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가 관객 200만을 훌쩍 넘어서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따 지은 '일해공원'의 이름을 철회하라는 시민단체의 집회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광주와 전두환의 일생을 다룬 <만화 전두환>을 백무현 화백이 출간하였다.
<만화 전두환> 1, 2권을 7월 30일 출간한 백무현 화백을 지난 8월 3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만화 전두환>을 그리게 된 동기와 이 작품을 통해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다.
"물가안정 이룬 대통령? 바로잡아야 했다"
- <만화 전두환> 1, 2권을 출간하였는데, 출간하게 된 동기는?
"2년 전에 <만화 박정희>를 냈고, 군부 독재의 완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박정희의 정치적 양자인 전두환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정희를 이야기하면 전두환을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동전의 양면인양 앞뒤가 맞물려 있어 87년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정리할 필요 있어서였다. 텍스트가 많이 나와 있으나 널리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하여 책을 냈다.
광주의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5.18을 모른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부모들이 광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아 아이들 잘 모른다. 포털에 가서 5.18 물어보면 전두환에 관련하여 너무 평이하게 기술되어 있다. '올림픽을 유치하고 물가 안정을 이룬 대통령이다. 하지만 군부독재를 하였다는 비판도 있다. 7년 단임제를 실천하였다'고 나와 있다.
역사에서 부정하고 비판받아야 할 대상이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과 다르지 않은 대통령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현실이 충격스러워 바로 잡아야겠다는 소명의식에서 386세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 부채의식도 있는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 제작 기간은 얼마나?
"2년 걸렸다. 2005년 5월 <만화 박정희>를 마치고 자료 수집과 사실 확인을 하며 시나리오를 쓰는데 1년 반이 걸렸고, 그림 그리는데 5개월 정도 걸렸다."
- 대상은? 왜 만화라는 장르를 택했는지?
"특정대상을 한정하고 그리지 않았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어른까지 모두 보는 국민만화가 되었으면 한다. 국민시인 조병화가 전두환 대통령 취임에 전두환 찬양시를 바치고, 교계 대표적인 인물인 한경직 목사가 전두환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는 엽기적인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광주를 진압하고 나서 교계 대표들이 모여 기도회를 열었다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서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는 만화를 택했다."
- <만화 전두환> 중에서 품을 많이 들인 부분은?
"1권, '화려한 휴가'다. 광주, 하면 10여년 전에 <모래시계>에서 소도구로 나왔고, 얼마 전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 다루었으나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가 나왔으나 왜, 가 빠져있다. <화려한 휴가>에서 빠진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 그렇다면 광주의 진실이란?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과 광주가 엮어지면서 호남이라는 지역 언어가 '폭도'로 작명되는 과정, 허위와 실상, 조작의 실체를 규명해 보고 싶었다. 교사가 총을 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화려한 휴가>와 시나리오가 비슷하다. 실존인물인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총을 들고 나오는 충격적인 장면을 다루면서 과연 광주가 '폭도'인가? 5.18기간동안 광주 시내에 있는 슈퍼, 매점 중 단 한 곳도 털린 곳이 없었던 '민중항쟁'이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광주에 대해 과연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 그 당시 국민들을 우민화하는 정책을 썼는데?
"프로야구를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전두환 정권 시절 수뇌부가 만든 것이라서…. 집회 못하게 하기 위해 스크린, 스포츠, 섹스를 이용했다. 그래서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언론을 철저히 통제했다. 그 당시 언론의 왜곡된 부분도 알리고 싶었다.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전두환을 자발적으로 지지하고 국민들을 동원하게 된 점을 고발하려 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 12년 동안 집권하도록 국민의 과반수가 표를 찍었다는 부끄러운 과거사를 들추어내어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고발하고 싶었다."
- 2권 '인간에 대한 예의'는 어떠한 내용인가?
"독재 정권에 저항했던 87년 6월, 거리로 뛰쳐나왔던 분들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현재 386세대가 비판을 받는다 해도 그 당시 인간들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그분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 책을 펴내며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김현희 KAL기 폭파사건을 과거사진실위가 재조사하고 있는 중이나, 전두환 정권이 조작해 놓은 사건이라 생각하였다. 당시 안기부가 저지른 사건을 국정원과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지, 법적 소송을 각오하고 있다."
"과거 역사 기억해 내는 기억투쟁 해야"
- 꼭 보아야 할 장면이나 부분을 소개한다면?
"2권,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친 탈옥수 지강원을 불러들여 현재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으로 처리하였다. 그 부분과 1권, '화려한 휴가' 마지막 도청 앞 진압의 마지막 전투 장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마지막 전투를 하는 처절한 장면에서는 그분들과 대화하는 느낌을 가졌다. 그 외 김근태 의원 전기 고문사건, 박종철 물고문 사건 장면 등은 꼭 보아야 할 장면들이다."
- 청산되어야 할 대상인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와 이명박이 대통령에 출마하는 요즈음의 세태에 대해서?
"말이 안 되는 요즈음의 세태를 보며 기억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쉽게 망각한다. 과거의 역사를 기억해 내고 재현해 내야 하는데, 만화라는 이미지가 갖고 있는 힘을 믿고 선택했다. 꾸준히 기억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추천하여 권장하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살아왔던 부분, 엽기적인 전두환 시절을 살아낸 부모에 대한 이해를 해주고, 현재의 삶의 좌표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백무현 화백은 시사만평 작가로 현재 <서울신문> 시사만평을 맡고 있다. <언론노보> <월간 말> <대학신문> <노동자신문> 등 진보 매체에 시사만평과 시사평론을 발표해 왔다. 1996년 <만화로 보는 한국현대사>(전 3권), 2002년 <언론 딱 걸렸어>, 2005년 <만화 박정희>(전 2권)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