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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7일자 사회면의 톱기사는 연세의료원의 노사합의에 대한 것이었다. "병원'원칙사수'에 노조 사실상 백기"라는 타이틀은 그동안 연세의료원 노조의 투쟁을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무법자들의 행위"로 규정했던 논조를 그대로 계승했다.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등의 원칙을 지키면서 적당한 타협을 거부한 강격한 태도를 견지했으며 그것에 노조 측이 사실상 물러난 것"으로 보도한데 그저 기가 막힌다.
병원 측이 노조의 요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파업에까지 이르게 된 것인데, 노조가 100% 책임이 있다고 몰아세우는 것을 보면 역시 <조선일보>라는 생각이 든다.
중앙노동위에서 만난 노사 양측은 상당수의 안건에 대해 합의를 거쳤다. 그러나 가장 쟁점이었던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식 채용과 다인용 병실의 확대는 끝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대신 간호사들의 노동 강도를 줄이는 것으로 계속 협의하기로 했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아예 접근조차 불가능하게 보인다. 비정규직의 설움은 연세의료원에서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지훈상 연세의료원장이 밝힌 내용 가운데 그냥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번의 파업 경험은 연세의료원이 거듭 나는데 좋은 약이 될 것"으로 시작된 그의 인터뷰는 사실상의 대화 거부를 내포하고 있다. 노조위원장 등 관련자 27명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은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노조를 말살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천명은 연세의료원 홍보실장인 남궁기 교수도 확인하고 있다. 남궁 실장은 "이번 사태는 민형사상 소송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고 내규에 따라 인사상의 처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장을 포함한 노조간부를 제거하고 파업에 동참한 조합원들은 승진 등의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그런게 어떻게 "연세의료원이 거듭나는데 좋은 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반대의 효능을 가진 강력한 백신으로 기능할 게 뻔하다.
지훈상 연세의료원장은 "의사를 제외한 일반 직원의 평균 임금은 4700만원으로 업계 최고수준"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이번 파업의 본질은 디저트까지 챙겨먹겠다는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배부른 사람들의 대부분은 조합원이 아닐 확률이 크다. 늘어나는 환자들에 의해 일선 간호사들의 노동 강도는 계속 증가할 것이지만 그들 전부가 4700만원의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직원들과 평균을 했을 때 그 정도 수준이라는 것인데, 그것을 귀족노조의 이미지로 치환하는 것은 지나친 언어도단이다.
그리고 연세의료원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영업 이득이 충분히 발생했다면 더 요구하고 더 줄 수도 있다. 노조로서는 그 정도의 임금 인상은 가능하리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 푼이라도 더 달라는 것과 그렇게는 안 된다는 것이 노사 간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연세의료원에서 제시한 평균 임금은 비정규직을 제외한 수치이다. 적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수하는 비정규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수익이 커지는 것인데도 그들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한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게다가 비정규직의 정식 채용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되지 않았다. 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임금 총액 대비 1.7%의 별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논의의 전부였다. 중요한 것은 정식으로 채용하여 동등한 대우를 하는 것이지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
지훈상 연세의료원장은 "이번 파업으로 생긴 노사 간의 응어리를 풀고 병원을 정상화하는데 온 힘을 다 쏟겠다"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이번 파업에 따른 소송을 진행시키고 관련자들에게 인사 상의 처분을 내리는데다, 비정규직에 계속 현행법을 적용시키고도 응어리가 풀리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가 분명히 가려지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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