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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과열된 '경선'으로 인해 빅2가 분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대전 합동연설회에 나란히 앉은 이명박, 박근혜 후보.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과열된 '경선'으로 인해 빅2가 분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대전 합동연설회에 나란히 앉은 이명박, 박근혜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후 '빅2' 박근혜·이명박 후보가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8일 한나라당 '당이 중심되는 모임(중심모임)'과 자유주의연대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나라당의 '빅2'가 87년 김대중(DJ)과 김영삼(YS)처럼 경선 후에 분열될 수 있는 잠재적 요인들이 안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겨레>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1위와 2위 후보의 승부가 불과 5500여 표(4.2%) 차이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경선 승리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경선에 패배한 진영이 여론조사 등 경선 과정의 기술적인 문제점들을 물고 늘어져 '당선 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당을 극도의 혼돈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87년 대선에서 1노3김의 다자구도가 만들어진 이유는 88년 총선을 대비해 각 정치세력이 독자노선을 걸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대선이 끝나면 바로 총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한 측이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선 승리 후보가 차라리 패배하는 것이 낫다'는 불순한 의도를 실행에 옮길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범여권이 단일후보를 만들더라도 97년과 2002년 대선처럼 영남지역에서 30%의 표를 잠식하지 못하면 한나라당 후보에 이길 가능성이 희박한 현실도 '여권발 정치실험'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범여권이 지분을 매개로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한 진영과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영호남 연대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한나라당으로써는 최악의 사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가 수도권에서, 박근혜 후보가 영남권에서 각각 강세를 보이며 핵심 지지층이 중첩되지 않는 것도 경선에 패배한 진영에 독자행보의 유혹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교수는 "대선 후보를 확정짓는 20일 전당대회 개표 직전에 '빅2'로 하여금 '1위=대선 후보, 2위=선대위원장'를 수락하도록 해야 한다. 경선에 패배한 쪽이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지도체제 구성을 요구할 경우 당이 내홍에 빠지고 탈당의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한나라당의 현 지도체제는 대선 후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경선 승리 세력이 내년 총선 공천에 절대로 개입할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몇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전투구에 대해서도 토론회 참석자들은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선 시너지 효과는 커녕 정치공작 발판만 만들어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기초여건은 개선되고 있는데 지나친 검증공방으로 '빅2'의 지지율 합계가 떨어지고 있다"며 "경선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기는커녕 본선에서 범여권이 정치공작을 할 수 있는 발판만 마련했다"고 푸념했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최근 아프간 사태와 남북정상회담이 연달아 터졌는데 한나라당 경선은 감동 없이 그냥 지나가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권교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대선후보 참모들의 행동이 너무나 권력지향적이고 사익추구적으로 보여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특히 측근들의 막가파식 언행을 보면 나도 화가 난다. 옆에 있으면 두들겨 패주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들에게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3공보다 더 심한 정보정치·독재가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본선은 5% 이내에서 승부가 나는 게임인데, 수구적인 한나라당 후보 보다는 국민들이 좌파가 아닌 손학규나 정동영을 택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나 교수는 최근의 '여론조사 룰' 공방과 관련해 선호도와 지지도 조사를 각각 실시한 후 두 조사의 평균치를 산출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빅2'의 싸움으로 대표되는 '내우'보다는 범여권의 검증공세와 남북정상회담 등 '외환'을 막는 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당 정보위원장을 맡은 김정훈 의원은 "여권으로서는 이명박 후보를 당내 경선에서 낙마시키는 게 최선의 목표이고 이 후보에게 최대한 상처를 입히는 게 차선인 것같다"며 "여권의 단체치고 '평화' 단어를 안 쓰는 곳이 없는데, 앞으로 선출될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엄청난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내가 알기로는, 지난 대선처럼 '제2의 김대업'이 되려고 대기하고 있는 자살특공대들이 있다"고 말했고, 정승윤 부산대 법학과 교수도 "영등포에 가면 '한달 3000만원씩 주면 구속되겠다'고 기다리는 그룹들이 있는 데, 이런 상황에서 '자살특공대'가 왜 없겠냐"고 호응했다.

정 교수는 "한나라당은 여권의 흑색선전을 막을 대책이 딱히 없다. 지금으로서는 '잊지 말자 김대업, 상기하자 설훈'을 계속 외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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