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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라 기운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특별히 할 만한 반찬이 없다는 그럴듯한(?) 혼자만의 핑계를 강압적으로 널리 유포시키며 나를 비롯하여 아그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그냥 주는 대로 먹어!'하면서 음식 만들기 거부 파업을 벌이던 우렁각시!
자기 딴에 조금 미안했던지 오늘은 아침에 된장찌개를 끓였다. 거실 이불 위에서 레슬링 하던 나와 우리 아그들, 잊혀질 것 같았던 이 아련한 추억속의 향기에 "이게 뭔 냄새라냐?" 하면서 코를 킁킁~!
"오호! 아그들아, 엄마가 이제야 기운 차렸나 보다. 오늘 아침은 간만에 포식하겄다."
"엄마 엄마! 이제 맛있는 거 해 주는 거야?"
"그럼~그동안 엄마의 음식이 그리웠지?"
우리 우렁각시, 며칠 만에 찌개 한 번 끓이는 것 가지고 생색내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고조시키려 "아그들아, 그럼 아빠도 요리할까? 우리 아그들 좋아하는 김치볶음 해 줄까?"
우리 아그들이 열렬한 환영의 박수와 함성으로 반기니, 오호! 녀석들의 이 뜻하지 않은 놀라운 반응에 기쁜 나머지, 재잘 재잘 하하 호호 탁탁 톡톡! 아그들과 신나게 떠들며 버섯김치볶음 완성!
"아빠표 김치볶음이 맛있어? 엄마표 된장찌개가 맛있어?"
식탁에 올려 진 엄마표 된장찌개와 아빠표 김치볶음을 맛있게 냠냠! 요 때까지도 화기애애. 하지만 요 타임에 내가 한 말, "아빠표 김치볶음이 맛있어? 엄마표 된장찌개가 맛있어?"
에궁, 하지만 이게 화근이 될 줄이야...
1초도 주저함이 없이 아그들이 대답한 말, "김치볶음! 아빠가 한 건 다 맛있어." 나와 아그들, 젓가락으로 주거니 받거니 볶은 김치를 서로의 밥 위에 올려주며 신나게 먹다가, "자기도 김치볶음 먹어보지?" "엄마, 엄마도 김치볶음 먹어봐. 맛있어"
그랬더니 우렁각시 하는 말, "맛있으면 많이 먹어. 엄마는 된장찌개 먹을 거야!"
아~ 그랬다. 우렁각시가 삐진 것이었다. 우렁각시는 그 한 마디 남기고는 고개 푹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된장찌개만 먹더라. 아차! 하는 뒤늦은 후회를 만회하려 그 뒤로 아그들과 난 된장찌개 열심히 먹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고.
밥 다 먹은 아내, 그냥 조용히 일어나 설거지 하더라. 에구, 가만히 있었으면 된장찌개에 이어 앞으로 맛난 거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이제 맛있는 거 먹기는 틀렸군. 그나저나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꼬?
아그들이랑 같이 엄마표 된장찌개 먹고 싶다고 무조건 조를까? 아니면 웃을 때까지 간지럼 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