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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4일 오전 11시 40분]

성수기를 맞아 인천국제공항의 일일 이용객 수가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수의 이용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3만5천여명의 직원들이 공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에어시티>에서는 공항을 무대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지난 6일 인천공항의 사람들, 그들이 바라보는 인천공항을 살펴봤다.

[리무진버스] "승객들 감탄하는 바닷가 경관도 이젠 무덤덤"

▲ 비교적 이른 아침임에도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 이병기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고 인천공항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해도 아직까지 이곳은 일반인들이 흔히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하루에 7번씩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용객을 나르는 리무진 버스 기사다. 일반 버스에 비해 리무진 버스 승차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그러나 리무진 버스 기사들은 이런 높은 가격에 걸맞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승객의 짐이 많을 때는 직접 손님의 짐을 실어주고, 승객들이 궁금해 하는 출입국 과정이나 공항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의문들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실제로 기자가 인천공항으로 갈 때 한 리무진 기사는 자신의 버스를 타면 늦는다며 다른 리무진을 탈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다.

공항 리무진 버스를 운전하는 주학기(51·남)씨는 "요즘은 성수기라 예비차량까지 동원되어 운행 중"이라며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매일 똑같은 코스를 운전해 지겨울 법도 하지만, 주씨는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기 때문에 긍지를 가지고 일한다"며 "해외로 자주 나가는 사람 중에 친한 단골 승객도 있고, 가끔 음식도 나눠먹는다"며 웃었다.

운행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다리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감탄했었지만 지금은 무덤덤하다"며 "인천공항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주변 경관에 놀라워 한다"고 했다.

[청소] "한국인들, 기본 질서 좀 지켜줘요"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에 쓰레기 양도 만만치 않다. 공항 3층 입국장 도로변에는 청소하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50대 청소직원은 "외국인은 그런 경우가 드문데 특히 한국 사람들이 기초질서를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사람들이 가래침을 아무 데나 뱉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는 쓰레기통을 비우기 위해 통 안으로 손을 넣었을 때도 침을 뱉는 사람이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청소 직원도 한국 사람의 예절에 대해 쓴 소리를 냈다. 그 직원은 "외국인의 경우엔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는 편인데 한국 사람은 오히려 화장실 내 금연처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욱 한다"고 했다. 그들은 "인천공항이 지금도 세계적인 공항이지만 한국 사람들이 기본 질서를 조금 더 잘 지켜서 더 좋은 공항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내데스크] 공항을 몰라도 거침없이 해외여행 OK

▲ 한 외국인이 국내 여행과 관련 안내원에게 상담받고 있다.
ⓒ 이병기
인천공항에 처음 온 사람이라도 위치나 이용 방법을 몰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천공항에는 각 층별로 안내 데스크가 마련돼 있어 체크인 카운터 업무 등 공항 관련 문의를 해결할 수 있다.

3층 출국장에서 일본어 안내를 담당하는 이보람(25)씨는 "5일 하루에만 10만 명이 다녀갔다"며 "한 안내 데스크에서만 1시간에 300~400명의 손님을 상대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며 생긴 에피소드를 묻자 그녀는 "예전에 한 몽골사람이 수속을 늦게 해서 이틀 뒤 비행기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지고 있던 비자가 그 날로 만료되는 것이어서 발을 동동 굴렀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보람씨는 "비자와 관련된 문제가 생길 경우, 가장 먼저 비행사에 연락하여 빨리 출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공항 내의 출입국 민원실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공항에서는 내·외국인을 모두 만나는데, 외국인은 한 마디를 물어도 'Thank you'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 반면, 한국 사람은 용건만 묻고 바로 가버리거나 심지어 반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내국인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항의 아쉬운 점에 대해 그녀는 "밖으로 나가기를 꺼려하는 외국인 환승객들이 영화를 보는 등 공항 내 여가를 즐길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며 "여가시설이 조금 더 확충됐으면 한다"고 했다.

