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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만화축제 운영위원장인 만화가 김동화씨.
부천만화축제 운영위원장인 만화가 김동화씨. ⓒ 부천만화축제
부천국제만화축제운영위원장을 맡은 만화가 김동화씨가 감회가 새로운 듯 벅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지난 8월 2일 열린 제10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지난 10년 과정을 한꺼번에 이야기하는 게 힘에 부치는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온다.

지난 1998년 12월 19일부터 23일까지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소박하게(?) 시작한 부천국제만화축제가 마침내 10회를 맞이했다. 당시 작가 사인회 자리에 앉아있었던 김동화씨는 위원장 직함을 달았고, 행사를 기획한 부천만화정보센터 조관제 소장은 어느덧 센터 이사장이 돼 이번 행사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지났다.

10회째를 맞은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지난해 부쩍 성장했다. 그동안 5만~6만명에 불과하던 축제 총관람객수가 지난해 방학 기간으로 축제 시기를 옮기면서 11만명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올해는 15만명으로 목표를 다시 올려 잡았다. 기자간담회라는 서울 나들이를 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며, 올해 예산은 지난해 두 배로 뛰었다. '국내 유일한 출판만화 축제'라는 위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시아 만화 허브'라는 목표를 조심스레 내밀었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김동화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장. 오른쪽 머리만 보이는 사람은 이현세 작가. 현재 한국만화가협회장을 맡고 있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김동화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장. 오른쪽 머리만 보이는 사람은 이현세 작가. 현재 한국만화가협회장을 맡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10회를 맞은 올해 부천국제만화축제(8.16-19) 주제는 '부천시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그동안 '언더그라운드 만화 10년전' '유럽 독립만화전' '남북관계 테마 시사만화전' '아시아무협만화전' 'BICOF 시선전-검열에 대한 오마주' 등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올해는 '대중성'에 확실히 방점을 찍겠다는 것. 그래서 슬로건도 '판타지아, 도시의 꿈을 만화로'다.

"올해는 지역성, '부천'이라는 점을 많이 강조할 생각이에요. 만화라는 게 마니아들이 와서 보고 가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축제라면 지역에서 많이 와야 하거든요." 부천국제만화축제 박성식 수석프로그래머의 말이다.

올해 축제에서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행사장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복사골문화센터에서만 이뤄지던 축제가 올해는 시민의강, 중앙공원, 시청, 고속터미널 '소풍' 등 인근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동선 길이만 6~7km. 축제현장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부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게 만들었다.

이중 시민의강(5.5km)은 '부천의 청계천'이라 불리는 곳으로, 여기선 카툰 창작집단 '엎어컷'의 카툰 작품 100여편이 야외에 전시되며, 시민의강 걷기대회, 길거리 체험전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은 서울시청 앞 광장을 떠올리는 곳이다. 여기서 부천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과 함께 진행하는 마을축제 프로젝트가 마련된다. 열기구 체험, 말 풍선 체험을 할 수 있다.

복사골문화센터 어린이 도서관 앞 여벽에 제작될 가로 7m, 세로 3m 크기의 벽화 주인공은 둘리. 김수정씨가 만든 둘리는 부천시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부천시 명예시민이기도 하다. 행사장 인근 송내역 부근엔 둘리거리가 있다.

기획전시인 '4대로봇전'. 로보트태권V,  로보트킹, 철인 캉타우, 로봇 찌빠를 만날 수 있다.
기획전시인 '4대로봇전'. 로보트태권V, 로보트킹, 철인 캉타우, 로봇 찌빠를 만날 수 있다. ⓒ 부천국제만화축제
로봇만화는 복고? 노! 현재진행 중

부천국제만화축제 총 프로그램수는 대략 60-70개 정도. 이 중 기획전시가 볼 만한데, 그 중 특히 눈길을 끄는 행사는 '철인의 꿈-대한민국 4대 로봇전'과 '열혈강호 VS 용비불패전' '성인만화전'이다.

이중 '철인의 꿈…'은 로보트태권V(김형배), 철인캉타우(이정문), 로보트킹(고유성), 로봇찌빠(신문수) 등 한국 대표로봇을 재조명한다.

4대 로봇만화 섹션을 비롯, 로봇상상 섹션, 로봇만화 주인공을 이용한 인터랙티브전시섹션, 복간본 만화와 피규어 등을 파는 이벤트 섹션 등으로 꾸며진다. 여기서 4대 로봇만화 섹션은 각각의 로봇만화 내용과 이미지, 만화원고, 작화 과정, 영상물, 만화자료 등으로 이뤄진다.

재미있는 것은 전시 공간. 로보트킹이 벽을 뚫고 만든 공간을 따라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도록 만들어 관람객들이 만화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주게 했다. 또한 로봇의 시선에서 바라본 입체투시도를 평면에 재현해 로봇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서 사진도 찍고, 마치 고층빌딩에 올라선 듯한 느낌도 준다.

