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를 보낸 것이 아쉬운지 하늘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계속되는 국지성 호우의 영향으로 파아란 하늘을 좀처럼 보지 못했던 요즘 모처럼 그 본 모습을 보여준 하늘을 배경삼아 가을을 미리 느끼려 여행을 떠나보았다.
8월 11일 30도가 웃도는 뜨거운 햇볕 아래 카메라 렌즈가 바라본 것은 초록빛으로 가을을 준비하는 어린 밤송이였다. 부끄럽다는 듯 나뭇잎 사이에서 따뜻한 햇볕을 즐기는 밤송이의 모습에서 내 마음은 어느새 가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산에 올라 밤을 줍던 기억들.
집에와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작은 수저로 밤을 이리저리 파먹던 그 기억.
그 추억의 시간에 빠지는 순간 온 몸을 덥고있던 더위는 순간 사라진 듯 했다.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오면 우리는 따뜻함을 찾는다.
밤나무 길을 따라 걸어가던 내 발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작더미를 발견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늦가을, 초겨울의 선선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시골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그리운 가을아 어서오려무나.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밤이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으려는 그 시절이 오면 아련한 추억의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눈앞이 빨갛고 노랗게 변해가는 그 시절. 차가운 바람, 훈훈한 아랫목이 그리운 그 시절을 미리 느끼며 오늘의 무더위를 날려보낸다.