[로밍센터] 제일 많이 로밍하는 나라는?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발달한 사업이 바로 휴대폰 로밍 서비스다. 한 통신사 로밍센터 직원은 "성수기를 맞아 하루에 대하는 손님만 700~800명 정도이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항상 목이 쉰다"고 했다. 그는 "공항 내 각종 안내방송과 소음에 하나도 정신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로밍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국가는 중국이며 그 다음으로 일본이 많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더욱 잘 살게 됐는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로밍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넉넉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국내 통화보다 이용료가 훨씬 비싼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해외여행을 보통 동네 여행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 "김치 수십 포기... 이건 좀 난감하죠"

택배회사에서 부지런히 화물을 옮기고 있던 한 직원도 성수기에 처리 물량이 부쩍 늘어나 점심 식사도 제대로 챙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반출 금지물품에 걸렸거나 개인 한도를 넘어 이를 국내로 되돌리는 사람들이라 독이 바짝 올라서 온다"며 "2월부터 강화된 단속으로 규제가 심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게다가 배송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칼만 안든 도둑'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때는 상당히 난처하다"고 했다. 공항에서 경험한 재미있는 사연을 묻자 그는 "개인 화물로 90㎏짜리 물건을 가져왔던 손님, 김치 수십 포기를 가져왔다가 도로 보내게 된 손님들이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택배] "죄송해요, 깎아드릴 수가 없어요"

▲ 한 공항 편의점에서는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상품을 설명하기도 한다.
ⓒ 이병기
공항 1층 한쪽에 위치한 작은 편의점. 흰 종이 위에 상품들을 재밌게 표현한 그림이 눈에 띄었다. 이 그림은 편의점 점장인 이한용(28)씨의 작품이다.

이씨는 "외국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상품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그림을 그린다"며 "틈이 날 때마다 새로운 상품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이런 볼거리로 인해 다른 편의점에 비해 단골들이 많은 편이다"고 했다.

그는 "공항이라는 특성상 상품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인데, 물을 사러 온 한 손님이 가격을 보더니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파는 것 같다'며 불평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 점장은 "마음 같아서는 깎아드리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얼마 전에 인천공항이 세계 여러 공항 중 서비스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서 다음에도 좋은 성적을 받았으면 한다"는 작은 소망을 내보였다.

[문화재 감정] 예술품 들고 간다고? 문화재 판정 받고 가셔요

공항 3층 출입국 민원실 옆에는 특이한 사무실이 있다. 바로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감정관실. 이곳은 해외로 나가는 예술품들이 문화재인지 아닌지를 판정하는 곳으로 국내 문화재의 불법 유출을 막는 활동을 하고 있다.

문화재 감정관실은 국제선이 취항하는 항공이나 부두라면 어디에나 있다. 그 중에 인천국제공항은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편이기 때문에 주간 4인, 야간 2인으로 365일 운영되고 있다.

만약 예술품을 해외로 가지고 나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소장품이 문화재가 아니라는 '비문화재확인원'을 발급 받아야 한다. 최선일 문화재 감정위원은 "공항 검색에서 마약이 발견되었을 때 자신은 그것이 마약인지 몰랐다고 하더라도 바로 구속되는 것처럼 문화재도 x-ray 검색에 적발되는 즉시 외사과 형사에 의해 구속된다"며 "고의성이 없어도 검사의 수사를 받은 뒤 벌금형을 받게 되는 등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미리 말하는 것이 좋다"며 여행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여행보험] 불안한 마음, 보험으로 달래보자

보통 여행사를 통해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행사에서 보험 업무까지 처리해주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지만 사업이나 업무로 출장을 나가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해외여행 보험 창구다.

한 보험사의 창구를 담당하는 직원 유경아(28)씨는 "예전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지진해일 이후로 보험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그녀는 "하지만 공항 안에는 먼지가 많고 건조하기 때문에 1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라면 핸드크림이 필수일 정도다"며 "다른 직장에 비해 감기나 비염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직원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며 "지하 한 곳에만 있는 직원 전용 휴게실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병기 박상익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입니다.


태그:#인천공항, #안내데스크, #리무진버스, #택배, #공항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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