대부분 70, 80년대 로봇들이지만 주최측은 단순히 '복고'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다. 전시장 공간을 3차원으로 만든 것도 그래서다. 또한 로봇 만화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상상해보고 빈 칸을 채워보는 자리에선 지금도 로봇 만화가 이어진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열혈강호>와 <용비불패>. 90년대 코믹 무협만화계의 양대 산맥이었다.
<열혈강호>와 <용비불패>. 90년대 코믹 무협만화계의 양대 산맥이었다. ⓒ 부천국제만화축제
<열혈강호>와 <용비불패>는 1990년대 무협만화 전성기를 장식했던 대표 작품이다. 열혈팬들이 서로 '이 작품이 재밌다'며 설전을 벌였을 정도.

1994년 <영챔프> 창간과 함께 등장한 <열혈강호>는 지금까지 <영챔프>에 장기 연재 중이며, 단행본이 총 43권 나왔다. 1996년 <소년찬스>에 연재를 시작한 <용비불패>도 1998년 <부킹>으로 지면을 옮긴 뒤 2002년까지 연재가 이어졌다. 총 23권이 발매됐다.

<열혈강호>의 양재현 작가와 <용비불패>의 문정후 작가의 토크쇼도 마련된다.

박성식 프로그래머는 "만화전시회라고 해서 심오한 철학을 담은 작품만 다룰 필요는 없다"면서 "이렇게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작품도 얼마든지 소개할 수 있다"고 '열혈강호 VS…'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암시했다.

성인만화전은 부천국제만화축제 프로그램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특정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에로티시즘 만화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양영순의 <누들누드>를 비롯, 박무직의 <숫가락님이 보고계셔 2>, 조관제의 <열려라 섹스피아>, 김동화의 <기생이야기>, 이영희 <절정>, 장차현실의 <색녀열전>이 전시된다.

그 외 '영화가 사랑한 만화전'에선 강풀의 <바보>, 강경옥의 <두 사람이다>, 허영만의 <식객>을 다루며, 'BICOF 10년 전'에선 10년 동안 성과를 총정리한다. 1992년 <지난 봄 이야기>로 데뷔한 뒤 <쿨 핫> <바보이반> <그린빌에서 만나요> 등을 그리며 지난해 부천국제만화축제 부천만화상 대상을 수상한 유시진 특별전도 마련된다.

<허리케인 죠> 작가 내한, 한중교류전...세계 만화 엿볼 수 있어

이번에 처음으로 한중만화작가교류전이 펼쳐진다. 사진은 중국 작가 양잉홍의 그림.
이번에 처음으로 한중만화작가교류전이 펼쳐진다. 사진은 중국 작가 양잉홍의 그림. ⓒ 부천국제만화축제
세계적인 만화도시 프랑스 앙굴렘의 인구는 불과 10만. 그에 반해 부천은 85만의 대도시다. 시의 재정도 탄탄한 편이고, 각종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체계가 잘 갖춰지고, 방향만 잘 잡으면 얼마든지 행사규모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 점을 겨냥해 이번 축제엔 국제 교류 행사가 많다. 대표적인 게 한·중 일러스트전. 한중만화작가교류전으로선 국내 처음이다. 이미 지난 5월 (재)부천만화정보센터(이사장 조관제)와 심천이경국가동만산업기지가 상호 교류협력 동의 협정서를 체결하고, 중국 심천국제문화산업박람회에 '한국만화관-코믹타운특별전'이 설치되는 등 밑불을 지핀 바 있다.

이번 교류전엔 한국작가는 김수용, 신일숙, 원수연, 윤태호, 이두호, 이현세, 황미나 등 34명이 중국작가는 야야, 에스, 우라라, 옹즈양, 아긍 등 70여명이 참가한다.

'세계카툰전'은 전세계 만화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60여 개국에서 700여명의 작가들이 3000여점의 작품을 응모한 대전국제만화영상전(DICACO)의 올해 수상작들 중 60점을 선정하며 그 원화를 전시한다.

기업홍보관과 해외수출 한국만화전도 주최측이 기대를 걸고 있는 행사다. 기업홍보관엔 코믹타운, 만화규장각, 경기영어마을, 세계도자기엑스포, 일본 돗토리현, 중국만우출판사 등 국내 20개, 해외 2개 업체가 참가한다. 해외수출 한국만화전은 총 100여권의 수출만화가 전시된다. 산업으로서 만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이와 함께 만화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인기작가의 팬 사인회. 올해 부천만화상 해외작가상을 수상한 <허리케인 죠>의 치바 테쯔야를 비롯, <짱>의 임재원, <열혈강호>의 양재현, <용비불패>의 문정후, <빨간 자전거>의 김동화 작가의 사인회가 행사기간에 열린다.

덧붙이는 글 | www.bicof.com. 8월 16-19일. 032-650-0550-2


#만화#부천#부천만화축제#BIC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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