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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은 몸에 참 좋은 식품이에요. 굳이 비타민 A·E, 베타카로틴 같은 영양소 이름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걸요. 그런데 왜 이 훌륭한 재료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까요?
맛이 없어서 그런가? 특유의 풋내도 나고, 딱딱해서 씹기도 힘들잖아요. 그렇다고 안 먹자니 그 속에 든 영양분이 아까워요. 당근을 맛있게 먹을 방법은 없을까요?
이리저리 정보를 뒤졌더니 당근으로 빵도 만드네요. 이게 맛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무슨 맛일까 궁금해서 한번 구워봤어요. 그런데 이거 대박이네요.
완성된 머핀은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한 조각 베어서 물면 씹을 사이도 없이 사르르 넘어가요. 당근이 들어갔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르고 먹기도 하겠어요.
그렇지만 이 안에는 엄청난 양의 당근이 들어있어요. 머핀 6개 분량에 중간 크기 당근 2∼3개 정도가 들어갔으니까요. 이 정도면 당근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은 거죠?
이렇게 당근과 친해지다 보면 다른 당근 요리도 잘 먹게 될 거에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날 당근도 막 씹어 먹을지 몰라요. 그럼 정말 당근이랑 친해지는 건가?
가끔은 이 정성으로 공부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고 보면 좋은 걸 아는데 어려워서 못하는 건 공부하는 거나 당근 먹는 거나 비슷하네요. 특히 철학이나, 과학, 수학 같은 건 정말 다가가기 힘들어요. 맘먹고 쉬운 개론서라는 걸 봐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고.
그러고 보면 움베르토 에코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서양의 철학을 자신의 소설에 담아내는데 또 그게 재미있잖아요.
이 사람 책은 읽다 보면 가끔은 머리에 쥐가 나는 거 같아요, 잠깐잠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고요. 그런데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어요. 익숙해지면 내가 막 똑똑해 지는듯한 착각도 들어요.
이런 걸 교육과 놀이가 결합한 에듀테인먼트라고 하는 걸까요? 이러다 흥미가 생기면 조금 쉬운 서양사상 개론서에 도전해 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다 보면 더 어려운 책들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높겠죠. 그래도 일단 지적자극을 받았고, 어려운 사상들에 대해 어렴풋한 개념이라도 들었으니 안 본 거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읽는 동안 즐거웠잖아요.
꼭 에코뿐만이 아니라 요즘 작가들은 꽤 어려운 설정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매트릭스> 같은 영화만 봐도 심오한 철학적 설정을 바닥에 깔고 있잖아요.
최근에 우리나라의 몇몇 드라마들도 그렇고요. 그런 작품들은 아는 게 많을수록 더 감상하는 사람이 더 다양한 걸 얻어가는 거 같아요. 무식해도 또 그 나름대로 내용을 즐기고요.
저도 이런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맛없는 당근을 맛있는 머핀으로 바꾼 것처럼 재미없지만 쓸모 있는 이야기들을 텍스트로 삼아서 재미있는 내용으로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럼 이야기에 깊이와 다양성이 생기고, 창조적이고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죠. 그러려면 똑똑해져야겠네요. 자기도 모르는 이야기를 남에게 쉽게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요. 움베르토 에코도 자신의 소설 내용이 평생 자기가 연구한 내용이고, 또 그는 그 방면에서 유명한 학자잖아요.
아아……. 조금은 막막하네요. 그래도,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니까. 당근을 맛있게 먹는 법을 찾아냈듯이, 공부도 즐겁게 할 방법을 찾아내서 열심히 해야겠어요.
재료
당근 250g, 박력쌀가루 90g, 현미가루 10g, 오트밀 35g, 생콩가루 18g, 감자전분 10g
소금 3/8 작은 술, 계피가루 1/2작은 술, 베이킹 파우더 8g, 바닐라 설탕 8g
포도씨유 20ml, 식초 1작은술, 꿀 2큰술, 두유 100ml
만드는 법(자세한 과정샷은 블로그로 오세요.)
1. 당근은 껍질을 벗겨 자른후에 분쇄기에 곱게 갈아주세요. 그후 전자레인지 강으로 1분간 돌리고 저어서 김을 날리고 다시 강으로 1분 더 돌려주세요. 이 과정을 거치면 당근은 수분이 적어지고, 특유의 냄새도 덜나요.
2. 두유에 포도씨유와 꿀과 식초를 넣고 잘 섞어주세요.
3. 갈아놓은 당근을 두유혼합물에 넣고 잘 풀어 주세요.
4. 가루류는 모두 체치고 분량의 오트밀도 넣어주세요.
5. 당근 혼합물을 쌀가루 혼합물에 넣고 가볍게 섞어주세요.
6. 머핀틀에 90% 정도 채운 후에 바닥에 대고 몇 번 가볍게 쳐주세요.
7.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0분 정도 구워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www.mediamob.co.kr/pink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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