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한 장면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한 장면 ⓒ 청어람
최근 연예인 싸이, 이재진 등이 병무청의 현역 입영 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드러난 여론은 예비역, 현역 모두 비난의 입장이었다. 당연하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치솟았던 명예를 실추시키고서라도 입대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유는 지금 복무를 하고 계시는 현역 분들이나 예비역 분들 모두 다 잘 알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아이러니하고 고립되어있는 사회는 역시 군대사회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요즘 군대 많이 달라졌다’라고 설레발을 친다. 그러나 남자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나오는 군대이야기를 들어보면 군대 내부의 부조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특히 한국 영화 중 군대를 가장 사실적으로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더라도 군 내부의 부조리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화의 특성상 약간의 허구가 있을 수 있지만, 군 생활을 경험했던 예비역들은 대다수가 공감한 영화다.

연세대 출신 엘리트 승영(서장원 분)은 군대가 가지는 특유의 질서에 반기를 들고 적응하지 못한다. 실제 군 생활에서도 명문대 출신 중 승영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꽤 있다. 반면 고참으로 만난 동창생 태정(하정우 분)은 분대장 병장으로서 해야 할 임무를 철저히 하며 군 생활의 모범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엘리트 군인이다.

그리고 주목할 것은 승영의 후임, 지훈(윤종빈 분)이다. 어리바리한 이등병의 모습을 가장 잘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결국 지훈과 엘리트 지식인 승영은 군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군인의 모습을 자살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연출하고 만다.

한국 군대의 비극적인 면을 극적인 연출을 통해 드러냈다. 승영과 지훈의 관계처럼 영화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군대는 선임이 후임을 잘 대해줄 경우 후임의 태도가 불량스러워지는 아이러니함이 존재한다.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전통적인 가혹행위 얼차려가 존재했고 하극상이라는 가장 무서운 죄명이 존재했다.

군대가 일반적인 사회와 다른 모습은 많다. 후임은 발언권이 없다는 점. 선임과 의견적 타협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시비를 떠나 절대복종만이 존재한다. 군대는 여전히 창의적인 의견이 존중되는 요즘 사회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강압, 보수, 권위는 오래전부터 군대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분명 2년간의 군 생활에서도 배울 점은 있고 그 내부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과 로망도 존재한다. 규칙적인 생활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단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후임과 선임의 입장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경험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맞는 행동요령을 더 빨리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군대에는 ‘별사탕 이론’이라는 게 있다. 아득한 시절 고참들로부터 갖은 질타와 구박을 받으며 갖은 고생을 다한 어느 병사가 병장이 되어 자신의 군 생활을 돌이켜본다.

그때 마침 전입 신병이 들어온다. 결국 병장은 자신이 당했던 많은 부분들에 대한 억울함, 아니 그보다 서슬 퍼런 상병들이 보는 앞에서 '가오'를 세운다며 신병을 괴롭힌다. 신병의 입장에서 병장은 하늘과도 같은 고참이기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화장실 구석에서 고통의 눈물을 흘린다.

밤이 되었다. 모두가 잠든 시각. 병장은 신병을 불러 간부들의 눈을 피해 화장실로 끌고 간다. 신병은 엄습하는 공포에 병장과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그러나 화장실에서 병장이 자신의 건빵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별사탕(군대에서 별사탕은 고참들만의 주식으로 잘 알려질 만큼 귀한 존재다).

별사탕 한 주먹을 신병에게 주는 병장. 그러면서 병장은 “힘든 거 다 알아. 인마! 하지만 여긴 군대라 어쩔 수가 없구나! 이거라도 먹고 힘내!”라는 한마디를 내던진다. 순간 신병은 고참이 달라 보인다. 그러면서 밀려오는 감동에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물만 닦는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약간 괴롭히기는 해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해주는 고참. 이후 신병은 고참을 잘 따랐고 가장 이상적인 군대 선임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사회에서도 선배는 후배를 마음으로 복종시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 아직 입대하지 않은 분이 있다면 ‘별사탕 이론’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리고 가장 큰 것은 바로 '忍生'이라는 점. 만약 인생이라는 단어가 전자가 아닌 '人生'으로 보인다면 당신은 미입대자 혹은 군 면제자일 것이다. 군 생활을 통한 인내심은 군 생활을 겪기 전인 근 20년간의 세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인내를 요할 것이다. 얼마 전 휴가를 나온 필자의 친구는 복귀를 앞두고 군대를 ‘지옥’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역시 군대는 그만큼 강한 인내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복귀하기 싫고 입대하기 싫은 군대. 그렇지만 군 생활 속에서 발견한 작은 로망은 많은 세월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 추억이다. 특히 군 생활의 짜릿함과 로망은 최고참이 되었을 때 많이 경험하게 된다.

수많은 분대, 혹은 중대원들이 육공 트럭 뒤편에 몸을 실을 때 최고참이 된 선임은 선탑(先搭)을 하게 된다. 선임 탑승자라는 말인데 장교나 부사관이 없을 경우 분대, 중대를 지휘하는 최고선임이 조수석에 탑승하게 된다. 물론 운전병이 사고를 낼 경우 일정부분의 책임을 지게 되지만 많은 병력들을 지휘한다는 로망은 분명 짜릿한 경험이다.

우스갯소리지만 트럭에 선탑한 후 사단을 돌 때 가끔 다른 대대 병사들이 병 선탑자를 간부로 착각하고 ‘충성’을 연발하곤 한다. 필자도 군 생활을 경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바로 선탑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억에 채색을 하면 추억이 된다는 말이 있다. 군 생활에 대한 기억에 무채색을 입히면 쓰라린 추억이 되지만, 유채색을 입히면 화려하고 멋스러운 추억이 된다. 군대의 부조리함은 여전하지만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로망과 특권들은 사회에서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추억의 일부분이다. 군대를 무작정 회피하지 말고 국가의 의무를 받아들이자. 그리고 그 속에서 얻은 작은 교훈과 로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그 사람이 진정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 생활#부조리#선탑#로망#고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