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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이 오랜 진통끝에 5일 창당했습니다. '반한나라당 대통합'을 기치로 한 정당이 일단 출현한 점에서는 의미있는 진전일 수도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반쪽짜리 대통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또 무엇으로 국민을 감동시키려는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등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김성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보내온 글을 실어 신당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독자여러분들의 의견 및 반론을 환영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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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이후 민주세력의 과제는 명료한 것이었다.
탈냉전ㆍ세계화 시대를 헤쳐 나갈 국가발전전략을 마련하는 일, 양극화 극복과 균형 있는 사회를 위한 대안을 내놓는 일, 유신과 5공 그리고 IMF 체제가 뒤범벅된 구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일,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실현할 실행주체로서 대중적 기반을 갖춘 민주정당을 만드는 일이었다.
새천년민주당은 2000년 총선에서 전국정당화의 발판을 확보했지만 주체의 오류라는 결정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부패정치' '패거리정치'라는 말이 상징하듯 당의 주도 세력은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대안을 내놓는 대신 반독재투쟁에 기여했다는 경력에 기대어 자신들의 기득권 구조를 강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것이 16대 국회 내내 정풍운동이 끊이지 않고, 당의 중심세력이 아니라 외곽에서 노무현이라는 비주류 정치인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끝내 당내 개혁파 다수가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뛰쳐나가게 된 근원이었다.
왜 비주류 노무현이 등장했었나
열린우리당은 이 같은 새천년민주당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고 '정치개혁, 전국정당, 정당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대국민 약속과 함께 출발한 정당이다.
창당 당시 국민들이 보내준 사랑과 성원은 실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우리 국민이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과반의석을 안겨준 것은 창당 과정에서 약속한대로 깨끗한 정치, 새로운 정치를 보여 달라는 기대와 신뢰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자마자 개최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확인된 실체는 '무개념 잡탕정당'이었다. 새로운 사회를 향한 대안은커녕 기본적인 약속도 지키지 않는 정치세력에게 미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는 총선 이후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며 국민을 우롱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탄핵이었다.
국민의 탄핵을 받았다면 무언가 수습책을 내놓는 것은 정치세력의 당연한 의무다. 원인이 분명하므로 해법 또한 명료한 것이었다. 잘못된 노선과 단호히 결별하고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한편, 이념과 노선을 기준으로 새로운 정치질서 창출에 나서는 것이 순리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쇄신 대신 시대착오적인 '반 한나라당' 구호를 외치며 시계추를 거꾸로 되돌리는 길을 선택했다. 그 정점에 서있는 것이 바로 대통합신당이다.
총선 승리,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무개념 잡탕'으로
열린우리당의 몰락을 이유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면 상식적으로 그 정당은 열린우리당보다 나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과연 대통합신당은 새천년민주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뿌려놓은 적폐를 일소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신당에 참여한 인사들 중에도 없을 것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어떤 미래를 창조한다는 것인가?
정당은 이념과 노선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신과 철학을 우리 사회에 구현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 다른 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당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은 집권을 하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정당의 구조를 어떻게 세우고 사회적 기반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다.
그러나 대통합신당은 이러한 필수선결조건들에 대한 진지한 토론 없이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별로 참신할 것도 없는 일부 시민사회 인사들을 들러리로 내세워 마치 새로운 정치세력인 양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정권을 잡으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합의된 대안도 없고, 대안을 내놓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생각을 감추고 오직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우루루 모여 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대통합신당은 한나라당 집권을 돕는 '정치상인 연합회'
신당창당을 주도한 인사들은 또 하나의 잡탕정당을 만드는 일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대해 "일단 만들어놓고 내부에서 노선경쟁을 하면 된다"고 변명해 왔다.
지금 대통합신당에 노선경쟁이 있는가?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시작부터 총선용 지분 다툼을 벌이며 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구태정치인들을 전면에 복귀시키는 퇴행적인 정치로 국민의 불신과 환멸을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대통합신당이 명분 없는 이합집산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건 유일한 기치는 '한나라당 집권저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대통합신당이 걷고 있는 길은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기는커녕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도덕적인 타격을 입거나 혹여 분열하지 않을까 요행을 바라면서 눈속임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어마어마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희망은커녕 일말의 양심과 정치도의도 없는 사람들이 권력의 향방을 좇아 이합집산한 대통합신당은 국민의 지지를 결코 획득할 수 없다.
대통합신당의 이른바 대권주자라는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한 기회주의적 정치인을 끌어들여 신당을 만들어 놓고는, 이제 한나라당 출신이라 안 된다며 앞다퉈 공격을 해대는 이율배반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그 인사보다도 더 기회주의적인 것이다. 출신이 한나라당이고 정책도 한나라당이라고 안 된다면 처음부터 같이 할 생각을 말았어야 하며, 그가 합류를 선언했을 때 '대통합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 추켜세우는 대신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했어야 한다. 또한 출신과 정책이 다르다면 지금이라도 그와 정당을 같이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을지언정 열린우리당의 창당 과정에는 정치개혁과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공허하기 짝이 없는 '반 한나라당' 구호 외에 과연 대통합신당이 국민 앞에 내놓을 이념과 노선,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가? 대통합신당은 차라리 정당이 아니라 '정치상인 연합회'라 불러야 마땅하다.
우리에겐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
지금이라도 정도를 가야 한다. 그것은 균형 있는 경제발전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안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 없이 무조건 통합만 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문을 외우며 사태를 호도하는 것은 만용을 넘어 무책임한 일이며, 한나라당 집권저지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집권을 적극적으로 돕는 일일 뿐이다.
비전도 희망도 없는 대통합신당을 즉각 해체하고 이념과 노선을 기준으로 새로운 민주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습책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부족하나마 상황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 1987년에도 평화민주당 창당을 결정한 것은 10월 중순이었으며, 2002년 대선에서도 후보단일화를 수용하고 경선불복 사태를 수습한 것은 10월 하순의 일이었다.
'반 한나라당' 구호로 국민의 공포심을 자극해서 집권해 보자는 얄팍한 발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5·31 지방선거 이후 사태수습을 미룬 대가로 국민적 심판의 기운이 지방선거에 멈추지 않고 대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지금과 같은 구태적이고 퇴행적인 국민 기만극을 멈추지 않는다면 심판은 대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며 내년 총선까지 국민은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나는 약속한다, 대통합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
나는 비록 17대 총선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후보 지지를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 또한 크든 작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개혁노선 이탈과 국정운영 실패를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에서 최고의 윤리는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며 그 처음과 끝은 바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또 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역사의 물줄기를 거꾸로 되돌리는 대통합신당에 결코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 그 대신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 여러분이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을 모아 뜨거운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셨던 바로 그 민주정당과 민주세력의 재건을 위해 끝까지 헌신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대통합신당에 대한 민주세력사이의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쓴 글입니다.
김성호 기자는 전(16대) 국회의원이자 (사)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상임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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