이라는 것도 기본급 65만원에다 식대 7만원, 야근수당 13만원을 합친 금액인데 국민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료에다 각종 세금을 제외하면 8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2007년 법정 최저임금이 시급 3480원(8시간 기준 1일 2만7840원)이니까 주 44시간 기준으로 한달을 일한다면 최저임금은 67만원 정도 된다.

이랜드 자본은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시급 300원이 인상된 2008년 최저임금 3770원을 적용하면 기본급 65만원은 최저임금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이랜드 자본은 자신들의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감추고 정부를 통해 공권력을 투입하게 만들었고 법원을 통해 돈으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려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노동3권을 부정하려 하고 있다.

돈에 억압당하는 노동자들의 기본권

특히 돈으로 노동자를 옥죈다면 노동자들은 자본가를 이기기 어렵다. 한 달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이 80만원도 안 되는 노동자에게 집회시위 한 건에 100만원을 내놓으라니 벼룩의 간을 내 먹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해외에 체류하면서 '나몰라라'하는 사용자가 권한 없는 교섭대표들을 내세워 파업을 유도하는 것은 매우 상습적이라 할 만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이 이를 기다릴 수 없어 투쟁 강도를 높이면 무조건 법망이 쳐놓은 불법의 그물에 걸려들기 마련이다. 먼저 때린 놈은 성성한데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은 그저 끌려가서 구금하고 구속한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없는 돈을 내놓으라고 강박한다.

1조7000억을 들여 인수한 '홈에버'(구 프랑스계 유통매장 까르푸)는 단 돈 2000억원(그 중 1000억원은 먼저 인수한 뉴코아에서 빼냄)만 자기 자본이고 나머지 1조5000억원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이다. 이랜드는 유통투기자본 까르푸가 엄청난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가는데(이른바 '먹튀') 도움을 주었다. 국부유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또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경영의 어려움이 생기면 이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한국 재벌의 수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것도 종교의 이름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극단적 모습이다.

취임 초기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노무현 정부는 임기 반 년을 남겨두면서까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있다. 월 80만원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준다는 말이 거짓임을 실감하고 있다.

지금 아프간에서 피랍된 한국인 인질들은 자신의 국가에 대한 더한 분노로 치를 떨고 있을 것이다. 결국 가진 자들은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주머니가 텅 빌 때까지 털어간다. 그러지 않고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것이 비록 '벼룩의 간'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랜드#비정규직#최저임금#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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